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Mrak에서 아침 식사를 든든히 먹고 시내를 돌아본 후, 가방을 다시 꾸려서 루블라냐성과 드래곤다리 등을 보기 위해서 밖으로 나갔다. 문제는 날씨였는데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하더니 루블라냐성으로 향해갈 시간 쯤 빗줄기가 조금씩 굵어지기 시작했다.



시내 시장에서 블루베리와 라즈베리 류를 10유로 쯤 사서 가방에 넣은 후 루블라냐성으로 향했다.
♣ 루블라냐성으로
비 오는 날, 나는 슬로베니아의 상징이자 "드래곤의 성"으로 불리는 류블랴나성을 찾았다. 성입장료 & 푸니쿨라 가격까지 해서 14유로 정도를 냈던 것 같다. 구름이 낮게 드리운 가운데, 고대 요새는 마치 오랜 세월을 품은 듯 웅장하게 서 있었다. 이 성은 중세 시대 요새로 처음 지어졌지만, 무기고로 쓰이다, 19세기에는 감옥으로 사용되며 그 용도를 여러 차례 바꿨다. 성 안에는 감옥 체험 비슷하게 구성된 전시실도 있다.




이곳의 역사는 기원전 15년, 로마 제국이 에모나(Emona)라는 군사기지를 세운 때부터 시작된다. 이후 도시는 성장했지만, 5세기에 훈족에 의해 파괴되고 만다. 그 후 6세기경 슬로베니아인이 이 지역에 정착하면서 새로운 역사가 열렸다. 류블랴나성은 1144년에 건설되었고, 이후 합스부르크 가문에 속하면서 크라인 공국의 중심지가 되었다.


이 성의 역사는 매우 복잡하다. 오스트리아와 유럽의 정치적 흐름 속에서 여러 지배 세력이 교체되었고, 특히 제1차 세계 대전 이후 550년간 이어진 합스부르크 가문의 지배가 끝나고 유고슬라비아 왕국에 병합되었다.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이탈리아 왕국 치하에 들어갔고, 그 후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연방공화국 시대를 거쳐 1991년 독립 후 슬로베니아의 수도로 자리 잡았다.


비에 젖은 류블랴나성은 한층 더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고대의 요새에서부터 현대의 독립된 국가의 상징이 되기까지, 이 성은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전환점을 거쳐 왔다. 오늘 나는 그 시간 속을 여행하며 성벽을 따라 걸었고, 그 안에 스며든 역사의 무게를 느꼈다.



이 성은 단순한 중세 요새가 아니라, '드래곤의 성'이라는 별명답게 곳곳에 신비로운 드래곤의 흔적이 가득했다. 성으로 향하는 길부터 시작해, 성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한 조각들까지, 드래곤은 마치 이 성의 수호신처럼 모든 곳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류블랴나성에는 드래곤에 관한 전시물도 마련되어 있어 그 전설을 좀 더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슬로베니아 전설에 따르면, 류블랴니차 강가에 드래곤이 살았고, 이 드래곤을 영웅 이아손이 물리쳤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 때문에 드래곤은 이 도시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고, 류블랴나성 곳곳에서 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성 내부 전시관에 들어가면 드래곤 관련 유물들과 함께 드래곤의 전설을 소개하는 다양한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중세 시대 사람들에게 드래곤이 어떤 존재였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 성과 류블랴나의 상징이 되었는지 설명하는 글과 그림들이 흥미를 더했다. 특히, 드래곤 조각상들이 성 안팎에 세워져 있어 마치 드래곤의 기운이 성을 지키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전시를 마치고 성벽을 따라 걸을 때마다, 마치 드래곤이 성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 같은 상상에 빠져들었다. 비가 내린 덕분에 더욱 신비로운 분위기가 성 안에 깃들었고, 나는 그 속에서 류블랴나성과 드래곤의 전설을 온전히 체험할 수 있었다.
♣ 드래곤다리에서
류블랴나성에서 내려오는 길, 마침 비가 잠시 그쳤다. 성에서 내려다본 도시의 풍경이 촉촉하게 젖어 더욱 아름다웠다. 나는 곧바로 류블라냐차강을 건너는 유명한 드래곤다리로 향했다. 이 다리는 류블랴나의 상징 중 하나로, 다리 양쪽에 자리 잡은 네 마리의 드래곤 조각이 눈길을 끌었다. 류블랴나의 전설 속 드래곤을 형상화한 이 조각들은 마치 도시를 수호하는 듯 위엄을 뽐냈다



나는 서양의 드래곤과 동양의 용에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아서, 류블랴나에서 드래곤 형상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류블랴나성은 물론, 도시 곳곳에서 용과 관련된 상징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특히 드래곤다리의 네 마리 드래곤 조각이 인상적이었고, 도시 곳곳에 드래곤 모양의 문고리, 엘블렘, 장식물 등이 눈길을 끌었다. 류블랴나의 전설 속 드래곤이 이 도시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만큼, 그 흔적이 도심 곳곳에 남아 있는 것을 보며 이곳이 실로 '드래곤의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가 잠시 멈춘 덕분에, 나는 더욱 세심하게 그 흔적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 그루지야 레스토랑 Tiflis, Gruzijska restavracija
드래곤다리를 구경한 후 허기가 느껴져 근처의 그루지야 레스토랑인 Tiflis, Gruzijska restavracija에 들어갔다. 메뉴에서 그루지야식 수프 두 종류와 갓 구운 빵을 주문했다.


하나는 향신료가 가득한 따뜻한 그루지야식 JUHE 수프, 또 다른 하나는 고기와 채소가 들어간 진한 국물이었는데, 빵과 함께 먹으니 완벽한 조합이었다.

든든하게 식사를 마친 후에는 진한 그루지야식 커피까지 즐겼다. 밖으로 나왔을 때, 갑자기 비가 다시 쏟아지기 시작했다. 우산을 쓰고도 빗물이 신발 속으로 스며들어 발이 다 젖었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비가 쏟아지는 류블랴나 거리를 걸었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류블라냐니차 강을 따라 걷다 보니, 곳곳에서 드래곤 형상의 장식물들이 눈에 띄었다. 가로등 기둥과 난간에 새겨진 작은 드래곤 문양들까지, 이 도시가 왜 '드래곤의 도시'라고 불리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호텔에 돌아왔을 때는 신발이 물에 젖어 축축했고, 결국 드라이기를 꺼내 말리기 시작했다. 류블랴나에서의 비 오는 하루는 다소 고단했지만, 그루지야 음식을 맛보고 드래곤의 도시를 걸으며 특별한 경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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