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맨해튼에서의 유학 생활을 마무리하고 귀국하는 길에, 나는 샌프란시스코를 경유하는 항공편으로 2박 3일의 짧은 여행을 계획했다. 유학 생활 동안 여행할 기회가 많지 않아 샌프란시스코는 나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미국에서의 새로운 경험이자 추억을 쌓을 장소였다.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매력과 트램 체험
첫날,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시내로 향했다. 도시를 처음 마주했을 때 느꼈던 인상은, 뉴욕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아늑함과 독특함이었다. 무엇보다도 이 도시의 경사가 급한 길들과 이를 오르내리는 **케이블카(트램)**는 꼭 경험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였다.
영화에서 자주 보던 것처럼, 샌프란시스코의 케이블카는 도시의 아이콘과도 같은 존재였다. 나는 일부러 언덕이 많은 지역을 골라 트램을 타보았다. 트램이 덜컹거리며 경사를 올라갈 때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그야말로 그림 같았다. 가파른 언덕 위에서 내려다본 샌프란시스코만의 독특한 거리 풍경과 반대편으로 이어지는 긴 내리막길은 정말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짧은 트램 여행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내가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알카트라즈를 바라보다
둘째 날, 나는 샌프란시스코 항구로 향했다. 이곳에서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은 바로 알카트라즈(Alcatraz)였다.
알카트라즈는 한때 미국에서 가장 악명 높은 연방 교도소였다. 1934년부터 1963년까지 운영되던 이곳은 뛰어난 보안 시스템과 자연적으로도 탈출이 어려운 위치 덕분에 ‘탈출할 수 없는 감옥’으로 불렸다. 알카포네 같은 악명 높은 범죄자들이 수감되었던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날은 안개가 짙게 끼어 있었다. 나는 알카트라즈에 직접 들어가 보고 싶었지만, 시간과 날씨 탓에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은 아내와 내 핑계였고..... 주머니에 돈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아서였다. 귀국할 여비가 정말 간당간당한 수준이라서 샌프란시스코에서는 거의 손만 빨고 돌아다녔던 것 같다. 대신 항구에서 멀리서나마 알카트라즈를 육안으로 볼 수 있었다. 안개 속에 희미하게 드러난 알카트라즈는 마치 그 역사를 품은 듯 음산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영화 대부의 한 장면에서 알카포네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이곳의 역사를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비록 가까이 다가갈 수는 없었지만, 그날 항구에서 바라본 알카트라즈는 나에게 샌프란시스코의 독특한 매력을 상징하는 장소로 남았다.
샌프란시스코의 피어 39는 수백 마리의 캘리포니아 바다사자들이 모여들어 도크 위에서 낮잠을 자거나 장난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독특한 관광지로, 이들은 1990년 처음 이곳에 나타난 이후 풍부한 먹잇감, 안전한 환경, 편안한 휴식 장소 덕분에 자리를 잡았으며, 부둣가의 활기찬 소리와 익살스러운 행동으로 방문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동시에 도시의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상징으로 사랑받고 있다.
피어 39의 바다사자들은 주로 캘리포니아 바다사자(California Sea Lion)로, 이들은 사회성이 높아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덕분에 부둣가에서는 이들의 특유의 짖는 소리와 서로 경쟁하며 도크 위를 차지하려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골든게이트 브리지와 안개의 도시
샌프란시스코의 또 다른 랜드마크, 골든게이트 브리지를 방문한 것은 둘째 날 오후였다. 이 다리는 1937년에 완공된 당시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로, 샌프란시스코만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관문 역할을 한다. 붉은 주황색의 거대한 아치와 강철 케이블로 이루어진 이 다리는 건축학적 걸작으로 평가 받는다.
하지만 이 날도 짙은 안개가 도시를 덮고 있었다. 안개 덕분에 골든게이트 브리지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지만, 아내가 인플루엔자자로 고생하고 있었던 것이 문제였다. 브리지에 도착했을 즈음, 아내는 거의 자리에 주저앉을 정도로 기력이 쇠해 있었다. 결국, 그녀는 브리지 입구 근처 벤치에 앉아 기다리기로 하고, 나는 혼자 다리를 건너보기로 했다.
골든게이트 브리지를 혼자서 걸어가는 동안, 나는 고요함 속에 다리 위를 뒤덮은 안개와 바다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파도 소리를 느꼈다. 브리지의 중간쯤에 섰을 때, 사방이 안개로 둘러싸여 마치 세상과 단절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왕복 약 3km의 거리를 걷는 동안, 이 도시와 다리의 웅장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유학 생활의 마무리와 귀국의 시작
샌프란시스코에서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나는 1년 반 동안의 뉴욕 유학 생활을 마무리하며, 이곳에서 아내와 둘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미국에서의 시간을 되돌아보며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것을 느꼈다.
유학 생활은 아내와 내 인생에서 가장 도전적이면서도 불안한 시기였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미래는 어떻게 펼쳐질지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 시기는 아내와 내게 새로운 경험과 배움을 선사하며 잊지 못할 소중한 순간들을 만들어 주었다. 샌프란시스코는 그런 삶의 전환점에서 마지막으로 들른 도시였다. 2박 3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 도시가 가진 독특한 매력과 풍경은 지금까지도 긴 여운으로 남아 있다. 언제가될지 모르겠지만 다음 방문 때는 주머니에 달러를 충분히 채워가서 맛 있는 것도 먹고 알카트라즈 크루즈도 타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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