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의 생활은 많은 면에서 내 삶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는데, 특히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과 컬럼비아대학에서의 경험이 그 중심에 있었다. 두 곳은 각각 예술과 학문의 중심지로서 나에게 풍부한 경험과 영감을 제공했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에서의 추억
맨해탄에 머무는 동안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을 다섯 번 이상 방문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 극장은 전 세계의 재능 있는 예술가들이 모이는 중심지로, 그 자체로 매혹적인 공간이었다. 대학원 학생증 덕분에 거의 무료로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기에 마음껏 그 기회를 누렸다. 라 트라비아타, 아이다, 투란도트, 카르멘 같은 명작들을 현장에서 감상하는 경험은 가히 환상적이었다.
1883년에 설립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클래식 오페라뿐만 아니라 현대적인 작품들도 꾸준히 선보이며 예술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2006년부터 피터 겔브(Peter Gelb)의 지휘 아래 운영되면서 창의적인 무대 연출과 신작의 비중이 크게 늘었다. 이와 함께 HD 라이브 스트리밍 프로그램을 통해 전 세계로 공연을 중계하며 오페라의 접근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현장에서 느낀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가장 큰 매력은 완벽한 음향과 웅장한 무대였다. 특히, 오페라가 진행되는 동안 음악과 연기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순간에는 현실을 초월하는 감동을 느꼈다. 공연이 끝난 뒤 객석을 나서는 사람들의 표정에서 나처럼 이곳의 마법에 빠진 이들이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컬럼비아대학에서 보낸 여섯 계절(여름-봄-여름-가을-겨울-봄)
컬럼비아대학에서의 1년 6개월은 내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여름에 도착해 다시 봄이 올 때까지 여섯 계절을 경험하며, 바쁘고도 흥미로운 나날을 보냈다. 대학원 생활은 예상대로 만만치 않았다. ALP 프로그램과 코스워크를 병행하며 쉴 틈 없이 강의와 세미나를 준비해야 했다.
처음에는 세미나에서 침묵을 지키는 일이 많았다. 그러자 담당 교수가 내게 “침묵은 무관심으로 보인다”는 조언을 해주었고, 이후로는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서투른 발언도 많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친구도 생기고 토론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컬럼비아대학 캠퍼스는 특히 가을과 겨울에 아름다웠다. 가을에는 단풍으로 물든 캠퍼스가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보였고, 겨울에는 눈 덮인 공간에서 고즈넉한 낭만을 느낄 수 있었다. 중앙도서관의 웅장함, 아침 햇살에 빛나는 로우 메모리얼 도서관, 그리고 학생들로 북적이던 캠퍼스 풍경은 지금도 선명히 떠오른다.
컬럼비아대학은 1754년에 설립된 뉴욕에서 가장 오래된 고등 교육기관으로, 미국에서 다섯 번째로 오래된 대학이다. 특히, 아름다운 캠퍼스와 세계적인 연구 성과로 명성을 얻고 있다. 이곳에서의 생활은 단순히 학문적인 성장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였다.
주요 시설 중 버틀러 도서관은 1500만 권 이상의 장서를 소장한 대학 도서관 시스템의 중심이며, 로우 메모리얼 도서관은 국립사적지로 지정된 건축의 걸작이다. 캠퍼스에는 FM 라디오 발명지인 철학관, 최초의 우라늄 원자 분열 실험이 이루어진 푸핀 홀 등 역사적 의미를 가진 건물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저명한 조각가 다니엘 체스터 프렌치가 만든 알마 마터 동상은 지식과 학문의 상징으로 캠퍼스의 상징적 중심지로 자리 잡고 있다. "로우 스텝스"는 학생들의 만남과 교류의 장소로 유명하다.
컬럼비아대학의 메인 캠퍼스는 맨해튼 모닝사이드 하이츠에 위치하며, 19세기 말 세스 로우의 통합 캠퍼스 비전에 따라 설계되었다. 건축가 McKim, Mead & White가 뷰자르 양식으로 디자인한 이 캠퍼스는 약 32에이커(13헥타르)에 걸쳐 있으며, 교수, 대학원생, 직원들이 거주하는 7,800개 이상의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
시험 기간 동안에는 학생들이 중앙도서관에 모포를 들고 밤을 지새우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과제와 시험이 끝난 날 밤, 학생들이 도서관 문을 열고 거리로 뛰쳐나가 소리를 지르던 장면도 인상 깊었다. 미국 대학생들의 공부 열정은 정말 대단했으며, 내가 느꼈던 긴장과 노력은 나만의 것이 아니었다.
눈 내린 컬럼비아대학 캠퍼스는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처럼 아름답다. 맨해튼 모닝사이드 하이츠에 자리 잡은 이 캠퍼스는 뉴욕의 바쁜 도시 풍경 속에서도 한적한 낭만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겨울이 되면 로우 메모리얼 도서관과 알마 마터 동상이 눈으로 뒤덮여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버틀러 도서관 앞의 계단, 흔히 "로우 스텝스"로 불리는 이곳은 눈이 쌓이면서 더없이 평화로운 풍경을 만들어내며 학생들과 방문객들이 눈싸움과 함께 즐기는 공간으로 변신한다.
캠퍼스 중앙에 위치한 나무들은 하얀 눈꽃으로 장식되고, 붉은 벽돌 건물들이 흰 눈과 어우러져 고풍스러운 아름다움을 더한다. 조용한 겨울 밤에는 대학 터널 시스템에서 새어나오는 온기와 더불어 눈 덮인 캠퍼스의 고요함이 도시의 소음을 잠시 잊게 해 준다. 이곳의 겨울은 공부로 바쁜 학생들에게 잠시 쉼을 주는 동시에, 맨해튼이라는 대도시 한가운데서도 자연의 평온함을 느끼게 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맨해튼의 생활은 다채로웠다. 내가 살던 집 옆방에는 파티를 좋아하는 이웃이 있었다. 이틀에 한 번꼴로 작은 방에 2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파티를 열었고, 그 소음 때문에 종종 고생했다. 어느 날 참다못해 조용히 해달라고 요청했더니, 그는 오히려 나를 파티에 초대했다. @@
컬럼비아대학에서 보낸 여섯 계절은 내 삶의 한 페이지를 아름답게 장식한 시절이었다. 비록 바쁘고 힘든 시간이었지만, 그곳에서의 경험은 나를 한층 더 성숙하게 만들어 주었다. 뉴욕이라는 도시와 컬럼비아대학, 그리고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나를 풍요롭게 해주었고, 이 모든 순간이 모여 나만의 이야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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