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도시의 벽을 넘어/국내 및 동아시아

제주4·3유적지 답사-관음사, 사라봉, 목시물굴, 백조일손

by DoorsNwalls 2024. 9. 28.

코로나 전에 다녀온 지난 제주4·3유적지 답사에서는 제주 4·3 평화공원, 관음사, 사라봉, 성산포 주변, 목시물굴, 백조일손 등을 돌아봤다. 하루에 다녀온 것은 아니고 제주 출신의 K선생님의 안내를 받고 이틀 동안 모두 돌아볼 수 있었다. 
 
제주도에는 지금까지 10번 쯤 다녀온 것 같은데 이번 답사만큼 날씨로 인해 고생한 것은 처음이었다. 일기예보에는 10~15도 쯤 되는 온화한 날씨여서 초가을 옷을 가져갔다가 낭패를 보았다. 관음사에 갈 때 눈보라가 몰아치면서 체감 온도가 영하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중산간에 갈 계획이 있다면 가능하면 겨울 옷을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이번 답사 전에 현기영의 <순이삼촌>을 다시 읽었다. 처음 <순이삼촌>을 읽었을 때, 삼촌이라고 하니 당연히 남자를 생각했다가 읽어나가며 당황했던 기억도 떠올랐다. 

현기영 <<순이삼촌>>

 
제주 4·3 평화공원


이번 답사에서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제주 4·3 평화공원이다. 제주도에 올 때 시간이 있을 때마다 방문했던 곳이니 이번으로 4번은 넘게 온 듯 하다.

제주4.3 평화공원
제주4.3 평화공원
제주4.3 평화공원

와흘리 팽나무


와흘리 마을의 팽나무를 직접 보고 왔다. 이곳은 제주의 오랜 역사와 자연의 힘이 공존하는 장소로, 팽나무는 마을의 상징이자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최근 태풍으로 인해 팽나무가 쓰러졌다고 한다.
 

와흘리 팽나무
와흘리 팽나무
와흘리에서

 
 관음사 가는 길


이어서 찾아간 곳은 관음사다. 이번 답사에서 가장 고생을 많이 한 장소이기도 하다. 갑자기 눈보라가 몰아쳐서 얇은 외투 하나를 입고 온 내게는 시련의 시간이었다. 눈보라가 치니 몸이 오돌오돌 떨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함께 간 분이 차에 여분의 옷을 가져와서 그 옷을 껴입고서야 관음사로 올라갈 수 있었다. 관음사는 김석범의 대하소설 <<화산도>>의 배경이기도 하다.

관음사 가는 길
관음사 가는 길
관음사 가는 길
관음사 가는 길
관음사 가는 길
관음사에서

 
 
  <<화산도>>의 배경, 사라봉


김석범의 대하소설 <<화산도>>를 읽다 보면 사라봉이 자주 등장한다. 그래서 언젠가 꼭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곤 했다. 이번에 드디어 사라봉을 찾았는데, 소설 속에서 상상했던 것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곳이었다. 특히 흰색의 산지등대가 눈에 띄었는데, 푸른 하늘과 바다를 배경으로 서 있는 등대는 매우 인상적이다. 이곳은 그저 자연경관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일제강점기의 흔적도 남아 있는 곳이다. 사라봉에는 당시 만들어진 동굴진지가 남아 있어, 역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화산도>>의 배경, 사라봉 가는 길
<<화산도>> 의 배경, 사라봉
<<화산도>> 의 배경, 사라봉
<<화산도>> 의 배경, 사라봉
<<화산도>> 의 배경, 사라봉
<<화산도>> 의 배경, 사라봉 일제 동굴 진지

 

<<화산도>>의 배경, 사라봉 일제 동굴 진지

 
목시물굴


일행과 함께 다음 날 찾은 곳은 목시물굴이다.  1948년 11월 선흘리 마을주민들이 이곳에 은신했다 학살된 장소라고 한다.
이 작은 굴에 200명 이상의 주민이 은신해 있었고 그 중에서 40여명이 죽임을 당한 비극적인 장소이다. 이처럼 제주 곳곳에는 제주4.3과 관련된 비극적인 장소가 있다. 굴이 있다고 함부로 들어가서는 안 되는 이유다. 

목시물굴 가는 길
목시물굴 가는 길
목시물굴

 
성산읍 


성산 앞바다를 찾은 것은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르 클레지오의 '제주 4·3기행문 기념비'를 보기 위해서였다.
"섬에는 우수가 있다. 이게 어디서 나오는지는 알 수 없다. 그것이 마음을 갑갑하게 만드는 이유다."로 시작되는 기념비가 바다 앞에 있다. 그 근처에는 성산읍 4.3희생자 비석도 있어서 이곳에서 제주 4·3 당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음을 잘 알 수 있다. 

성산읍에서
성산읍에서

 
 

성산읍에서

아래 사진은 서북청년단의 집결지였다는 설명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몇 년 전이라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다)
현재는 폐허로 남아 있는데 약간 으스스한 느낌이 강하게 든 장소 중의 하나였다.

성산읍에서

 
백조일손의 묘


이번 답사에서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백조일손'이다. 1950년 8월 모슬포 근처에서 예비검속된 민간인들이 묘지 인근 대정읍 상모리 섯알오름 일제 강점기 탄약고 터에서 집단학살되었는데 이후 시신의 신원을 구별할 수 없었다고 한다.  “서로 다른 132분의 조상들이 한 날, 한 시, 한 곳에서 죽어 뼈가 엉기어 하나가 되었으니 그 후손들은 이제 모두 한 자손”이라는 의미로 ‘백조일손(百祖一孫)의 묘’라 하였다. (디지털서귀포문화대전에서) 너무나도 참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백조일손 가는 길
백조일손 가는 길
백조일손
백조일손


이번 제주 4·3 유적지 답사는 날씨로 인한 어려움도 있었지만, 그만큼 의미 깊은 시간이었다. 제주 4·3 평화공원, 관음사, 사라봉, 목시물굴, 성산포, 그리고 백조일손까지, 제주 곳곳에 남겨진 비극의 흔적들을 다시금 마주하며 역사의 아픔을 되새겼다. 현기영의 <<순이삼촌>>을 읽고, 김석범의 <<화산도>> 속 배경을 실제로 걸으며 느낀 감정은 참으로 복잡했다. 자연의 아름다움 속에 숨겨진 아픔들이 공존하는 제주를 이번에도 깊이 체험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