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스 스트리트에서 옆 골목으로 들어가봤다. 노란색으로 칠해진 곳이 보크 스트리트인데, 그 색깔이 이곳의 독특한 매력을 더해준다. 서던크로스역까지 200미터 정도를 걸어보며 이 골목의 분위기를 만끽했다. 골목길은 늘 새로운 발견의 즐거움을 안겨주기 마련이다.
86번과 96번 트램을 타고 가다 보면 붉은 벽돌로 지어진 멋진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현재의 '로얄 멜버른 호텔'로, 과거에는 보크 스트리트 경찰서였다고 한다. 경찰서를 이렇게 멋지게 지어놓고 나중에 호텔로 바꾼 점이 참 흥미롭다. 그 옛날 이곳에서 법과 질서를 지켰던 경찰들이 이제는 고풍스러운 호텔의 일부로 변신한 셈이다.
바로 옆에 있는 '성 아우구스트틴 교구' 역시 과거에는 교육기관으로 사용된 건물이다. 이 건물의 역사적인 의미를 생각하며, 멜버른 시내에는 비슷한 유형의 카톨릭 성당들이 많다는 점이 흥미롭다. 1800년대 멜버른의 성당 양식 중 하나일 것이라는 추측이 드는 순간이다.
성당 내부는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스테인드 글라스가 아담하고 예쁘다. 이곳에 들어서면 편안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조용한 성당 안에서 스테인드 글라스의 색깔이 햇빛에 비쳐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패턴을 바라보며, 세상의 소음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또한 푸어박스도 발견했다. 그 취지에 동의하여 가지고 있던 동전을 넣었다. 이렇게 작은 실천이 누군가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따뜻해진다.
서던크로스 역에서 바라본 보크 스트리트의 모습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민족 국제 도시로 변모하고 있는 멜버른을 잘 보여준다. 불과 200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영국인들이 원주민들의 땅에 세운 도시가 이렇게 다채롭고 복합적인 문화가 공존하는 장소로 발전했다는 사실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멜버른의 골목길과 역사적인 건물들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얽혀 있는 복잡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런 다양한 이야기들을 한 걸음 한 걸음 걸으며 느끼는 것만으로도 이 도시의 매력을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도 이런 탐방을 통해 멜버른의 숨겨진 매력을 더 많이 발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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