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바위는 내가 오키나와를 방문했을 때, 특별한 인연을 통해 마타요시 에이키 작가의 안내를 받아 다녀온 기억에 남는 장소다. 이곳은 단순한 자연 지형물이 아닌, 마타요시 문학의 세계와 깊이 연결된 곳으로, 그의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오키나와의 역사와 자연, 그리고 사람들의 삶이 담겨 있는 공간이었다. 내가 직접 이곳을 찾아간 것이 아니라, 작가의 안내로 동행한 덕분에 방문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 정확한 위치는 지금도 기억하기 어렵다. 게다가 구글 맵과 같은 지도 서비스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곳이었고, 비공식적이고 관광객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비밀스러운 장소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했다.
거북바위는 마타요시 문학의 반경 2km의 세계 약도로 보자면 캠프킨저 근처이다.
캠프 킨저는 미국 해병대가 사용하던 군사 기지로, 오랜 기간 동안 미군의 주요 보급 기지 역할을 했다. 이곳은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의 보급 기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고, 그 역사적 배경이 묻어나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와 같은 군사적 의미를 넘어선 자연의 신비로움이 바로 거북바위에 담겨 있었다. 이곳은 자연이 오랜 세월을 거쳐 조각해낸 바위로, 그 모양이 정말로 거북이를 닮아 있었다. 마치 바위 자체가 자연의 일부이면서 동시에 하나의 생명체인 것처럼 느껴졌다.
오키나와의 현지 언어인 우치나구치로 이 바위를 ‘가미지’라고 부른다. 가미지는 거북이를 의미하는 단어로, 지역 주민들에게도 특별한 의미를 지닌 자연의 유산이다. 바위를 처음 마주했을 때, 그 생김새가 얼마나 정교하고 실제 거북이처럼 보이는지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곳에서 바라본 바위는 고요하면서도 장엄한 분위기를 풍겼고, 오키나와의 역사와 문화가 이 자연물 속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한 바위 하나가 이렇게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이곳의 상징성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가미지를 천천히 둘러본 후, 나는 다시 작가의 안내를 따라 바위를 벗어나 캠프 킨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에서 바라본 캠프 킨저는 과거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한 채 서 있었다. 베트남 전쟁 당시 이곳은 군사적 요충지였고, 많은 병력과 물자가 이곳을 통해 이동했을 것이다. 캠프 킨저의 역사적 의미는 단순한 미군 기지 이상의 무게감을 가지고 있었다. 이 기지가 오키나와 섬의 삶에 미친 영향은 결코 작지 않으며, 이러한 군사적 장소들이 오키나와의 문화와 역사를 어떻게 형성해 왔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들었다.
최근에 내가 읽은 정보에 따르면, 주일 미군은 2030년에 이곳 캠프 킨저의 토지를 일본 정부에 반환할 예정이다. 이로 인해 오키나와의 풍경은 다시 한 번 큰 변화를 맞이할 것이며, 지역 사회도 이에 따라 새롭게 재편될 것이다. 마키미나토 보급 지구는 오키나와 섬 중남부의 서해안에 위치한 우라소에시에 자리한 미국 해병대의 병참 기지로, 오랜 기간 동안 미군이 점유해온 지역이다. 하지만 이제 그 반환이 예정되면서, 이곳의 땅은 오키나와 주민들의 손에 다시 돌아가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오키나와의 역사와 미래를 잇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며, 나 역시 이곳의 변화된 모습을 직접 확인하고 싶다.
가미지의 위치는 여전히 불분명하고, 처음 갔을 때 작가의 안내 없이는 아마도 찾아가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모호함이 오히려 이곳을 더욱 매력적이고 신비로운 장소로 만들었다. 자연의 숨겨진 보물 같은 느낌이었고, 그 속에서 마타요시 문학의 세계와 오키나와의 역사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언젠가 다시 우라소에를 방문하게 된다면, 나는 꼭 다시 가미지를 찾아가고 싶다. 이번에는 조금 더 오래 머물며 그 주변의 풍경을 찬찬히 둘러보고, 마타요시 문학과 오키나와의 자연을 더 깊이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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