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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문 안에서/기억과 장소

이와테 미야자와 겐지 기념관 방문 기록

by DoorsNwalls 2024. 10. 23.

지난 해 겨울 일본 근대문학 답사의 일환으로 규슈에서 홋카이도까지 일본을 횡단하고 왔다. 시간순으로 쓰면 좋겠지만 카테고리별로 정리한다.


모리오카에서 이틀째 되는 날 드디어 미야자와 겐지 문학 답사를 다녀왔다. 다행히 눈이 내리지 않아서 조금 쾌적하게 다닐 수 있었지만, 쌓인 눈을 치우지 않아서 기념관에 걸어갈 엄두가 나지 않아서 택시를 탔다. 정리해 보면 모리오카역에서 신칸센으로 신하나마키역으로 이동해, 그곳에서 택시를 타고 15분 쯤 이동해서 미야자와겐지 기념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모리오카에서 신하나마키로 가는 신칸센 티켓
미야자와 겐지 뮤지엄 근처 지도
미야자와 겐지 기념관 주변 지도
신하나마키 역에 있는 미야자와 겐지 등신대와 시 <비에도 지지 않고>
미야자와 겐지 기념관 가는 길

 미야자와 겐지 기념관  


미야자와 겐지 기념관은 그의 고향인 하나마키에 있는데 언덕 위에 있어서 눈이 많이 내린 날은 차로 올라가는 게 안전하다. 기념관에 도착한 후에 안 사실이지만 기념관의 경사진 언덕길이 아니라 조금 더 올라가면 나무 계단도 있다.

미야자와 겐지 기념관 가는 길
미야자와 겐지 기념관
미야자와 겐지 기념관

미야자와 겐지(宮沢賢治, 1896-1933)는 일본 이와테현 출신의 시인이자 동화 작가로, 일본 문학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는 자연, 우주, 농민의 삶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관계를 깊이 탐구했다. 특히 그의 고향인 이와테현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은 겐지의 작품 세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겐지는 어린 시절부터 이와테의 산과 강, 들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자연과의 교감을 쌓았고, 이 경험은 그의 문학적 상상력의 중요한 원천이 되었다.

미야자와 겐지 기념관

겐지는 농학을 전공한 후 이와테에서 농민들에게 농업 기술을 교육하는 일에 헌신했다. 그는 자신의 지식을 통해 지역 농민들의 생활을 개선하려 노력했으며, 이런 경험은 그의 작품 속에 반영되어 있다. 대표작 「은하철도의 밤」과 「비에도 지지 않고」는 자연과 인간, 그리고 우주를 연결하는 주제를 다루며, 그의 철학적 사유가 짙게 배어 있다. 겐지의 작품 속 자연에 대한 애정과 인간성에 대한 깊은 성찰은 오늘날까지 많은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미야자와 겐지 기념관에서 <비에도 지지 않고> 수첩

미야자와 겐지의 대표작 중 하나인 「비에도 지지 않고」는 그의 생애 후반에 수첩에 남긴 글로, 인간이 자연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야 하는지를 담고 있다. 후일 수첩에서 이 부분만 떼어내서 시로 발표돼 현재는 모두 개별적인 시로 사람들이 알고 있다.
 
이 시는 겐지의 이상적 인간상을 그리며, 고통을 겪더라도 겸손하고 남을 배려하며 살아가는 삶의 자세를 강조한다. 시의 화자는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자연의 시련에도 굴복하지 않으며, 개인의 욕심을 버리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며 살아가는 인물을 묘사한다. 이 시는 일본에서 겸손과 인내의 상징으로 널리 사랑받고 있으며, 겐지의 평생의 신념인 이타주의와 불교적 사상이 녹아 있는 작품이다.

미야자와 겐지 기념관에서, 미야자와 겐지 여동생의 바이올린
미야자와 겐지의 첼로

미야자와 겐지의 두 살 어린 여동생 토시가 고등여학교에 다니던 시절 사용했던 바이올린이, 이와테현 하나마키에 위치한 미야자와 겐지 기념관에 겐지의 첼로와 나란히 전시되어 있다. 이 중에서 미야자와 겐지의 첼로 안쪽을 잘 들여다 보면 미야자와 겐지의 첼로임을 나타내는 K.M.이라는 사인이 보인다. Kenji Miyaza의 약자다. 첼로 안쪽에서 그의 이니셜을 발견했을 때 세월의 무상함과, 살아 있을 때 명성을 누리지 못 했던 쓸쓸한 그의 모습과 사후의 명성의 갭이 너무나 아득하게 느껴졌다. 
 
미야자와 겐지와 그의 여동생은 매우 깊은 유대감을 나누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토시는 겐지보다 두 살 어린 여동생으로, 겐지는 그녀를 무척 아끼고 사랑했다. 특히 둘은 정신적 교감을 나누며 서로를 의지했으며, 토시는 겐지의 예술적, 철학적 탐구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토시는 고등여학교 시절 결핵에 걸리며 건강이 악화되기 시작했고, 결국 1922년 11월 27일,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녀의 죽음은 겐지에게 엄청난 충격과 슬픔을 안겨줬다. 겐지는 여동생을 살리기 위해 온갖 정성을 다했으나, 그녀를 구할 수 없었고, 이로 인해 깊은 죄책감과 상실감을 느꼈다. 

토시는 겐지의 문학적 영감의 원천이자, 그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였으며, 그녀의 죽음은 그가 남긴 문학적 세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미야자와 겐지 기념관 근처의 신사로 가는 길
미야자와 겐지 기념관 기념관 안내판
미야자와 겐지 기념관에 있는 야마네코(산고양이) 식당

미야자와 겐지 기념관에 있는 야마네코 식당은 그의 동화에서 영감을 받은 카페로, "야마네코(산고양이)"는 그의 작품 「주문이 많은 요리점」에 등장하는 동물이다. 이 식당은 겐지의 문학 세계를 체험할 수 있는 독특한 장소로, 그의 작품 속 분위기와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반영한 메뉴와 인테리어가 특징이다.

야마네코 식당에서는 지역에서 생산된 신선한 재료로 만든 음식이 제공되며, 이와테의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건강하고 전통적인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미야자와 겐지가 추구한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삶의 방식을 반영한 메뉴들이 마련되어 있어, 방문객들은 그의 문학적 감성을 음미하며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미야자와 겐지 기념관과 이어진 나무 계단

 미야자와 겐지 동화마을


미야자와 겐지 동화마을(宮沢賢治童話村)은 이와테현 하나마키에 위치한 테마파크로, 미야자와 겐지의 동화와 시 세계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은 자연과 우주, 그리고 환상적인 세계를 배경으로 한 그의 작품들을 재현한 여러 전시와 체험 시설들로 꾸며져 있다. 

미야자와 겐지 동화마을 앞, 백조 정류장
미야자와 겐지 동화마을에서
미야자와 겐지 동화마을에서
미야자와 겐지 동화마을에서

그러나 아쉽게도 이번 방문에서는 휴관으로 인해 내부로 들어가지는 못했다. 동화마을 안에는 다양한 전시관과 체험 공간들이 마련되어 있어, 겐지의 동화 속 풍경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고 하는데, 다음 기회를 기약해야 할 것 같다.
 
 하나마키시 박물관


하나마키시 박물관에서 본 인간의 발자국 화석은 정말 인상 깊었다. 이 화석은 먼 옛날 이 땅을 걸었던 사람들의 흔적을 그대로 담고 있어, 그들의 삶과 시간을 연결해주는 특별한 유물로 느껴졌다. 과거의 인간이 남긴 발자국을 보며, 그들이 어떤 환경 속에서 살았을지, 어떤 생각을 하며 이곳을 걸었을지 상상하게 만들었다.

하나마키시 박물관에서
하나마키시 박물관에서

이 발자국 화석은 단순한 유물이 아니라, 역사 속 인간의 존재를 생생하게 증명하는 기록처럼 다가왔다. 수천 년 전 인간이 이 지역에서 살아가며 남긴 흔적을 눈앞에서 보니, 시간의 흐름과 인간의 발자취가 어떻게 이어져 왔는지에 대한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하나마키시 박물관에서

미야자와 겐지 기념관을 둘러본 후, 다시 신하나마키역으로 돌아가 모리오카역으로 향했다. 기념관에서 겐지의 삶과 작품 세계에 푹 빠진 채 기차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그의 작품 속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모습이 계속 떠올랐다.

신하나마키역...다시 눈이 내리고 있다
신하나마키역에서

모리오카에 도착한 후, 저녁을 먹기 위해 유명한 야키니쿠 전문점 세로카쿠를 찾았다. 모리오카는 냉면으로도 유명한 도시라 기대가 컸는데,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곳에서 주문한 모리오카 냉면은 특유의 쫄깃한 면발과 시원한 국물이 일품이었고, 적당히 매콤하면서도 상쾌한 맛이 인상적이었다. 이전에 먹었던 평평샤의 냉면과 비교했을 때, 세로카쿠의 냉면은 조금 더 자극적이고 풍미가 강해 색다른 즐거움을 주었다.

야키니쿠 전문점 세로카쿠
세로가쿠에서 먹은 모리오카냉면

냉면의 매콤한 국물이 입안을 시원하게 채워주었고, 야키니쿠와 함께 즐기니 더욱 맛있게 느껴졌다. 한 그릇을 깨끗이 비운 후에는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호텔로 돌아와 하루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