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현대미술관(MoMA)을 방문하면서 에드바르 뭉크와 그의 대표작 <절규> 그리고 일본 도쿄의 1955–1970년대 아방가르드 특별전을 경험했다. 각각의 전시는 독창적이고 깊은 감동을 주며 현대 예술의 다양한 면모를 탐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에드바르 뭉크와 <절규>
MoMA에서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를 직접 보는 순간, 그의 작품이 단순한 그림을 넘어 얼마나 강렬한 감정과 철학을 담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뭉크는 1893년 <절규>를 제작하며 자신이 자연 속에서 느꼈던 극한의 고통을 화면에 담았다. 그는 “내 혈관 속에서 자연이 절규하고 있었다. 나는 한계점에 다다랐다.”고 이야기하며, 이 작품이 개인적이고 동시에 보편적인 고뇌를 상징한다고 했다.
<절규> 속 인물이 내뿜는 고요한 비명은 구불거리는 선들로 표현된 하늘과 강, 산 속에 울려 퍼지는 듯 보였다. 작품은 단순한 시각적 이미지에 그치지 않고 관람자의 내면에 깊은 울림을 주었다. 뭉크가 다른 작품 <폭풍>에서 보여준 바닷가의 강풍과 비슷하게, 그는 자연과 인간의 심리적 경험을 연결하며 내적 고통을 외적 환경으로 시각화하려 했다.
뭉크의 예술은 그의 개인적 삶과도 밀접히 연결되어 있었다. 어머니와 누이를 어린 나이에 잃은 그는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냈고, 아버지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예술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나는 살아 숨쉬고 사랑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그리고 싶다”고 선언하며 그는 감정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작품들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그의 <생의 프리즈> 시리즈는 사랑, 욕망, 절망 등 인간의 감정과 관계를 탐구하며 현대인들의 소외감과 고독감을 작품으로 표현했다. MoMA에서 그의 작품을 감상하며 뭉크가 예술로 전하고자 했던 인간 존재의 깊이를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특별전: 도쿄 1955–1970
또 다른 흥미로운 전시는 도쿄 1955–1970: 새로운 아방가르드였다. 이 전시는 전쟁 이후 혼란을 극복하고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로 거듭난 도쿄의 혁신적 예술을 조명했다. 회화, 조각, 사진, 드로잉, 그래픽 디자인, 비디오, 다큐멘터리 영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당시 예술가들의 실험적이고 협력적인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전시에는 일본 아방가르드 운동의 중심에 있었던 단체와 작가들이 소개되었다. 실험공방(実験工房), 하이 레드 센터(Hi Red Center), 그룹 음악(Group Ongaku)과 같은 집단뿐 아니라 오카모토 타로, 나카무라 히로시, 요코 오노, 쿠도 테츠미 등의 예술가들이 그 주인공이었다. 이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도쿄의 에너지와 혼란을 바탕으로 새로운 미술 언어를 창조해냈다.
특히 건축가 다니구치 요시오와 쿠로카와 키쇼가 참여한 현대 건축 작품, 그리고 사진작가 도마츠 쇼메이와 호소에 에이코의 작품은 당대 도쿄의 모습을 예리한 시선으로 포착했다. 전시는 단순히 예술품을 전시하는 것을 넘어 예술가들 간의 교류와 갈등, 그리고 도시 도쿄가 창작의 인큐베이터로서 작용한 과정을 보여주었다.
또한 전시와 함께 열린 아트 시어터 길드(Art Theatre Guild)의 영화 회고전은 일본 독립영화의 흐름을 조망할 수 있는 기회였다. 오시마 나기사, 이마무라 쇼헤이 등 감독들의 실험적인 영화는 1960년대 일본의 영화계가 어떤 방식으로 세계 영화사에 기여했는지를 잘 보여주었다.
MoMA의 매력
MoMA는 그 자체로 현대 예술의 살아 있는 역사였다. 각 전시는 단순히 작품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예술이 가진 사회적, 역사적 맥락을 심도 깊게 조명했다. 에드바르 뭉크와 도쿄 아방가르드 전시는 완전히 다른 시간과 공간을 다루었지만, 인간의 감정과 시대의 변화를 예술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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