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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벽을 넘어/국내 및 동아시아

가미카제 특공대, 치란 특공평화회관 방문기

by DoorsNwalls 2024. 10. 10.

 
치란 특공평화회관知覧特攻平和会館은 일본 가고시마현 미나미큐슈시에 위치한 특공대 기념관으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가미카제 특공대의 출격 기지였던 곳이다. 치란은 일본 제국의 가미가제 특공대가 태평양 전쟁 말기에 연합군 함대를 향해 자살 공격을 감행한 역사의 현장이다. 이곳을 방문하는 것은 매우 무거운 마음으로 역사적 비극을 마주하는 경험이었다. 왜냐하면 특공대 대원 중에는 일본인만이 아니라 조선인도 있었기 때문이다.

치란 특공평화회관에서

기념관에 들어서자마자 먼저 느낀 것은 묘한 정적이었다. 전시관 내부는 가미카제 특공대원의 유품과 편지, 사진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중에서도 유족에게 남긴 마지막 편지들은 특히 마음을 울렸다. 젊은 특공대원들이 가족에게 남긴 글에는 슬픔과 불안, 때로는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각오가 담겨 있었다. 

치란 특공평화회관에서
치란 특공평화회관에서
치란 특공평화회관에서

이곳을 방문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는 가미가제 특공대원들이 머물렀던 '삼각병사(三角兵舎)'를 직접 눈으로 본 것이다. 삼각형 모양의 지붕이 특징인 이 병사는, 특공대원들이 출격을 기다리며 마지막 나날을 보냈던 장소로, 그들의 심경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유적이다. 이곳에서 그들은 명령을 기다리며, 동료들과 생사를 논하고, 때로는 조국을 위해 죽음을 맞이할 각오를 다졌을 것이다.

치란 특공평화회관에서

 

치란 특공평화회관에서

병사는 지금도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군더더기 없는 목조 건물의 내부는 매우 간소하고 좁았다. 특공대원들은 이곳에서 침낭을 깔고 잠을 청했으며, 방 한쪽에 마련된 작은 공간에서 편지를 쓰거나 동료들과 마지막 대화를 나눴다. 병사에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적막감은 이곳에 머물렀던 대원들의 불안과 결연함을 그대로 전해 주는 듯했다.

치란 특공평화회관에서
치란 특공평화회관에서

삼각병사는 단순한 숙소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가미가제 특공대원들은 이곳에서 자신들의 운명을 마주하고, 출격 명령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들의 짧고도 불안한 시간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상상하기 어려웠지만, 이 공간에서 그들이 마지막으로 남긴 흔적과 감정들이 느껴졌다. 한편으로는, 이 공간에서 보낸 시간이 그들에게는 소중한 추억이자 고독 속의 연대감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란 특공평화회관에서

 

치란 특공평화회관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실제 특공대원들이 탑승했던 전투기와 그들이 사용했던 장비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치란 기지에서 출격한 특공대원들은 이 작은 전투기에 몸을 싣고 바다로 향해 갔다. 그들의 사명감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어떠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치란 특공평화회관에서
치란 특공평화회관에서

기념관 주변에는 전사한 특공대원들을 기리는 비석과 기념물이 자리 잡고 있다. 

치란 특공평화회관에서

특공대원들의 이야기를 접하며 전쟁이 개인과 가족에게 어떤 상처를 남기는지를 실감했다. 전쟁은 영웅적인 희생만을 강요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젊은 생명들을 앗아갔다는 현실을 이곳에서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다만 렌트카를 반납하고 가고시마공항으로 가야 했는데 초행길이라서 시간적 여유를 둬야 해, 이곳에서 2시간 이상 보낼 수 없었던 점은 무척 아쉬웠다. 게다가 가고시마공항으로 가는 길에 하마터면 길을 잘 못 들어서 비행기를 놓칠 뻔 했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조금은 아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