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도시의 문 안에서/기억과 장소

마타요시 에이키 문고 / 오키나와 우라소에

by DoorsNwalls 2024. 8. 26.

몇 해 전 여름, 나는 오키나와 우라소에를 방문해 마타요시 에이키 문고를 찾았다. 우라소에는 이 작가가 나고 자란 고향으로, 그의 문학적 업적을 기념하기 위해 우라소에도서관 안쪽에 상설 코너가 마련되어 있다. 이곳은 마타요시 에이키의 작품과 그의 삶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우라소에 도서관
마타요시 에이키 문고

 
 
문고에 들어서자 그의 애용하던 물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그가 남긴 흔적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작품을 통해 만났던 그가 실제로 사용했던 물건들이라는 사실에 감회가 새로웠다. 특히, 아래 사진은 90년대 중반에 발표된 <<돼지의 보복>>이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하던 당시의 모습을 담고 있다. 그는 오키나와에서 25년 동안 세 번째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작가가 되었다. 그 이후에는 메도루마 슌이 <<물방울>>로 네 번째 수상자가 되어, 이 지역의 문학적 전통이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작가의 애장품

 

 

 
마타요시 에이키의 작품은 한국에도 번역되어 소개되고 있다. 그의 문학이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 독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 무척 기뻤다. 문고가 위치한 우라소에도서관은 일본에서 가봤던 도서관 중 큰 규모는 아니지만, 나름의 전통과 멋이 느껴지는 곳이다. 작가의 문학을 기리는 공간이 이렇게 잘 조성되어 있다는 것은 그가 남긴 유산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다.

여름의 더운 날씨 속에서도 문고를 둘러보며 느꼈던 시원한 감정은 잊을 수 없었다. 문학이 지닌 힘과 그것이 우리의 삶에 끼치는 영향력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마타요시 에이키 문고는 단순히 그의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 아니라, 그의 삶과 문학이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곳이었다.

 
------------------------------------------------
마타요시 에이키 작가 프로필
 

젊은 시절의 작가 / 마타요시 에이키 문고에서 촬영
최근 모습 - 마타요시 에이키 문고에서 촬영

 
1947년 오키나와 우라소에시(浦添市)에서 태어났다. 류큐대학 법문학부 사학과를 졸업한 이후 우라소에 시립도서관에 재직하며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는 퇴직 후 전업 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1978년 << 조지가 사살한 멧돼지 >> 로 제48회 규슈예술제 문학상을, 1980년 <<긴네무 집>>으로 제4회 스바루 문학상을, 1996년에는 << 돼지의 보복 >> 으로 제114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총14권의 작품집 및 장편소설을 냈으며 현재도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오키나와 양대 신문인 『오키나와타임즈』와 『류큐신보』에서 에세이 등을 연재하고 있으며, 각종 문학상 심사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마타요시는 일제말 오키나와에서의 소수민족 문제, 오키나와에서의 미군기지 문제, 베트남 전쟁 당시 오키나와의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그려서 오키나와의 피해자 의식을 넘어선 문학적 시도를 하고 있다. 또한 오키나와의 지역(지방)적 특색을 지나치게 강조하기보다는 세계문학적 보편성을 지향하는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다. 주요 작품이 연극화・영화화 됐으며 2000년대 이후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등으로 작품이 번역됐다. 2014년 『긴네무 집』( 「조지가 사살한 멧돼지」・「창문에 검은 벌레가」・「긴네무 집」 수록)이 한국어로 번역됐다. 한국 문화와 역사에도 관심이 깊어 경주와 부여 제주도 등을 방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