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서 인구 200만이 넘게 사는 아이치 현 나고야 시(名古屋市)에 다녀왔다. 신칸센으로 1시간 30분이면 가는 곳이지만 일이 꼬여서 야간버스를 이용해서 갔더니 5시간 넘게 걸렸다. 밤 12시 출발에 새벽 5시 반 나고야에 도착했다.
나고야는 신칸센을 타고 간사이나 규슈로 가면서 거쳐만 갔던 곳으로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흔한 생각으로 오사카, 교토 그리고 도쿄의 경우 과거와 현재의 수도라는 자부심이라도 있지만 나고야는 그다지 내세울 것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도 나고야 사람들은 일본 그 어떤 지역보다도 자부심과 정체성이 대단해 보였다. 일본에서 만났던 나고야 출신 친구는 술이 들어가면 나고야 자랑을 계속 늘어놓기도 했다.
◈나고야성으로
나고야에 도착해 전차를 타고 나고야성으로 향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나고야 출신의 오다 노부나가가 버린 성을 전국통일 후에 현재의 모습으로 축성했다. 이 성은 에도시대 17대에 걸쳐 메이지 시대까지 나고야 지역을 통치했다.
나고야 인들이 지닌 정체성의 배경은 지리적 이유를 첫째로 들 수 있다고 한다. 간사이와 간토를 잇는 길목에 위치했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역사적으로 나고야는 전국통일을 이루려는 세력들의 각축장이 돼왔다.
나고야의 역사를 말할 때 흔히 '나고야 400년사'라고 하는 것은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나고야성을 축성하고 모든 체제를 정비한 이후를 말한다. 이때부터 나고야는 에도(도쿄)와 교토, 오사카 다음으로 꼽히는 도시로 번성하기 시작했다.
나고야인들은 흔히 저금하는 것을 좋아하며, 돈에 관해서 엄격하다 / 폐쇄적인 성격이 있으며 매우 진지하다 / 신문은 주니치 신문, 주니치 스포츠, 야구는 주니치 드래건즈만 인정한다 / 어릴 적 꿈은 나고야대학을 나와서, 주니치신문 등에 취직하는 것이다 / 등으로 정형화된 이미지로 설명되는데, 그것도 지정학적인 끼임 속에서 조형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고야항구로
하지만 나고야는 에도시대보다는 근대 이후 비약적 발전을 이뤘다. 나고야는 일본 최대의 무역규모를 자랑하는 나고야 항을 통해 일본 자동차를 전 세계로 수출하고 있으며, 도요타 자동차 관련 기업들이 대다수 상주하고 있는 세계적인 자동차 도시이다. 나고야성을 보고 나고야항구를 찾은 이유이기도 하다.
나고야에 대한 첫 방문을 기록하면서, 도쿄에서 야간버스를 타고 5시간 넘게 걸려 도착한 나고야는 신선한 경험이었다. 그동안 신칸센을 타고 지나치기만 했던 곳이라, 실제로 방문해보니 예상과 다른 매력이 있었다. 나고야성에서 시작된 400년 역사의 흔적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축성 이후 지금까지 이어져 오며 도시의 자부심을 형성했다. 또한, 간사이와 간토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지정학적 특성이 나고야의 정체성에 큰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었다.
근대 이후 나고야는 일본 최대의 무역항을 가진 도시로 발전했다. 특히 도요타 자동차로 대표되는 세계적인 자동차 산업이 이곳에서 성장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나고야항구를 둘러보며 그 산업적 역동성을 직접 느낄 수 있었고, 대관람차로 유명한 씨트레인랜드도 방문해 나고야의 현대적 면모를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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