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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문 안에서/기억과 장소

윤동주를 앗아간 후쿠오카 형무소를 찾아서

by DoorsNwalls 2024. 8. 26.

시라카바문학관을 다녀온 후, 나는 도쿄역에서 신칸센을 타고 하카타로 향했다. 간사이 지역에는 눈이 내린 덕분에 신칸센 바깥 풍경은 마치 설국처럼 변해 있었다. 흰 눈으로 덮인 경치는 환상적이었고, 나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신칸센에서 바라본 풍경

 

하카타에 도착하자, R형(실제로는 동생이지만, 도움을 많이 받아서 편의상 형이라 부른다)의 안내를 받아 박물관 등을 둘러보았다. 문화적인 경험을 쌓는 동안, 우리는 윤동주 시인이 투옥되었던 후쿠오카형무소를 찾기로 했다.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것이 나의 또 다른 목표였다.

후쿠오카 시내

 

 

후쿠오카에서 자리를 잡은 R형의 뒤를 따라 윤동주가 최후의 순간을 맞이한 곳으로 향했다. 그곳은 현재 후쿠오카구치소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지만, 옛 형무소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현대적인 건물로 변모한 그곳은 경계가 삼엄하여 접근하기도 쉽지 않았다. 마치 눈으로 경계의 레이저를 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구 후쿠오카형무소 부근



이곳 어딘가에서 윤동주는 절규했다고 전해진다. 그의 절규는 당시의 간수들에게 전달되지 않았고, 그들은 조선어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의 고통스러운 외침은 기록되지 않았다. 윤동주의 시적 고뇌와 절망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상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의 노트와 장서가 당시 특고에 의해 압수되었다는 사실은 더욱 마음 아프게 했다. 현재 그 유산이 온전히 유족의 품으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시인으로서의 그의 삶과 그의 목소리가 더 이상 잊혀지지 않기를, 그 절망의 흔적이 다시금 세상에 드러나기를 소망했다.

하카타에서 윤동주의 흔적을 따라가며 나는 그가 느꼈던 고통과 외로움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그의 시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이유를 깨닫는 순간이었다. 문학은 그 시대의 아픔과 고뇌를 담아내는 거울과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