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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벽을 넘어/미국 및 유럽

프라하 천문시계탑전망대 및 스메타나뮤지엄을 다녀와서

by DoorsNwalls 2024.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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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빈에서 프라하로 온 후 이틀 동안 카를교 주변과 시내를 돌아보고, 카프카의 흔적을 찾아서 여기저기를 계속 돌아다녔다. 카프카뮤지엄, 카프카묘역, 황금소로, 움직이는 카프카 두상 등. 귀국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아서 모든 관광객들이 다녀가는 프라하 천문시계탑 전망대에 나 또한 가보기로 했다. 여기는 프라하를 잘 아는 분의 안내를 받고 올라가서 도시에 관한 상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시간이 지나니 그 분이 했던 이야기가 기억에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역시 자기 힘으로 체험하지 않은 경험은 기억에 각인되지 않고 휘발되어 버린다. :-<
 
프라하 천문시계탑 전망대(구 시청사)으로 가는 길
 


 프라하 천문시계탑을 보러 호텔에서 나와 트램을 타고 시내로 향했다. 천문시계탑에 가려는 이유는 프라하성을 포함해서 프라하 시내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에 시계탑이 있기 때문이다. 프라하성에서는 시내를 볼 수 있지만, 성을 시내의 풍경과 함께 조망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프라하시내 트램

지도에서 보는 것처럼 천문시계탑은 시 중앙에 있다!

 
천문시계탑으로 가기 전에 일행 중 한 분이 시내 음악당에서 공연을 보고 가자고 해서 그쪽으로 향했다. 그런데 여기도 따라만 간 것이라서 정확히 어딘지 지금은 찾기가 어렵다. 공연이 시작된 후에는 사진을 찍지 말라고 해서 사진도 시작 전에 찍은 것만 한 장 남아 있을 뿐이다. 공연장 안에 아르누보 양식의 타일 등이 무척 많았던 것도 기억이 난다. 시내 중심부에 있었으니 다시 프라하에 간다면 찾아갈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여행은 누군가를 따라다니면 기억에서 빠르게 사라진다. 

프라하 시내의 음악당

음악당에서 클래식 음악을 1시간 조금 넘게 듣고 천문시계탑으로 향했다. 음악은 프라하답게 드보르작과 스메타나를 적절히 시간 배분한 것이었다.  

프라하 시내 천문시계탑 가는 길

천문시계탑 앞에 도착했다. 시계탑 전망대로 가서 프라하 시내를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었다. 과연 유럽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아름다운 경치라는 말이 허언이 아님을 직접 실감할 수 있었다. 

천문시계탑 전망대

 
프라하 천문시계탑(구 시청사)은 1410년에 만들어진 중세 유럽의 대표적인 천문시계로 매 시간 정각이 되면 움직이는 12제자 인형과 함께 시계가 작동하며 많은 관광객이 모이는 명소다.  시계탑에 올라가면 프라하 시내를 360도로 조망할 수 있는데, 멀리 프라하성과 붉은 지붕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 천문시계탑의 전망대는 프라하 전경을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곳 중 하나다.
 
시계탑 전망대에서 본 프라하의 풍경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만큼 인상적었다. 프라하성부터 시작해 구시가지와 신시가지의 조화로운 풍경을 한눈에 담으며, 이곳이 왜 '동유럽의 보석'이라 불리는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멀리 프라하성을 바라보며 카프카 또한 100여년 전에 같은 풍경을 보고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그의 소설속 세계와 프라하 시내가 겹쳐져 보였다.

천문시계탑
천문시계탑 전망대엣 바라본 프라하 시내 도시 전경
천문시계탑 전망대엣 바라본 프라하 시내 도시 전경
천문시계탑 전망대엣 바라본 프라하 시내 도시 전경

천문시계탑을 보고 내려와 일행들과 합류해 저녁을 먹으러 갔다. 저녁 메뉴는 굴라쉬와 와인이다. 그런데 여기서도 문제는 식당 또한 따라간 것이라서 그곳이 어디였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프라하성 쪽으로 가는 길에 있는 식당이었는데 나중에 다시 가면 찾을 수 있을까. 식당은 건물 옥상과 이어져 있어서 바깥 경치를 바라보며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저녁은 굴라쉬를 파는 식당에서
저녁은 굴라쉬를 파는 식당에서

굴라쉬를 먹고 와인을 마시러 카를교 근처의 레스토랑으로 이동했다. Marina Ristorante라는 레스토랑으로 강가와 접해 있어서 야경이 무척 좋다.

Marina Ristorante에서
Marina Ristorante에서 바라본 카를교 야경

 
와인을 마신 후에는 카를교로 가서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했다. 조명이 비친 블타바 강과 카를교의 모습은 정말 낭만적이었고, 프라하에서의 밤을 완벽하게 마무리해주는 순간이었다.
 
 
Old clocks 스토어에서 시계를 산 후, 스메타나뮤지엄으로


 
프라하 여행 중, 다음 날은 앤틱 시계로 유명한 Old Clocks라는 상점을 방문하기로 했다. 프라하에서는 앤틱 시계가 명물로 손꼽히는데, 여행 중 하나쯤은 소장하고 싶다는 생각에 기대감을 안고 그곳으로 향했다. 가게에 도착하니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내부는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벽과 진열대에는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시계들이 가득했는데, 오래된 손목시계부터 화려한 벽걸이 시계, 커다란 괘종시계까지 모두 진귀한 앤틱 제품들이었다. 시계들이 뿜어내는 고풍스러운 분위기 덕분에 잠시 시간 가는 줄도 잊은 채 가게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여행 예산을 고려해야 했기에 조그만 시계를 하나 고르기로 했다. 직원의 설명을 들으며 여러 제품을 살펴본 끝에, 손으로 직접 태엽을 감아야 하는 작은 시계를 선택했다. 이 시계는 자동이 아닌 수동 태엽 방식으로, 요즘은 흔하지 않은 방식이라 더욱 마음에 들었다. 작은 크기이지만 정교하게 세공된 디자인이 눈길을 끌었고, 오랜 시간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시계를 사서 가게를 나서면서, 이 앤틱 시계가 단순한 기계 장치가 아니라 시간을 담아낸 작은 예술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시계를 볼 때마다 프라하에서의 특별한 순간들이 떠오를 것이라는 생각에 뿌듯했다.
 
시계를 산 후, 체코 클래식의 양대 산맥 드보르작과 스메타나 중, 스메타나를 기념하는 뮤지엄으로 향했다. 스메타나뮤지엄의 입장료는 70체코코루나로 한화로 하면 약 4000원 정도니 꽤 저렴한 편이다. 

프라하 시내 시계 전문점 Old clocks
프라하 시내 시계 전문점 Old clocks
시계를 산 후 스메타나 뮤지엄으로 가는 길

 
스메타나(Bedřich Smetana, 1824-1884)는 체코의 대표적인 작곡가로, 민족주의 음악의 선구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청각을 상실한 이후에도 작곡을 계속했으며, 특히 교향곡 <나의 조국(Má vlast)>으로 전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나의 조국>은 체코 민족주의와 애국심을 상징하며, 지금도 체코 국민들에게 의미가 깊은 곡이다. 

스메타나뮤지엄
스메타나...생일과 몰일이 기재돼 있다

생각날 때면 <나의 조국>을 듣기에 프라하를 방문한 후 스메타나의 음악은 내게도 꽤 의미가 깊다. 하프 소리로 시작되는 <나의 조국>을 들으면 프라하와 블타바강, 카를교, 프라하성 등이 자동적으로 연상된다. 강대국에 의해 휘둘린 체코의 역사와 합쳐지면서 <나의 조국>은 거대한 울림으로 듣는 이를 감동시키는 것 같다.

스메타나뮤지엄

뮤지엄에 전시된 스메타나의 피아노는 그가 직접 사용했던 중요한 유품 중 하나이다. 이 피아노는 스메타나가 말년의 창작 활동에서 주로 사용했던 악기로 <나의 조국> 같은 주요 작품들이 이 피아노에서 탄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스메타나는 청력을 잃은 후에도 작곡 활동을 이어갔는데, 이 피아노는 그런 역경 속에서도 그가 음악을 창조해낸 도구였다. 피아노를 통해 스메타나의 예술적 열정과 체코 민족 음악에 대한 깊은 사랑을 엿볼 수 있으며, 이 악기는 단순한 악기가 아닌 그의 음악적 유산을 상징하는 중요한 기념물로 평가받는다.
 
진품인 것 같은데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그대로 전시돼 있어서 순간 레플리카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스메타나뮤지엄
스메타나뮤지엄


 
프라하에서의 여행은 내게 많은 인상을 남겼다. 오늘 여행에서는 유명한 프라하 천문시계탑 전망대 들렀다.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이곳은 프라하의 전경을 가장 아름답게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 프라하성의 붉은 지붕과 함께 동유럽의 보석이라 불리는 프라하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그다음 날은 유명한 Old Clocks라는 시계 가게에 들러 오래된 앤틱 시계를 하나 구매했다. 손으로 태엽을 감는 방식의 작은 시계는 고풍스러운 매력과 함께 프라하에서의 기억을 담아갈 좋은 기념품이 되었다. 그 후 방문한 스메타나 뮤지엄에서는 체코의 대표 작곡가 스메타나의 음악과 삶을 깊이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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