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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벽을 넘어/국내 및 동아시아

오키나와 탐방-나하에서 하에바루까지

by DoorsNwalls 2024. 10. 8.

지난 10년 동안 코로나 시기를 제외하면 1년에 1-2번 이상은 오키나와를 방문해서 나하 주변에서 유명한 곳은 이제 거의 다 방문했기에, 이번 탐방에서는 하에바루 지역을 찾아가기로 했다.
 
하에바루는 그동안 비교적 덜 알려진 곳이지만, 오키나와의 역사적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중요한 장소들로 가득하다. 다행히 하에바루를 잘 아는 오키나와 작가 분의 안내를 받아 더 자세히 지역의 역사적 의미와 문화를 배울 수 있었다. 이번 여정에서는 나하시역사박물관, 쓰시마마루기념관, 복주원을 다녀온 후 작가분의 안내를 받고 하에바루로 이동해서 오키나육군병원 하에바루 참호와 같은 장소들을 탐방하며 오키나와 전쟁과 관련된 역사적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다.


  • 나하시역사박물관
  • 쓰시마마루기념관
  • 복주원
  • 오키나육군병원 하에바루 참호  
  • 하에바루문화센터

 


 
나하시역사박물관


나하시역사박물관은 유이레일 겐초마에県庁前駅에서 내리면 5분 안에 도착할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곳에 있다.
나하시역사박물관에는 오키나와의 전근대와 근대, 그리고 오키나와전쟁과 관련된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박물관이 그렇게 넓지 않아서 약 1시간 정도면 충분히 둘러보고 나올 수 있는 곳이다.
 
오키나와 전쟁 당시의 기록들이 눈길을 끈다. 전쟁으로 인한 파괴와 그 후의 재건 과정을 담은 전시도 매우 인상적이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한 시간 정도면 오키나와의 복잡한 역사를 체계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나하시역사박물관에서
나하시역사박물관

 
나하시역사박물관을 나와서 오키나와전쟁 당시 많은 사람이 배가 침몰해 희생된 것을 기리는 쓰시마마루기념관으로 향했다. 
 
쓰시마마루기념관


쓰시마마루 기념관은 1944년 8월 22일, 학생들을 가득태운 '쓰시마마루(対馬丸)'가 침몰한 사건을 기억하고자 만들어진 곳이다. 전쟁이 막바지에 이른 1944년 8월 22일 오후 10시 12분경, 쓰시마마루는 가고시마현 앞바다를 항해하던 중, 미군 잠수함 보핀(Bowfin) 호의 어뢰 공격을 받아 침몰했다. 이 배에는 학생을 포함해서 1800명 가까이가 타고 있었고 이 중에서 1,484명이 사망했다. 참으로 비극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쓰시마마루기념관에서

 침몰하기 전의 쓰시마마루 사진과 모형 등도 기념관 안에서 볼 수 있다.

쓰시마마루기념관에서
쓰시마마루기념관에서
쓰시마마루기념관에서
쓰시마마루기념관에서

쓰시마마루 기념관에서는 당시의 비극적인 역사를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전시물이 마련되어 있다. 침몰 사건 전후의 상황을 설명하는 사진, 생존자의 증언, 그리고 그날의 참사를 재현한 모형 등은 방문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또한, 희생된 학생들의 유품과 그들의 삶을 기리기 위한 기념비도 세워져 있어 전쟁이 남긴 상처와 비극을 되새기게 한다. 기념관은 이 비극적인 사건을 통해 전쟁의 참혹함과 평화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쓰시마마루기념관을 방문했다면 그곳에서 멀지 않은 복주원에 가보는 것도 하나의 옵션이다.
 
오키나와 나하시와 중국 복주시 우정의 상징물, 복주원


오키나와 나하시의 '복주원(福州園)'은 중국 복주시와의 우정을 상징하는 정원으로, 1992년에 개장했다. 이곳은 전통적인 중국 정원의 미학을 바탕으로 설계되었으며, 돌다리, 폭포, 연못 등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경관이 특징이다. 

복주원에서

나하 중심가에서 약간 벗어난 위치에 자리하고 있어 도시의 소음을 피해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방문했을 때, 우아하게 꾸며진 정원과 함께 중국의 건축 양식이 돋보이는 정자들이 인상 깊었다. 

복주원에서
복주원에서

특히 물가 근처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은 더위를 식혀주며 편안한 시간을 제공했다. 복주원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오키나와와 복주 간의 오랜 우정을 상징하는 장소로, 두 지역 간의 교류와 협력의 역사를 기념하고 있었다. 
 
여기까지 보고 오키나와 작가 분과 만나 점심 식사를 한 후, 차를 빌려타고 하에바루 쪽으로 이동했다.
 
 오키나육군병원 하에바루 참호 


하에바루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찾은 곳은 오키나와육군병원 하에바루 참호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육군이 만든 참호이다. 참호를 만드는 과정에서 조선인 군부가 많이 동원되었고, 그래서 안에는 한글로 쓴 글귀도 있다고 작가 분이 알려주셨다. 

 
이곳 참호안에 들어가려면 안전모를 필수로 착용해야 한다. 안전모를 쓰고 참호로 들어가려는데 오키나와 현지분들이 함께 간 작가님을 알아보고 사인 요청을 하기도 했다.  
 
우리는 안전모를 착용하고 참호 안으로 들어갔다. 참호 입구는 어둡고 좁았지만, 안으로 들어가니 생각보다 길고 복잡한 구조로 이어져 있었다. 이곳은 일본 육군이 미군의 공습을 피하기 위해 조성한 병원 참호였으며, 수많은 부상자들이 이곳에서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오키나육군병원 하에바루 참호

참호 2호에 들어가는 사람에게 알리는 주의 문구도 있었다. 헬멧을 꼭 쓸 것, 한 번에 10명 이내로 들어갈 것, 참호 안의 시설물 등을 만지지 말 것, 장난을 치거나 소란을 피우지 말 것 등. 

오키나육군병원 하에바루 참호

당시 참호를 판 도구도 전시돼 있었다. 이런 곡괭이로 참호를 파다니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고생을 했을지 눈에 선했다.

오키나육군병원 하에바루 참호
오키나육군병원 하에바루 참호

참호를 걸으며 당시의 고통스러운 상황을 상상하게 되었다. 어둡고 습한 공간에서 부상자들을 치료하며 공습을 피하려 했던 일본군과 강제 동원된 조선인들의 고단한 삶이 떠올랐다. 참호를 파기 위해 사용된 도구들은 그들의 노고와 절박함을 상징하는 듯했다. 좁고 암울한 이 공간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두려움 속에 시간을 보냈을지, 참혹한 전쟁의 현실이 피부로 와닿았다. 
 
참호를 나와 작가님의 안내를 받고 하에바루문화센터로 향했다. 오키나와인들의 해외이민, 디아스포라의 역사를 알 수 있는 곳이다.
 
 하에바루문화센터


오키나와는 일본 본토와는 다른 역사적 배경과 문화적 정체성을 지니고 있으며, 경제적 어려움과 전쟁의 여파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해외로 이주해야 했다. 특히 브라질, 페루, 미국 등으로 떠난 이민자들의 이야기가 전시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하에바루문화센터

센터 내부에는 이민을 떠난 오키나와인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며 쓴 편지, 당시의 사진, 그리고 그들이 겪은 어려움을 기록한 자료들이 잘 정리되어 있었다. 또한, 그들이 해외에서 어떻게 공동체를 형성하고, 고향 오키나와와 연결을 유지하며 살아왔는지도 자세히 소개되어 있었다. 이곳에서 오키나와의 문화적 정체성과 그들이 겪은 역사적 고난, 그리고 디아스포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전해져 가슴 깊이 와닿았다. 
 

하에바루문화센터
하에바루문화센터
하에바루문화센터

귀국길

이번 여정의 시작은 나하시역사박물관과 쓰시마마루기념관, 그리고 복주원이었다. 하에바루로 이동해 방문한 오키나육군병원 하에바루 참호는 더더욱 가슴을 울렸다. 참호 안은 어둡고 차가웠지만, 그 안에서 일본군과 강제 동원된 조선인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을지 상상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찾은 하에바루문화센터에서는 오키나와인들의 이민 역사와 그들이 해외에서 겪은 어려움, 그리고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편지들이 나를 사로잡았다. 그들의 이야기는 단순히 역사가 아닌, 사람들의 삶과 애환이 담긴 이야기로 다가와 깊은 감동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