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도시의 문 안에서/까페, 극장, 오락실, 헛간

INI Coffee와 마켓 레인 커피

by DoorsNwalls 2024. 8. 19.
728x90

피츠로이/ INI Coffee
어느 날 아침, 잠을 깨우기 위해 급하게 커피 한 잔이 필요했다. 그러던 중 마침 눈앞에 보이는 작은 커피숍이 있어 주저 없이 들어가 보았다. 피츠로이에 있는 INI Coffee라는 곳이었다. 밖에서 봤을 때는 그저 평범해 보이는 카페였고, 커피의 맛에 대해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들어가자마자 영어로 주문을 끝내고, 자리에 앉아 가게 안을 둘러보니 문득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곳곳에 적힌 한국어 문구들, 그리고 포스터에서 느껴지는 한국적인 분위기. 아, 이곳은 한국인이 운영하는 커피숍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해외에서 한국인을 만나거나 한국어가 적힌 간판을 보면 괜히 반갑고, 또 신기한 기분이 들곤 한다. 내가 이 커피숍을 처음 발견했을 때도 그랬다. 한국과 멀리 떨어진 멜번의 한 복판에서 이렇게 한국적인 요소를 발견하게 된 것이 참 새로웠다. 그런데 신기한 마음도 잠시, 역시 중요한 건 커피 맛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부터 이곳에 큰 기대를 하고 들어간 건 아니었다. 단지 잠을 깨기 위해, 가까운 곳에서 커피 한 잔만 마시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커피가 나왔고, 첫 모금을 마셨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맛은 괜찮았다. 크게 감동적이지도, 또 실망스럽지도 않은, 딱 중간 정도의 맛이었다. 커피 자체는 부드럽고, 적당히 쓴맛과 단맛이 어우러져 있었지만, 특별히 기억에 남을 만큼 인상적이진 않았다. 무난하게 마시기엔 충분한 커피였고, 그 정도면 사실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멜번이라는 도시에 대한 기대, 특히 이곳의 커피 문화에 대한 기대치가 워낙 높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다른 유명 커피숍들과 비교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나만의 기준으로 평가해 보자면, 평점은 3.0/5 정도였다. 굳이 다시 찾아가서 마시고 싶을 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처에 있거나 지나가다가 들를 만한 정도의 커피 맛이었다. 또, 한국인이 운영하는 커피숍이라는 점에서 느껴지는 정겨움도 있었고, 가게 내부의 아늑한 분위기 역시 커피를 마시며 잠시 쉴 수 있는 좋은 공간이었다.

 

INI Coffee
INI Coffee

 

빅토리아 마켓/ 마켓레인 커피
이번에는 멜번에서 유명하다는 빅토리아 마켓을 방문한 날이었다. 빅토리아 마켓은 멜번의 주요 관광지 중 하나로, 수많은 상점과 노점들이 늘어서 있어 현지인과 관광객 모두에게 사랑받는 곳이다. 그런 유명한 마켓을 둘러보면서 자연스레 커피 한 잔이 생각났고, 마켓 내에서 마켓레인 커피라는 곳이 눈에 띄었다. 이곳은 멜번 3대 커피 중 하나로 꼽힌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대에 부풀어 방문하게 되었다.

사실, 멜번 3대 커피라는 타이틀 자체가 꽤나 무게감 있게 다가왔다. 멜번은 이미 세계적으로 커피로 유명한 도시이기도 하고, 그 안에서도 '3대 커피'라니, 분명 특별한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멜번을 대표하는 커피라면, 맛에서 확실한 차별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막상 커피를 받아들고 첫 모금을 마신 순간, 살짝 실망스러운 감정이 밀려왔다. 분명 괜찮은 커피였다. 그러나 '멜번 3대 커피'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특별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무난한 한 잔의 커피. 내가 기대했던 강렬한 첫인상도, 듁스 커피에서 느꼈던 그 감동도 없었다. 듁스 커피는 나에게 있어 멜번에서 마신 커피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 중 하나였기에, 아무래도 그와 비교하게 된 것 같다.

내가 주관적으로 평가하자면, 평점은 2.5/5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 마켓에서 잠시 쉬어가며 마실 만한 커피였지만, 다시 일부러 찾아가서 마실 만큼의 특별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빅토리아 마켓 자체는 다양한 상점과 활기찬 분위기가 어우러진 곳이어서, 커피 외에도 다른 매력적인 요소들을 충분히 경험할 수 있었다.

 

마켓 레인 커피
마켓 레인 커피

 

멜번은 커피로 유명한 도시인 만큼, 여러 커피숍에서 다양한 커피를 마셔보는 즐거움이 있다. 하지만 모든 커피가 기대치를 충족시켜주지는 않는다. INI Coffee는 한국적인 정서와 함께 무난한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곳이었고, 마켓레인 커피는 '멜번 3대 커피'라는 명성에 비해 다소 평범한 맛이었다. 이 두 커피숍은 나름의 매력이 있었지만, 멜번의 다른 유명한 커피숍들과 비교했을 때는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앞으로도 멜번에서 새로운 커피 맛을 찾아다니며, 나만의 커피 지도를 계속해서 만들어가고 싶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