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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문 안에서/기억과 장소

다자이 오사무 문학을 담은 아오모리근대문학관에 가다

by DoorsNwalls 2024. 10. 21.

지난 해 겨울 일본 근대문학 답사의 일환으로 규슈에서 홋카이도까지 일본을 횡단하고 왔다. 시간순으로 쓰면 좋겠지만 카테고리별로 정리한다. 그 당시 JR PASS, 그린 석을 67만원인가에 예약했었는데, 다시 KLOOK에 들어가서 봤더니 97만원으로 가격이 대폭 인상돼 있다. 1년도 안 돼 거의 30만원이 오르다니, 코로나 이후 여행객 증가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는 인상폭이다.

신칸센을 타고 모리오카에서 아오모리로


아오모리는 규슈에서 시코쿠, 이와테를 거쳐서 도착한 곳이다. 모리오카에서 이시카와 다쿠보쿠와 미야자와 겐지 기념관을 다니며 2박을 한 후, 오후 시간에 신칸센을 타고 아오모로 출발했다.

신아오모리에서 아오모리로 가는 길

겨울에 도호쿠 지역을 여행하는 것은 처음인데 이와테에 도착한 후부터 눈이 계속 내려서 돌아다니기기가 힘들 정도였다. 

특히 신아오모리역에서 아오모리역에 도착하니 눈이 많이 쌓여 있어서 걷기도 힘들었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보도에 쌓인 눈을 바로 치우지 않아서 눈 위로 캐리어를 끌고 다녀야 하는 것이 고역이었다. 

아오모리역

그래도 다행히 도요코인이 아오모리역 바로 근처에 있어서 10분 안에 호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객실에 도착해서 밖을 내다보니 도로 위는 제설차량이 열심히 눈을 치우고 있었다. 

아오모리역 도요코인 객실에서

호텔 자판기를 보니 아오모리 특산품인 아오모리 사과로 만든 쥬스캔을 팔고 있어서 하나 사서 마셔봤다. 특별한 맛이라기보다는 사과 맛이 조금 강한 정도다. 천원이 조금 넘는 가격이니 큰 기대를 해서는 안 된다. 

아오모리 특산품인 아오모리사과로 만든 음료수캔 자판기

음료수를 마신 후 버스를 타고 아오모리근대문학관으로 향했다. 버스에서 내리자 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길은 제설이 전혀 돼 있지 않아 발끝에 온 신경을 다 집중하고 조심조심 걸을 수밖에 없었다.  

아오모리근대문학관

특히 문학관 입구까지 가는 길이 특히 미끄러워서 몇 번인가 미끄러질 뻔했다. 한국 같으면 염화칼슘을 뿌려서 길이 얼어붙을 때까지 놔두지는 않을 텐데, 여러모로 의아했다. 아마도 눈이 계속 내리니 지자체로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리라.  

아오모리근대문학관

아오모리근대문학관은 아오모리현립도서관 안에 있는 그리 큰 규모는 아니었지만, 과거에 했던 전시 도록 등이 충실히 전시돼 있었다. 특히 다자이 오사무와 관련된 전시가 여러번 열렸던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오모리근대문학관.. 20일 정도 되는 휴관일을 아슬아슬 하게 피했다!

아오모리 근대문학관을 찾은 이번 여정은 특히 다자이 오사무의 팬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보고 싶어 할 만한 소중한 시간이었다. 다자이 오사무는 일본 근대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그의 작품들은 인간의 고뇌와 자아 성찰, 그리고 절망과 희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복잡한 감정을 깊이 있게 다룬다. 그가 남긴 작품들은 오늘날에도 많은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그런 그를 기리는 아오모리 근대문학관은 다자이 오사무를 향한 경의와 애정을 가득 담고 있었다.

아오모리근대문학관

근대문학관에 들어서자마자 느껴진 차분한 분위기는 마치 과거로 돌아가 다자이의 숨결을 느끼게 했다. 전시물들은 그의 삶과 작품 활동을 잘 조명하고 있었다. 특히, 그의 대표작인 『인간 실격』과 『달려라 메로스』를 통해 느꼈던 그의 심오한 사상과 감정들이 전시된 자료들 속에서 다시금 선명하게 다가왔다.

문학관에서 구매한 6권의 책자는 다자이의 삶과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자료들로, 이곳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특별한 소장품들이었다. 다자이 오사무는 아오모리 출신으로, 그의 생애와 문학적 발자취가 이곳에 고스란히 녹아 있는 듯했다. 책자들은 다자이의 문학 세계를 더 깊이 탐구할 수 있도록 돕는 귀중한 자료로, 그의 작품에 담긴 복잡한 인간 심리를 다시금 파고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아오모리근대문학관

1시간 정도 문학관을 둘러본 후 밖으로 나왔다.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정류장에 이상한 게 눈에 띄었다. 
누군가가 잃어버린 물건을 비닐 봉지로 잘 싸서 날짜와 함께 써 걸어놓은 것이다. 

아오모리근대문학관에서 다시 숙소로 가는 길
누군가가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주는 방법

 
버스에서 내려 눈 덮인 길을 조심조심 걸어 숙소로 향하는 길에 커피숍에 들렀다.

아오모리역앞
아오모리역에 있는 커피숍

아오모리역 앞의 카페에서 마신 따뜻한 커피는 그날의 여정을 마무리 짓는순간이었다. 

아오모리역앞 까페에서 마신 커피

아오모리 근대문학관은 단순한 문학 전시 공간이 아니라, 다자이 오사무의 영혼이 깃들어 있는 장소였다. 그의 삶과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다자이의 작품을 읽고 그의 고뇌를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이곳을 방문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