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문 안에서99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 전문 (2024.12.10) 한강 작가가 던진 문제의식을 관통하는 수상 소감문이라 블로그에 보관하고자 한다.다음의 두 질문이다.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동시에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 이하 전문이다. 폐하, 왕실 전하, 신사 숙녀 여러분. 제가 여덟 살이던 날을 기억합니다.오후 주산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데 갑자기 하늘이 열리더니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비가 너무 세차게 내리자 20여 명의 아이들이 건물 처마 밑에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길 건너편에도 비슷한 건물이 있었는데, 마치 거울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처마 밑에 또 다른 작은 군중이 보였습니다. 쏟아지는 빗줄기, 제 팔과 종아리를 적시는 습기를 보면서 문득 깨달았습니다. 저와 어깨를 맞대고 서 있는 이 모든 사람들, 그리고 건너편에 있는 모든 사람들.. 2024. 12. 12.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문 ‘빛과 실’(2024.12.08)을 읽고 지난 주 3일에 있었던 충격과 공포의 사태로 인해서 블로그 업데이트를 멈췄었다. 그 사이에 한강 작가가 스웨덴으로 가서 노벨문학상 수상과 관련된 기자회견을 하고 수상 기념 연설을 하는 것을 관심 있게 지켜 봤다. 노벨문학상으로 논문을 쓴 적이 있어서 그동안 나왔던 많은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연설문을 읽었는데, 그 중에서도 한강의 은 명문이다. 어떤 연설문은 문학 안에서만 맴돌고, 어떤 연설문은 종교적/유토피아적인 차원의 수사로 수렴되고, 어떤 연설문은 자신이 대가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되짚는다. 물론 모든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연설문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읽어본 범위 안에서는 2/3 정도는 그랬던 것 같다. 기존의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연설문과 비교해서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연설문 ‘빛과 실’ 에.. 2024. 12. 10. 도쿄 묘지 기행-조시가야, 지겐지, 혼묘지 방문 기록 도쿄에서 문인들의 묘지를 찾는 여정은 도시의 숨은 역사와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기회이다. 이번 기행에서 첫 번째로 방문한 곳은 도덴을 타고 도착한 조시가야 공원묘지(雑司ヶ谷霊園)였다. 도덴은 레트로하고 아날로그 감성이 가득하여 가는 길 자체가 즐거웠다. ♣ 메이지 시대에 만들어진 조시가야 공원묘지雑司ヶ谷霊園 조시가야 공원묘지에는 많은 문학가들이 잠들어 있어, 기일마다 이들을 추모하는 모임이 열리곤 한다. 특히 후타바테 시메이와 나쓰메 소세키의 묘를 찾았다. 묘지가 매우 넓기 때문에 입구에 있는 안내도에서 위치를 잘 확인하고 찾아가야 한다. 나쓰메 소세키의 무덤은 한국에서 온 지인들에게도 몇 번 안내한 적이 있지만, 이상하게도 사진을 찾을 수 없다. 하드디스크 어딘가에 잠들어 있을 듯 하다... 2024. 11. 4. 나쓰메 소세키 공원 "나쓰메 소세키 산방기념관" 방문 기록 내가 방문한 나쓰메 소세키 산방기념관, 현재는 신주쿠구립 나쓰메 소세키 산방기념관으로 불리는 이곳은 일본 문학의 거장, 나쓰메 소세키의 삶과 그의 문학적 유산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장소다. 이 기념관은 일본 문학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장소로, 나쓰메 소세키가 말년을 보낸 공간이기도 하다. 원래는 "나쓰메 소세키 공원"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이곳이 2019년 9월 24일, '나쓰메 소세키 산방기념관'으로 공식 개관하게 되면서 새로운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소세키는 신주쿠에서 태어나고 자라, 삶의 마지막 9년을 신주쿠의 와세다 남초에 위치한 집에서 보냈다. 이 집은 그의 문학 여정에서 매우 중요한 장소였으며, 이곳에서 '소세키 산방(漱石山房)'이라 불린 작은 서재를 중심으로 문학 활동을 펼쳤다. 그는 .. 2024. 11. 3. 제주도 답사 기록-서우봉 일제 진지동굴과 강정마을 베트남피에타상 제주도에서 열린 제주 4.3 관련 심포지엄에 참여하기 위해 떠났던 여행은 의미 있는 경험으로 가득 찼다. 심포지엄에서는 제주 4.3 사건의 역사적 중요성과 그 여파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이루어졌다. 여러 작가들과 학자들이 모여 각자의 시각에서 제주 4.3의 상처와 그로부터 우리가 배워야 할 점들을 공유하며, 이러한 아픔이 어떻게 문학과 예술로 표현될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시간을 가졌다. 심포지엄이 끝난 후, 참여한 작가들과 함께 서우봉 일제 진지동굴을 방문했다. 이곳은 1945년 일본 해군이 구축한 동굴 기지로, 태평양 전쟁 말기에 자살 공격을 감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공기지다. 동굴에 들어서자, 그 어둡고 좁은 공간은 역사의 비극을 체감하기에 충분했다. ♣ 서우봉 일제 진지동굴과 몬주기알서우봉 일제.. 2024. 10. 31. 삿포로에서 문학탐방-홋카이도문학관, 와타나베 준이치 문학관 지난 해 겨울 일본 근대문학 답사의 일환으로 규슈에서 홋카이도까지 일본을 횡단하고 왔다. 시간순으로 쓰면 좋겠지만 카테고리별로 정리한다. 삿포로에 도착해 사흘째 되는 날 문학 관련 답사를 다녔다. 눈덮인 나카지마공원을 지나 홋카이도 도립문학관에서 2시간 정도 전시를 보고, 공원 안에 있는 레너드 번스타인 기념비를 지나서, 삿포로천문대, 호헤이칸을 들렀다가, 와타나베 준이치 문학관에 들렀다.♣ 홋카이도 도립문학관홋카이도 도립문학관을 방문하며, 일본 문학의 다양성과 깊이를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관람료는 500엔으로,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그 이상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다. 상설 전시실은 1년 내내 공개되며, 특히 "홋카이도의 문학"이라는 테마 아래 아이누 민족 문학을 비롯해 소설, 비평, .. 2024. 10. 31. 홋카이도 오타루 탐방-이시카와 다쿠보쿠 시비와 오타루운하를 찾아 지난 해 겨울 일본 근대문학 답사의 일환으로 규슈에서 홋카이도까지 일본을 횡단하고 왔다. 시간순으로 쓰면 좋겠지만 카테고리별로 정리한다. 삿포로역에서 오타루역으로 향하는 여정은 단순히 열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메이지 시대의 흔적을 찾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이번으로 오타루 방문은 세 번째인데 올 때마다 느낌이 새로운 곳이다. 열차가 서서히 출발하자, 창 너머로 펼쳐지는 홋카이도의 풍경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푸르른 들판과 평화롭게 흐르는 강물, 그리고 곳곳에 솟은 산들이 마치 한 폭의 수채화 같다. 한가로운 마을을 지나, 때로는 해안가를 따라가면서, 저 멀리 푸른 바다가 보이기도 한다. 열차가 경쾌한 리듬으로 레일을 달릴 때, 내 마음도 그 소리에 맞춰 점점 더 오타루를 향해.. 2024. 10. 30. 아키타 문학 미술 답사-아키타문학자료관, 아키타현립미술관 방문 기록 지난 해 겨울 일본 근대문학 답사의 일환으로 규슈에서 홋카이도까지 일본을 횡단하고 왔다. 시간순으로 쓰면 좋겠지만 카테고리별로 정리한다.아키타는 평소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곳이라 가나자와를 포기하고 일정에 넣었다. 가나자와에도 꼭 가보고 싶었는데 제한된 일정인지라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모리오카에서 아키타로 향하는 길에도 눈이 계속 내렸다. 도호쿠로 들어온 이후로는 잠깐 멈추기도 했지만 눈과 계속 함께다. 날씨만 생각하면 시코쿠 쪽에 계속 있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한 겨울 도호쿠와 홋카이도에서 설원을 지칠 때까지 바라보고 싶다는 마음이 앞섰다. 아키타역에 내리니,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나마하게(なまはげ)였다. 나마하게는 아키타 지역의 전통적인 민속 신화 속 존재로, 두려움을 상징하는 얼굴에 .. 2024. 10. 24. 이와테 미야자와 겐지 기념관 방문 기록 지난 해 겨울 일본 근대문학 답사의 일환으로 규슈에서 홋카이도까지 일본을 횡단하고 왔다. 시간순으로 쓰면 좋겠지만 카테고리별로 정리한다.모리오카에서 이틀째 되는 날 드디어 미야자와 겐지 문학 답사를 다녀왔다. 다행히 눈이 내리지 않아서 조금 쾌적하게 다닐 수 있었지만, 쌓인 눈을 치우지 않아서 기념관에 걸어갈 엄두가 나지 않아서 택시를 탔다. 정리해 보면 모리오카역에서 신칸센으로 신하나마키역으로 이동해, 그곳에서 택시를 타고 15분 쯤 이동해서 미야자와겐지 기념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미야자와 겐지 기념관 미야자와 겐지 기념관은 그의 고향인 하나마키에 있는데 언덕 위에 있어서 눈이 많이 내린 날은 차로 올라가는 게 안전하다. 기념관에 도착한 후에 안 사실이지만 기념관의 경사진 언덕길이 아니라 조금 더 .. 2024. 10. 23. 시부타미 다쿠보쿠기념관과 이와테대학 방문 기록 지난 해 겨울 일본 근대문학 답사의 일환으로 규슈에서 홋카이도까지 일본을 횡단하고 왔다. 시간순으로 쓰면 좋겠지만 카테고리별로 정리한다. 마쓰야마에서 2박을 하고 다카마쓰에서 하룻밤을 잔 후, 다음날 아침 아주 먼 여행길에 올랐다. 바로 다카마쓰에서 모리오카까지 7시간이 넘는 여정이다. 교통비만 3만엔이 넘는 여정이었지만 JR패쓰가 있어서 부담없이 열차로 이동할 수 있었다.♣ 다카마쓰에서 모리오카로 다카마쓰에서 모리오카까지 철도로 떠난 그날 아침, 나는 창밖으로 펼쳐진 일본의 다양한 풍경을 보며 긴 여정을 시작했다. 다카마쓰를 떠나면서부터 점차 서서히 북쪽으로 올라가는 기분이 들었고, 겨울철 특유의 차가운 공기가 점점 더 느껴졌다. 약 7시간이 넘는 긴 여정이었지만, JR 패스를 이용했기에 교통비 걱정 .. 2024. 10. 22. 다자이 오사무 문학을 담은 아오모리근대문학관에 가다 지난 해 겨울 일본 근대문학 답사의 일환으로 규슈에서 홋카이도까지 일본을 횡단하고 왔다. 시간순으로 쓰면 좋겠지만 카테고리별로 정리한다. 그 당시 JR PASS, 그린 석을 67만원인가에 예약했었는데, 다시 KLOOK에 들어가서 봤더니 97만원으로 가격이 대폭 인상돼 있다. 1년도 안 돼 거의 30만원이 오르다니, 코로나 이후 여행객 증가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는 인상폭이다. 아오모리는 규슈에서 시코쿠, 이와테를 거쳐서 도착한 곳이다. 모리오카에서 이시카와 다쿠보쿠와 미야자와 겐지 기념관을 다니며 2박을 한 후, 오후 시간에 신칸센을 타고 아오모로 출발했다. 겨울에 도호쿠 지역을 여행하는 것은 처음인데 이와테에 도착한 후부터 눈이 계속 내려서 돌아다니기기가 힘들 정도였다. 특히 신아오모리.. 2024. 10. 21. 러일전쟁 격전지, 중국 대련의 203고지를 가다 중국 남만주철도 답사 때 대련을 방문했다. 대련에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안중근 의사의 목숨을 앗아간 '여순감옥'이다. 그에 관해서는 지난 번에 포스팅을 했으니 건너 뛴다. 여순감옥을 나온 후, 우리 일행은 러일전쟁 당시 난공불락의 고지로 여겨졌던 203고지로 향했다. 여순감옥에서 203고지까지는 7k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서 택시를 타고 약 20분 정도 가니 도착할 수 있었다. 이곳은 일본 제3군 사령관이었던 노기 마레스케가 자신의 병사들과 함께 러시아군의 견고한 방어를 뚫고 승리를 거둔 곳이다. 하지만 무리한 돌격 작전으로 수 많은 일본 육군 전사자를 내면서 상처 가득한 승리의 주역이 되었다. 203고지는 러일전쟁의 승패를 가른 중요한 전투의 현장으로, 일본군이 이곳을 점령함으로써 러시아의 발틱.. 2024. 10. 14. 이전 1 2 3 4 ··· 9 다음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