뉴욕 맨하탄 생활 16-필라델피아 시티 홀, 독립기념관 자유의 종, 유펜 인류고고학물관
필라델피아에는 지금까지 세 번 정도 방문했다. 첫 번째 방문은 학회 참석, 두 번째는 한국근대문학의 창시자로 여겨지는 이광수의 따님을 뵈러, 세 번째는 아내와의 여행이었다. 이 세 번의 방문 때 찍은 사진을 조합해서 필라델피아 여행기를 작성한다.



♣ 시티홀, 독립기념관 자유의 종, 아이리쉬 메모리얼
드디어 필라델피아에 도착해 도시의 랜드마크인 시티홀을 지나며 도시의 독특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었다.


시티홀을 지나며 눈에 들어온 건 시청 맞은편에 우뚝 솟아 있는 벤자민 프랭클린의 조각상이었다. 이 조각상은 펜실베이니아 프리메이슨들이 창립 250주년을 기념하며 조셉 브라운이라는 예술가에게 의뢰하여 제작한 대형 동상이다.
프랭클린이 인쇄기를 다루는 모습의 이 조각상은 그를 단순한 정치가나 외교가로만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이자 장인으로서도 기리기 위해 세운 것이다. 젊은 프랭클린의 모습이 잘 표현된 이 동상은 장인의 존엄성과 그가 필라델피아에 남긴 유산을 되새기게 해주며, 1981년 6월 27일 필라델피아 시에 헌정되었다고 한다.


시청에서 조금 더 걸어가니 미국 독립의 상징인 독립기념관과 자유의 종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곳은 미국 독립의 중요한 순간들을 담고 있는 역사적인 장소로, 당시 혁명 정신과 자유에 대한 열망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자유의 종 주변에 마틴 루터 킹 등 미국의 평등과 자유를 위해 노력한 인물들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어 이곳이 단순히 독립을 넘어 인권과 정의를 상징하는 장소임을 느끼게 했다. 자유의 종은 미국이 독립하면서 사용된 종으로서, 현재는 누구나 평등과 자유를 누려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러한 의미를 되새기며, 미국 독립의 역사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독립기념관을 뒤로하고 조금 더 걸어가다 보니 Irish Memorial이 나타났다. 이 기념물은 아일랜드 대기근(An Gorta Mór) 당시 생존을 위해 미국으로 이주한 아일랜드 이민자들의 고통과 용기를 기리기 위해 세워진 곳이다.



아일랜드 대기근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굶주림 속에서 고통받던 시절, 미국으로 피난 온 아일랜드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기념물은 단순히 그들의 슬픔을 기리는 것에서 나아가, 아일랜드와 미국 간의 깊은 유대와 이민자들의 강한 생명력을 상징하며, 그들이 미국에 남긴 흔적을 기리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Irish Memorial을 둘러본 후, 서서히 배가 고파지면서 필라델피아의 명물인 필리 치즈 스테이크를 맛보기로 했다. Sonny’s Famous Steaks는 필라델피아에서도 특히 유명한 치즈 스테이크 전문점으로, 촉촉하고 고소한 빵 속에 두툼한 고기와 녹아든 치즈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첫 입을 베어 물자마자 고소한 치즈와 고기의 깊은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나가며 필라델피아만의 독특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현지인들과 관광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보니 필리 치즈 스테이크가 왜 필라델피아의 명물인지 이해가 되었다.





♣ 미라의 보고 유펜 인류고고학물관
배를 든든히 채운 후, 이번에는 필라델피아의 또 다른 명소인 유펜 인류고고학 박물관을 방문했다. 이곳은 고대 이집트 유물과 미라를 전시하고 있는 미라의 명소로, 필라델피아에서 고대 문명과 유물을 가장 가까이서 체험할 수 있는 장소다.
특히 이 박물관에는 유물 실험실(Artifact Lab)이 있어, 수천 년 된 미라와 고대 유물의 복원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유리벽을 통해 복원 전문가들이 유물을 다루는 모습을 관찰하면서 고대 문명의 역사와 유물의 보존 과정에 대한 경외감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유펜에서 발명된 최초의 전자 컴퓨터인 ENIAC에 대한 기념 간판도 눈길을 끌었다. ENIAC은 현대 컴퓨터의 시초로서, 과학기술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한 유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유펜 인류고고학 박물관(Penn Museum)을 방문하면서, 이집트 고대 문명을 향한 경이로움이 가득한 공간으로 들어서는 순간 감탄이 절로 나왔다. 필라델피아에 있는 이 박물관은 '미라의 중심지'라고 불릴 만큼, 고대 파라오 문명에 대한 다양한 유물과 문화재를 전시하고 있다.


유펜 박물관은 필라델피아의 미라의 명소로 알려져 있으며, 3천 년이 넘는 나일 강 문명에서 유래한 고대 파라오 문명의 유물을 다수 소장하고 있다. 최근 박물관은 13톤에 달하는 대형 스핑크스 조각상을 다른 곳으로 옮기며 이와 관련된 새로운 전시를 시작했다. 스핑크스 조각상이 있던 갤러리는 잠시 닫혔지만, 이집트 유물을 다루는 갤러리 네 개 중 나머지 세 갤러리는 여전히 활발히 운영 중이다.



메인 입구에 새롭게 마련된 스핑크스 갤러리, 미라 복원 과정을 볼 수 있는 Artifact Lab, 그리고 고대 이집트 미라의 제작 과정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이집트 미라의 비밀과 과학” 갤러리 등이 그 예다.
Artifact Lab을 지나면서, 이집트 고대 문명에 대한 지식이 단순한 전시 이상의 깊이를 가짐을 느꼈다. 박물관은 단순히 유물들을 모아둔 공간이 아니라, 고대 문명을 오늘날에도 생생히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장소다.

유펜 인류고고학 박물관은 이집트 문명뿐 아니라 고대 그리스와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의 유물도 다양하게 전시하고 있어, 세계 여러 문명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종합적인 공간이다.


한국관이 없는 것은 아쉽지만 중국과 일본의 유물도 상당히 인상적이다. 중국 갤러리에서는 청동기 시대에서 시작해 한나라, 당나라, 송나라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다양한 유물을 감상할 수 있다. 박물관의 청동기 유물들은 제사용으로 쓰였던 정교한 청동 솥과 도구들로, 중국 고대의 신앙과 사회구조를 엿보게 한다. 또한, 당나라 시기의 화려한 도자기와 송나라의 미적 감각이 담긴 도자기류가 함께 전시되어 있어 중국 도자기의 발전 과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일본의 전시품에서는 특히 에도 시대의 우키요에(浮世絵) 판화와 다도구, 그리고 무사들의 갑옷과 무기들이 돋보인다. 일본의 전통 예술 작품들은 그들의 독특한 미의식을 잘 보여주며, 또한 일본 사회의 역사적 맥락과 신분 구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갑옷과 무기는 무사 계층의 용맹함과 명예를 상징하며, 정교하게 조각된 다기들은 차 문화의 깊이를 느끼게 한다.

박물관의 고대 그리스 갤러리에서는 기원전 수세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독특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리스의 신화적 상징과 고전 문학에서 등장하는 여러 신들과 인물들의 조각상, 그리고 섬세하게 제작된 도자기와 장신구들이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들 유물은 그리스 고대인의 예술적 감각과 그 당시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전달해 준다. 특히, 기원전 그리스의 도자기 공예품들은 그 시대 사람들의 일상 생활, 종교적 의식 등을 담고 있어, 이를 통해 고대 그리스의 문화를 엿볼 수 있다.


♣ 다시 뉴욕으로
필라델피아에서의 이틀 동안의 여행을 마치고 다시 맨하탄으로 돌아가는 길, Cotton Club을 지나쳤다. Cotton Club은 1920-30년대에 활발히 활동하던 미국의 재즈 문화를 상징하는 유명한 클럽으로, 할렘 르네상스 시대에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당시 아프리카계 미국인 예술가들이 재능을 펼치던 공간으로, 재즈와 블루스의 전성기를 이끌며 당시 문화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