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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문 안에서/까페, 극장, 오락실, 헛간

듁스커피 2회차

by DoorsNwalls 2024.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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듁스 커피(Dukes Coffee)는 멜버른에서 커피를 마시며 진정으로 감동을 느낀 몇 안 되는 카페 중 하나였다. 사실, 커피 한 잔을 마시고 감동하는 경험은 흔치 않다. 내 커피 경험을 떠올려보면, 과거 로마와 피렌체, 베네치아의 길거리에서 마신 에스프레소나, 뉴욕 맨해튼에서 마셨던 블루보틀(Blue Bottle) 커피가 그랬다. 전 세계를 다니며 다양한 커피를 맛봤지만, 그런 특별한 순간은 손에 꼽을 만큼 드물다.

그러나 멜버른에서는 그 흔치 않은 감동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앞서 포스팅한 시칠리아 출신 아주머니가 만들어주신 룽고, 그리고 멜버른에서 유명한 브루네티(Brunetti)의 카푸치노가 그 중 하나였다. 하지만 듁스에서 마신 롱블랙(Long Black)과 라떼는 그 이상의 감동을 주었다. 특히, 듁스의 라떼는 나에게 있어서 다른 곳의 라떼와는 질적으로 차원이 다른 맛을 선사했다.

Dukes Coffee

 

 

듁스 커피의 라떼는 단순히 우유와 에스프레소의 조합이 아닌, 그 이상의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들 만큼 복잡하면서도 섬세한 풍미가 혀 끝에서 느껴졌다. 처음 한 모금을 마셨을 때, 쌉싸름한 에스프레소의 맛과 부드럽고 달콤한 우유의 조화가 입 안 가득 퍼졌다. 그 맛은 완벽하게 균형 잡힌 하모니였다. 에스프레소의 진한 맛이 먼저 다가오면서도, 뒤이어 부드러운 우유의 단맛이 은은하게 스며들었다.

Dukes Coffee

 

일반적으로 나는 우유를 잘 마시지 않는 편이다. 우유를 마시면 속이 좋지 않아서 웬만하면 피하려고 한다. 하지만, 듁스의 라떼는 그런 걱정을 완전히 날려버렸다. 듁스에서 마신 라떼는 속을 불편하게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하루 종일 기분 좋게 나를 유지시켜 주었다. 이 커피가 주는 만족감은 단순히 맛을 넘어서, 온종일 상쾌한 기분까지 이어졌다.

듁스 커피의 라떼는 단순히 훌륭한 커피가 아닌,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느껴졌다. 이곳의 바리스타들은 단순히 커피를 추출하는 것이 아니라, 커피 한 잔에 대한 그들의 철학과 정성을 담아낸다는 것을 한 모금만으로도 느낄 수 있었다. 많은 카페에서 라떼를 마셔봤지만, 이렇게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커피는 처음이었다.

Dukes Coffee

 

듁스 커피에서의 경험은 나에게 특별하다. 특히, 커피 한 잔으로 이렇게 깊은 감동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사실은 멜버른의 커피 문화가 왜 세계적으로 유명한지 이해하게 만들었다. 듁스의 라떼를 마시며, 이 도시의 커피에 대한 자부심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앞으로도 멜버른에서 커피를 즐길 기회가 있겠지만, 듁스에서의 경험은 쉽게 잊지 못할 것이다. 이곳에서 마신 라떼는 단순히 하루를 시작하는 음료가 아니라, 멜버른에서의 나날들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특별한 동반자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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