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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벽을 넘어/미국 및 유럽

프라하에서의 마지막 여정-페트린타워와 성니콜라스성당

by DoorsNwalls 2024.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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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빈에서 시작해서 체코 프라하로 이어진 이번 여행도 마지막 일정만이 남았다. 귀국일을 제외하고 딱 하루가 남은 상황에서 프라하에서 어디를 갈지 고민하다 페트린타워에 다녀오기로 했다. 아는 분과 점심 식사를 하기로 해서 오후 시간만 쓸 수 있었기 때문에 어디 멀리 갈 수는 없는 상황. 그래서 오후 시간에 페트린타워를 보고 저녁에는 성니콜라스 성당의 벨타워에 올랐다. 벨타워는 나치의 체코 지배에 항거하는 시위와 관련된 장소라서 꼭 한 번 가보려 했던 곳이기도 하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프라하로


호텔에서 트램을 타고 10분쯤 이동해 내린 후, 걸어서 페트린타워까지 올라갔다. 언덕을 걸어 올라가야 하니 그게 싫다면 케이블카를 타면 된다. 나 홀로 여행인데다 시간도 넉넉히 있어서 걷기로 했다.

페트린타워 가는 길
페트린타워 가는 길

걸어서 63.5미터 높이의 페트린 타워 앞에 도착했다. 이 타워는 1891년 프라하 주빌리 박람회를 기념하기 위해 세워졌으며, 파리의 에펠탑에서 영감을 받아 건축되었다고 한다. 이곳은프라하의 주요 랜드마크 중 하나로, 도시 전역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특히 프라하성을 멀리서 보는 느낌이 아니라 위에서 안을 들여다 보는 느낌으로 조망할 수 있다.특히 붉은 지붕과 블타바강이 어우러진 프라하의 전경은 매우 인상적이다

페트린타워 가는 길

타워 앞에서 기념 주화도 팔고 있다. 2유로면 살 수 있어서 기념으로 하나 사서 간직하고 있다. 타워에는 입장권이 있어야 올라갈 수 있는데, 요금은 한화로 만원이 조금 넘었던 것 같다.

페트린타워 기념 주화

타워로 가는 길에 거울의 방 같은 것이 있어서 들어가봤다. 끝도 없이 거울이 이어져 있어서 사진을 찍으면 얼굴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 거울의 방 사진은 스킵한다. 

페트린타워

페트린타워에서 내려다본 프라하성의 모습이다.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가깝게 프라하성을 조망할 수 있다. 천문시계탑 전망대에서는 프라하성이 저 멀리 있는 느낌이라면 페트린타워에서는 훨씬 지척으로 느껴진다. 높이와 거리의 차이 때문일 것이다.

페트린타워에서 바라본 프라하성
페트린타워에서 바라본 프라하 시내
페트린타워를 나오며

페트린타워는 프라하의 숨겨진 보물 같은 곳이다. 언덕을 천천히 걸어 오르는 길부터 도시를 감싸는 붉은 지붕과 블타바강이 어우러진 전경이 펼쳐지면, 마치 한 폭의 그림 속에 들어온 기분이 든다. 파리 에펠탑의 축소판처럼 보이지만, 그 풍경은 전혀 다르다. 타워 꼭대기에 오르면 성곽 너머로 펼쳐진 프라하의 모습이 너무 가까워 손에 닿을 것 같다. 페트린타워는 도시의 복잡함에서 벗어나 프라하의 평온한 매력을 느끼게 해주는 특별한 장소로 프라하를 방문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관광지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성니콜라스성당 벨타워


페트린타워를 나와서 잠시 호텔에 들러서 옷을 갈아 입고 프라하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낼 장소를 물색해 봤다. 처음에는 천문시계탑 근처를 한 번 더 볼까도 고민해봤지만, 2차 세계대전과 관련이 깊은 성니콜라스성당 벨타워에 올라가는 것으로 정했다.

성니콜라스성당 벨타워
성니콜라스성당 벨타워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벨타워에서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다. 이곳은 1945년 5월 5일에 있었던 '프라하 봉기'와 관련된 장소이기도 하다. 프라하봉기는 제2차 세계 대전의 막바지인 1945년 5월, 체코 저항 운동이 독일 점령 하의 프라하를 해방시키려 한 사건을 말한다.  나치의 6년 간의 체코 점령은 체코인들의 반독일 정서를 부채질했으며, 소련군과 미군이 유럽 전역으로 급속하게 진격하고 있다는 소식은 저항 세력에게 용기를 주었다.

 

성니콜라스성당 벨타워 올라가는 길
성니콜라스성당 벨타워

 

성니콜라스 성당의 벨타워는 당시 나치 독일군이 체코 시민들의 움직임을 감시하기 위해 사용한 곳 중 하나였다. 벨타워는 높은 위치에 있어 프라하 전역을 감시하기에 적합했기 때문에 독일군이 봉기 중 저항군과 시민들의 활동을 주시하고, 군사적인 감시를 수행한 곳으로 이용되었다. 이 장소는 독일군의 통제 하에 있었지만, 결국 프라하 봉기의 성공으로 체코 저항군과 시민들은 독일 점령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성니콜라스성당 벨타워
성니콜라스성당 벨타워

이 벨타워는 프라하 봉기의 중요한 장소 중 하나로, 프라하 시민들이 나치에 맞서 싸운 저항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체코의 역사와 자유를 향한 투쟁을 기리는 공간이기도 하다. 벨타워에서 내려 오니 저녁 8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아침 일찍 비행기를 타야 했기에, 타워에서 내려온 순간 프라하 여행이 끝났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프라하에는 언제든 다시 오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장소가 넘쳐난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폴란드와 헝가리 등을 아우르는 동유럽 자동차 투어를 해보고 싶다. 적어도 3주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당분간은 쉽지 않아 보인다. :-< 

 


 

프라하에서의 마지막 날, 여행의 끝자락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다가 페트린타워로 향했다. 트램을 타고 언덕 아래에 도착해, 일부러 느리게 걸으며 이 도시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려는 듯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언덕 위에서 마주한 페트린타워는 비록 파리의 에펠탑과 닮았지만, 그곳에서 내려다본 프라하는 나만의 특별한 그림처럼 펼쳐졌다. 붉은 지붕과 푸른 블타바강이 어우러진 풍경은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타워 꼭대기에서 바라본 프라하성은 손에 닿을 것만 같아, 마치 도시를 안아주는 듯한 따뜻함이 느껴졌다.

저녁엔 성니콜라스 성당의 벨타워에 올랐다. 이곳은 단순히 아름다운 전망만이 아니라, 2차 세계대전 당시 프라하 봉기와 깊은 관련이 있던 역사적인 장소였다. 나치의 감시가 이루어졌던 이 벨타워에 서서, 과거의 아픔을 떠올리며 프라하 시민들이 자유를 향해 싸웠던 용기를 느낄 수 있었다. 저녁 노을에 물든 프라하를 내려다보며, 이 도시의 고요함 속에 담긴 강한 역사의 흔적을 다시금 되새기게 됐다.

이날 여행의 끝을 맞이하는 순간, 프라하와의 이별이 아쉽기만 했다. 여행은 끝이 났지만, 이 도시는 내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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