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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문 안에서/까페, 극장, 오락실, 헛간

피츠로이, 이탈리아 시칠리아 커피

by DoorsNwalls 2024.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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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예방접종 관련 서류를 받기 위해 칼튼프라이머리에 들렀던 날, 업무를 마치고 그냥 집으로 가기에는 왠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문득 생각난 것이 근처에 있는 피츠로이였다. 이곳은 멜번에서 가장 핫한 지역 중 하나로, 다양한 카페와 예술적인 거리 풍경이 어우러져 많은 이들의 발길을 사로잡는 곳이다. 나는 그곳을 잠깐 돌아다니며 나만의 카페인을 충전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보기로 했다. 피츠로이는 언제나 새로운 카페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는 곳이기 때문에 이번에도 어떤 매력적인 장소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가 되었다.

피츠로이를 거닐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람들로 북적이는 스미스 스트리트(Smith Street)로 발걸음이 향했다. 다양한 가게들과 개성 넘치는 상점들이 줄지어 있는 이곳은 언제 와도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는 거리다. 그러다 문득, 눈길을 사로잡는 한 가게를 발견했다. 가게 앞에서부터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풍겼고, 가까이 다가가니 창문 너머로 독특한 장식물들이 보였다. 가게의 이름은 Smiths Cakes & Aquilana Pasticceria. 이름에서부터 '케이크'와 '파스티체리아'라는 단어가 들어가니 자연스럽게 이탈리아 풍의 디저트 가게일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가게 밖에서부터 심상치 않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 보니, 그 예상은 정확했다. 이곳은 단순한 카페가 아니라, 진정한 이탈리아의 전통 베이커리 느낌을 물씬 풍기는 곳이었다. 특히 이곳의 주인이 시칠리아 출신의 아주머니라는 이야기를 들으니,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멜번에서도 흔치 않은, 그 특유의 이탈리아 남부의 감성을 가득 담은 공간이었다. 이탈리아에서도 특히 시칠리아는 고유한 문화와 독특한 음식을 자랑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곳에서 온 사람이 운영하는 가게라니, 분명 맛있는 음식과 커피를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가게 내부는 시칠리아의 전통적인 분위기가 가득했다. 벽에는 시칠리아풍의 타일 장식과 다양한 예술품들이 걸려 있었고, 천장에서 내려오는 조명 역시 고풍스러운 느낌을 자아냈다. 시칠리아 특유의 따뜻하고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기분이 들었다. 커피와 디저트를 주문하기 전부터 이미 이곳의 분위기와 인테리어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나는 고민 끝에 칼조네(Calzone)와 룽고(Lungo)를 주문했다. 칼조네는 이탈리아 전통 음식으로, 피자 도우에 다양한 속재료를 넣어 반으로 접어 구운 요리다. 이곳에서는 속이 꽉 찬 칼조네를 맛볼 수 있었다. 바삭하면서도 쫄깃한 도우에 가득 찬 치즈와 햄, 그리고 토마토 소스의 조화가 일품이었다. 처음 한 입을 베어 물었을 때, 속에서 녹아내리는 치즈가 너무나 부드러워 만족스러운 미소가 저절로 나왔다.

 


그리고 룽고. 룽고는 이탈리아에서 흔히 마시는 커피로, 에스프레소보다 물을 조금 더 많이 넣어 긴 커피로 즐기는 스타일이다. 카페인 충전이 목적이었던 나에게 딱 맞는 선택이었다. 커피는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훌륭해서 평점을 매길 수 없을 정도였다. 내가 평소에 다양한 커피숍을 다니며 커피 맛을 평가해보는 것을 즐기지만, 이번만큼은 평가를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그 맛에 감탄하게 되었다. 커피를 마시는 순간 시칠리아의 따뜻한 햇살과 바다 내음이 느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주인 아주머니가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손맛을 한껏 발휘한 그 깊은 풍미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런 커피는 절대로 정량화해서 평가할 수 없는 맛이었다.

 

 

이날 마신 커피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느낀 그 감동과 여운은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 같았다. 이탈리아, 그중에서도 시칠리아의 진정한 커피 맛을 이렇게 멜번 한복판에서 맛볼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놀라웠다. 이곳은 단순히 커피와 디저트를 즐기는 공간을 넘어, 시칠리아의 전통과 문화, 그리고 따뜻한 인심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Smiths Cakes & Aquilana Pasticceria는 앞으로도 내가 멜번을 떠나기 전까지 몇 번이고 다시 찾게 될 곳이 분명하다. 이곳에서 마신 커피와 즐긴 음식은 다시 한 번 경험하고 싶은 감동을 남겼고, 시칠리아의 따뜻한 정서를 잊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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