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도시의 벽을 넘어/미국 및 유럽

뉴욕 맨하탄 생활 25-워싱턴 DC 줄리아 차일드 키친 방문 기록

by DoorsNwalls 2024. 11. 28.
728x90

영화 줄리&줄리아를 본 후, 줄리아 차일드에 대한 흥미가 싹트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메릴 스트립의 연기는 놀라웠다. 그녀가 줄리아 차일드의 독특한 말투와 풍부한 제스처를 거의 완벽하게 재현해내는 모습을 보고 그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사실 줄리아 차일드라는 인물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아내 덕분이었다. 그녀가 좋아하는 인물이라는 이유로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긴 것이다. 그러다 워싱턴에서 줄리아 차일드의 키친을 직접 볼 기회를 얻었다. 줄리아가 요리하던 그 공간을 눈앞에서 본다는 것은 흔치 않은 경험이었다. 아내는 워싱턴에서 방문했던 그 어떤 곳보다도 이곳을 좋아했다.

줄리&줄리아 영화 포스터

미국 국립역사박물관에서는 줄리아 차일드의 사랑받던 주방을 충실하게 재현한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워싱턴 DC 줄리아 차일드 키친에서

이 전시 공간은 그녀가 레시피를 개발하고 요리 기법을 갈고닦았던 중심 공간을 그대로 담고 있으며, 크기는 약 20 x 14 피트이다. 이 주방은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에 있던 실제 주방을 거의 정확하게 재현한 것으로, 벽과 바닥만 박물관에서 새로 제작했고 나머지 모든 물건들—조리기구, 도구, 심지어 책장까지—모두 진짜다. 이 모든 것은 줄리아가 2001년에 박물관에 기증한 것이다. 그녀와 남편 폴은 1961년에 요리사로서 그녀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주방 레이아웃을 신중하게 설계했으며, 그녀의 190cm 키에 맞춰 단풍나무로 된 조리대의 높이도 높게 설정했다.

워싱턴 DC 줄리아 차일드 키친에서

방문객들은 그녀의 케임브리지 집에 그대로 있었던 위치에 설치된 여섯 개의 아크릴 유리를 통해 이 주방을 들여다볼 수 있다. 줄리아의 요리 방송 하이라이트를 담은 영상이 계속 재생되어 그녀의 따뜻함과 지혜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워싱턴 DC 줄리아 차일드 키친에서
워싱턴 줄리아 차일드 키친

 폴은 주방 정리에도 큰 역할을 했는데, 특히 팬과 냄비가 항상 제자리에 놓일 수 있도록 페그보드에 각각의 윤곽을 검은색으로 표시해두었다. 이 페그보드는 프랑스산 구리 냄비와 검은색 강철 크레페 팬, 다양한 도구들로 가득 차 있어 이 주방의 시그니처 요소가 되었다. 이 냄비들은 미국 역사박물관의 상징적인 요소로 자리 잡았으며, 2008년까지 캘리포니아의 한 전시회에 대여되었다가 다시 스미스소니언으로 돌아왔다.

워싱턴 줄리아 차일드 키친에서

 이 주방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줄리아가 애정했던 6구 레인지로, 1950년대에 워싱턴 D.C.의 한 레스토랑에서 중고로 구입한 것이다. 이 레인지와 다른 가전제품들은 원래 상태 그대로 보존되어 있지만, 전시에서는 작동되지 않는다. 그녀가 "칼 수집가"라고 애칭했던 칼 모음 역시 싱크대 위에 자석 스트립에 장착되어 있어 항상 사용 준비가 된 상태로 놓여 있다.

워싱턴 줄리아 차일드 키친에서
워싱턴 줄리아 차일드 키친에서
워싱턴 줄리아 차일드 키친에서

줄리아 차일드의 주방을 방문한 경험은 생각보다 더 특별하고 감동적이었다. 그녀의 키친에 들어서자마자 줄리아 차일드가 요리를 통해 전하고자 했던 열정과 따뜻함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이곳은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니라, 그녀가 직접 손때를 묻힌 조리도구와 남다른 사랑을 쏟았던 주방 구조가 그대로 보존된 곳이었다. 특히 190cm에 맞춰 특별히 높여진 조리대는 그녀의 남다른 체격과 요리 스타일을 고려해 설계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주방의 디테일 하나하나에 담긴 애정이 새삼 감탄스러웠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