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는 지금까지 세 번 정도 방문했는데, 지난 번에 간 것은 일본 교수님을 도와 이중섭의 흔적을 찾기 위해서였다. 이중섭이 범일동에 머물렀던 시기를 조사하고, 그의 아내인 마사코 여사의 증언과 비교하는 것에 목적이 있었다. 물론 내 연구는 아니라서 부산에 잘 모르면서도 범일동으로 가는 길 안내 역할을 했다.
우선 부산 자갈치시장에 들러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밥을 먹고 시모노세키와 부산을 오가는 페리가 정박하는 선착장을 방문했다.
관부연락선 또한 이곳에서 오갔으리라.
이후 근처의 보수동 책방골목을 찾아갔다.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부산까지 밀려온 것의 여파가 이곳에 남아 있다. 문화인들이 대거 부산까지 내려오면서 이곳에서 자연스레 책방이 들어선 것 같다.
헌책 몇 권을 고르며 서점 주인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책이 잘 팔리지 않다보니 문을 닫는 점포도 늘어가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대망의 목적지 범일동에 도착했다.
이중섭 문화거리 사업 시행 직전이라 문화센터 직원들도 관심이 많아했다. 공무원의 안내를 받아 이중섭이 머물렀으리라 추정되는 곳을 방문했다.
가는 도중에 누군 한 집을 가리키며, 저곳이 일본 신오쿠보역에서 자신의 몸을 던져 일본인을 구한 이수현 씨의 부모님이 사는 곳이라고 했다. 범일동이 부산에서 부촌이 아닌 것을 알기에 마음 한 쪽이 찡해왔다.
일본 노교수님 내외는 이중섭과 관련된 책을 준비하고 계신다고 했다. 일본에 사는 유족의 반대로 책 출간 작업이 쉽지 않다고 했는데, 아직까지도 발간이 안 된 걸 보면 여전히 문제가 있는 듯 하다.
이중섭의 흔적을 따라가다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절로 든다. 살아서 괴로웠던 예술가의 삶을 대표하는 존재인듯 해서 더욱 그렇다. 피카소나 클림트 만큼은 아니더라도 마음껏 원하는 술을 사마실 수 있을 정도의 돈이라도 그에게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범일동을 방문한 후에 용두산 공원 부산타워에 들렀다.
타워 사진은 용을 찍은 것만 남아있지만 부산 시내 경치 하나는 참 근사하다.
용두산공원에서 내려와 부산근대역사관에도 들렀다.
일제강점기 일본인의 이주와 거류지 등에 관한 전시가 특히 흥미로웠다.
이후 부산에는 두 차례 정도 더 갔었는데 모두 당일치기였다.
부산에는 아직 못 가본 곳이 많지만 당분간은 갈 일이 없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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