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에 갈 일이 생겨 비행편을 찾아보던 중, 여러 항공사와 경유지를 검토하게 되었다. 다양한 옵션이 있었지만, 결국 가장 합리적인 선택은 핀에어의 인천-헬싱키-비엔나(빈) 경유편이었다. 가격도 적당했고, 경유 시간이 짧아 여행이 피로해지지 않을 것 같았다. 처음엔 단순히 프라하로 가는 여정의 중간 경유지일 뿐이었지만, 빈을 끼워넣으면서 예상치 못한 오스트리아 빈 여행이 내 일정에 자연스레 포함되었다. 이런 우연한 기회는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귀국편은 프라하에서 출발해 헬싱키를 거쳐 인천으로 돌아오는 여정이었다. 빈은 나에게 있어 그저 경유지일 뿐이었는데, 이번 여정 덕분에 오스트리아의 수도를 잠시나마 여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마침 빈에서 체류할 시간이 짧지 않아, 도착한 첫날부터 빈 시내를 둘러볼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빈에서의 일정은 도착일을 포함해 3일 정도로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많은 곳을 돌아다니기에는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목적지가 프라하였기 때문에 빈에서는 도착일을 포함해서 3일만 체류할 수 있어서 그렇게 많은 곳을 돌아다닐 수는 없지만, 평소 꼭 가보고 싶었던 벨베데레궁전과 레오폴드뮤지엄을 방문하기로 했다. 레오폴드뮤지엄에 하루를 거의 다 쓸 생각이었기 때문에, 나머지 하루는 벨베데레궁전으로 정했다. 뭘 하나 봐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려서 이 이상의 일정은 무리였다. 남는 자투리 시간에는 시내 관광도 해야 했기 때문에 그렇다. 다행히 비수기에 빈을 방문해서 별 4개 짜리 호텔을 100유로도 안 되는 가격에 예약을 했다.
◈ 벨베데레 궁전에서 보낸 하루
첫날은 오후 늦게 빈 시내에 도착해서 시내만 잠시 둘러볼 수 있었고, 다음날 맑게 개인 날씨를 보고 궁전으로 향했다. 레오폴드뮤지엄은 비가 와도 갈 수 있기에. 벨베데레궁전을 찾는 이유 중에 클림트의 <키스>를 직접 보려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내 목적은 그것만은 아니었다. 합스부르크제국의 중심지이자 현대 오스트리아를 출발을 알리는 조약 등이 체결된 역사적인 장소라는 점이 더 크다. 물론 클림트의 <키스>를 보는 것도 방문 목적으로 마음 한켠에는 있었다. 구스타프 클림트 컬렉션이 궁전에 있다니 잘 어울리는 조합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바로크양식의 걸작인 벨베데레 궁전은 1723년부터 지어서 여름 별궁으로 벨베데레 상궁을 10년만에 완성됐다고 한다.
비취색 지붕이 있는 건물이 상궁이고, 적색 지붕이 하궁인 것 같다.
두 궁전을 파노라마로 찍어봤다.
벨베데레 갤러리를 포함해서 궁전을 한 바퀴 천천히 다 돌아보는데 족히 3-4시간 사이로 걸린 것 같다.
궁전안은 오스크리아-헝가리제국의 번영을 상징하듯이 화려함과 섬세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클림트의 <키스>를 포함해서 많은 그림을 봤는데 이상하게 사진이 남아 있지 않다. 아마도 너무 많은 사람이 그림을 둘러싸고 있어서 감상만 하고 나온 것 같다. 몇 해 전에 베르사유 궁전을 보고 와서 그런지 궁전 자체에서 받은 감동은 그렇게 크지는 않았다.
궁전을 다 보고 리모와 슈트케이스를 사기 위해 빈 시내에 있는 매장으로 이동했다. 알루미늄 케이스가 유명하지만 실용적인 대용량 플라스틱 케이스를 구매했다. 면세를 받으니 한국 시가의 1/2보다 적은 가격이 나왔다. 지금은 리모와 슈트케이스 가격이 많이 올라서 당시에 구매했던 비용으로 살 수 없다.
그런데!! 면세와 관련해서 프라하공항에서 문제가 터졌다. 수속 전에 면세 수속을 해야 하는 줄 모르고 짐을 모두 붙여버린 것이다. 짐을 붙이고 면세 수속을 하니 담당자가 슈트케이스가 없으면 면세를 해줄 수 없다는 것이 아닌가!? 절차를 몰랐다고 길고 긴 설명과 설득을 한 끝에 이번에만 봐준다는 식의 허가를 받았다. 진땀을 뺀 순간이기도 하다. 빈 여행에서 벨베데레궁전보다도 리모와 매장이 인상에 더 깊게 남은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몇 년 전 일이니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공항에서 면세 절차를 밟을 때 꼭 산 물건을 함께 가져가야 한다!
오스트리아 빈 여행의 마지막 날, 벨베데레 궁전에서 보낸 하루는 정말 특별했다. 시내를 잠시 둘러본 후, 맑게 개인 날씨 덕분에 벨베데레 궁전으로 향할 수 있었다. 궁전은 바로크 양식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며, 특히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 <키스>를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 중 하나였다. 하지만 나에게 벨베데레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합스부르크 제국의 중심지이자 현대 오스트리아의 출발을 알리는 역사적인 장소였기 때문이다. 궁전 내부는 화려하면서도 섬세한 디테일로 가득했고, 시간을 잊을 정도로 감상에 빠졌다. 그러나 빈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건 역시 리모와 슈트케이스 일화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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