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제주도에 다녀오면서 한국의 대표적인 화가 이중섭을 기념하는 이중섭미술관을 방문했다. 미술관이 서귀포시에 있어서 제주공항에서는 1시간 반 넘게 가야한다.
핍진한 삶을 살았지만 위대한 예술 세계를 꽃 피운 그의 세계에 빠져들고 싶은 기대감을 안고 미술관으로 향했지만 솔직히 말해 전시에서 느낀 실망감이 컸다.
미술관으로 가기 전에 그가 제주도에서 살았던 집을 방문했다. 이 집 전체에 살았던 것이 아니라 아래 사진에 있는 방을 빌려서 살았던 것 같다.
그가 살았던 작은 공간에 그의 사진과 '소의 말'이 전시돼 있다.
이곳은 동네 아이들의 사랑방처럼 쓰이는 것 같기도 하다. 둘러보는 내내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놀고 있었다.
그가 살았던 방을 보고 이중섭의 작품을 직접 감상할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며 미술관을 찾아갔다.
하지만 미술관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것은 복제본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이었다. 몇 점의 진품을 기대했던 나로서는 이내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이중섭의 팔레트는 진품이라 한참 동안 눈을 뗄 수 없었다.
이 화백의 유일한 유품인 이 팔레트는 지난 1943년 미술창작가협회로부터 태양상 수상 부상으로 받은 것으로 이 여사에게 프러포즈하며 선물했던 것이다. (연합뉴스 기사에서)
전시된 복제본들은 그 자체로 이중섭의 예술적 의도를 전하는 데 어느 정도 역할을 할 수 있었지만, 진품의 깊이와 감동을 느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림의 질감, 붓 터치, 세밀한 색감이 실제로 느껴질 진품을 직접 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미술관 안에는 그림보다도 편지와 사진 자료 등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이중섭미술관은 그 자체로 그의 생애를 조명하고 그의 예술적 가치를 기념하는 중요한 공간이다. 이중섭이 머물렀던 집터를 보존하고, 그의 삶과 예술 세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꾸며놓은 전시물들이 나름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미술관 자체가 그의 정신과 예술을 기리기 위한 상징적인 장소라는 점은 분명 의미가 있다.
하지만 미술관에 진품이 거의 없다는 사실은 많은 방문객들에게 실망을 줄 수 있다.
혹시 이중섭의 진품을 보고 싶다면, 다른 미술관이나 특별 전시를 찾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중섭미술관이 지닌 역사적 의미와 공간이 주는 느낌을 경험하고 싶다면 한 번쯤은 방문해 볼 만한 곳이 아닐까 싶다.
미술관을 나와 아래에 있는 까페에서 커피를 주문해 마시고 제주 시내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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