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에는 지금까지 두 번 방문했는데 시간에 쫓기다 보니 평화기념공원 등을 제대로 볼 시간이 없었다. 이번에는 목적지 자체를 평화기념공원과 자료관으로 정하고
오사카를 방문했을 때 신칸센을 타고 히로시마로 향했다.
날씨가 청명해 신칸센 차창 밖을 바라보며 가는 기분이 무척 좋다.
1시간 반도 가지 않아서 신칸센이 히로시마역에 도착했다. 마침 호텔 체크인 시간에 맞춰 도착해 짐을 호텔 방에 넣고 평화기념공원으로 향했다. 역 주변의 주변안내도에도 평화기념공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린루트 버스를 타면 평화기념공원으로 향한다.
그린루트인데 버스 색깔은 레드. 깔맞춤 하면 더 찾기 쉬울 것 같다.
버스에서 내려 조금 가니 원폭돔 안내와 만났다.
원폭은 600미터 상공에서 폭발해 히로시마시를 잿더미로 만들었는데 원폭돔은 기적적으로 다 무너지지 않아 원폭을 상징하는 건물로 남았다.
원폭돔은 오타가와강과 모토야스가와강이 분기하는 지점 근처에 있는데, 피폭된 사람들이 물을 찾아 이 강으로 들어가 많이 사망했다고 한다.
구글맵 캡처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히로시마역에서 원폭돔, 평화기념공원, 그리고 슛케이엔 등은 하루 정도면 모두 볼 수 있다. 히로시마성이나 히로시마 현립 미술관도 근처에 있다.
원폭돔 근처에는 히로시마 출신의 문학자 스즈키 미에키치가 만든 '아카이 도리'(아동문학) 문학비가 서 있다.
스즈키는 일본의 소설가ㆍ동화작가로 나쓰메 소세키의 문하생으로 시작해 아동문학 분야에서 일가를 이뤘다.
원폭 투하 이후에 찍은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주변의 건물은 모두 사라졌는데 원폭돔 만이 반파된 채로 남아 있다.
" 원폭 돔은 본래 1915년에 건설된 일본 히로시마시의 상업전시관으로, 1945년 8월 6일 제2차 세계 대전 중 미국이 히로시마에 투하한 원자폭탄의 피해로 반파되고 남아있는 전쟁유적 중 하나이며 199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wiki 원폭돔 설명
원폭돔을 몇 시간 본 후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히로시마평과기념자료관을 찾았다. 원폭에 관한 내 이해는 이 자료관을 찾기 전과 후로 크게 나뉜다.
피상적으로만 알던 원폭의 실체와 일본인들의 피해자 의식의 기원을 실체적으로 찾은 곳이기도 하다.
너무 끔찍한 이미지가 많아서 사진은 다음 한 장을 제외하고 게시하지 않기로 한다.
자료관을 나와 내가 찾은 곳은 한국인위령비다.
히로시마 원폭으로 사망한 것은 일본인 만이 아니다.
정확한 통계를 내는 것은 어렵지만 히로시마에서만 약 2만 명, 나가사키에서 약 1만명의 조선인이 숨졌다.
히로시마에서는 일본인만이 아니라 많은 '외지인'들이 피폭돼 사망하거나 재해를 입었다.
그 안에는 미국인 포로도 존재한다.
위령비에도 그 내력이 써 있는데 한국인 약 2만명이 히로시마에서 피폭돼 사망한 것으로 나온다.
이 위령비가 1970년 세워지기까지는 우역곡절이 있었다고 한다. 일본인 피폭자 단체의 비협력, 장소 확보 문제, 남북 대립으로 인한 문제 등등.
일본 곳곳에 있는 위령비나 추모비에 조선인, 한국인 등의 명칭이 다른 것은 남북분단의 흔적이기도 하다.
구글 맵과 대조해 보면 원폭돔의 위치를 조금 더 입체적으로 알 수 있다.
평화공원 안에는 쉽게 말해 '동원학도 위령탑'도 세워져 있다.
평화기념공원을 나와서 다음으로 향한 곳은 '슛케이엔'이다. 중국식 정원인데 이곳도 원폭의 피해를 입었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는 트램을 탔다.
원폭과 관련된 장소와 자료관을 보는 일은 고통을 수반한다. 한 순간에 고통스럽게 사라진 삶의 흔적을 응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호텔 근처 커피숍에 들러 할머니가 내려주시는 커피를 마시며 히로시마 답사를 마무리했다.
다음 행선지는 전함야마토를 만든 군항의 도시 '구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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