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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문 안에서/까페, 극장, 오락실, 헛간

노정윤의 ‘한일 축구문화론’ 리뷰

by DoorsNwalls 2024.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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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오래 전 축구와 연을 맺던 시절에 썼던 글이다. 자료로서의 가치가 있을듯 하여 예전 글을 약간 손 봐 헛간에 넣어둔다. 이제 축구와의 연은 거의 끊어졌지만, 옛 정을 생각하면 한국 축구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은 숨길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J리그와의 비교는 여전히 유의미하다고 판단된다.

 
■출판사: 코단샤 (講談社)
■저자: 노정윤
■발행일: 2002년 4월 20일
 
 우선 서문을 쓴 미노미야씨의 서문으로부터 리뷰를 시작한다. 미노미야 씨는 1960년생으로 일본인 최초로 MLB에 뛰어든 노모와 J리그에 한국인 최초로 뛰어든 노정윤을 전담 취재했다. 1992년 노정윤이 고려대학교 4학년일 때 유공은 노정윤을 잡기위해 심혈을 기울였지만, 결국 노정윤은 J리그로 향한다. 1993년은 J리그가 출범한 해로 노정윤은 연봉 2억이라는 별로 많지 않은 연봉을 받고 신천지로 향했다.
 
만약에 일본이 아니라 다른 나라였다면, 이 정도로 언론에게 두들겨 맞지는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일본이라고 하면 역사적 감정도 있고, 일본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요. 당시, 한국 축구는 일본보다 강했기 때문에 양국에는 실력차가 있었어요. ‘한국에도 프로리그가 있는데 왜 일본으로 굳이 가려고 하는가?’라고 모두 저에게 반대의견을 표시했습니다.
 
미노미야 씨가 취재한 파일에는 당시 노정윤의 육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미노미야씨의 취재파일에서 볼 수 있듯이 노정윤은 그리 많지 않은 돈을 받고 J리그로 건너갔다. 노정윤은 J리그로 간 이유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J리그는 십 년에 걸쳐서 만전의 준비를 했다는 이미니시 씨의 설명을 들었고, 꼭 좋은 스타트를 끊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코가 이미 일본에 있었고, 리네카는 물론이고 리도바르스키, 라몬데아스, 비스콘테등의 세계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선수들과 함께 뛸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여기 까지 읽은 사람 중에 노정윤에 대해 매우 기회주의적인 사람이라는 당치 않은 판단을 내릴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책에서 읽은 내용 몇 가지를 소개해 보겠다.
 

 
노정윤은 산프레체 히로시마에 입단해서 축구가 끝나고 기숙사에 돌아오면 하루 6시간 씩 일본어 공부를 했다고 한다. 그렇게 공부해서 2년 정도가 지났을 때는 인터뷰 정도는 스스로 할 수 있을 정도가 됐지만, 그는 고국의 팬들을 생각해서 한국어로 인터뷰를 하는 등 사려 깊은 모습을 보여준 선수였다. 또한, 중병을 앓고 있는 재일조선인 어린이들에게 사인을 해서 보내줬으며, 그 아이들이 경기장에 찾아와서 ‘노정윤’을 연호했을 때 축구선수로서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고 쓰고 있다.
 
월드컵 이전에 쓰여진 이 책은 한국인으로서의 긍지를 잃지 않고 이국 리그에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받기 위해 고군분투한 인간 노정윤의 모습이 너무나 잘 그려져 있다. 미노미야 씨는 노정윤이 민족적 문제를 넘어서 일본을 제2의 고향으로 사랑하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며 그를 진정한 ‘국제인’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노정윤은 J리그에 입성한 한국인 최초의 선수로서 겪었던 여러가지 일들을 매우 담담하게 써 내려가고 있다. 문체는 노선수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감수자인 미노미야씨의 흔적이 상당히 느껴지지만, 매우 솔직하고 실질적인 이야기들로 꽉 채워져 있다.
 
목차는 다음과 같다.
 
1장 최초의 한국인 J리거
프로선수로서의 출발 / 심플한 선택 / 한국인으로서의 프라이드/ 최초의 드리블/리토발스키 충격/ 부인과 가족/ 재일한국인과의 만남/ 김치 대신 단무지 / 빠칭코에서 시간 죽이기 / 히로시마에서의 교류 / 효도하고 싶은 마음 / 그 후의 산프레체 / 일본과 한국 (몇 개 생략)
 
2장 한국축구선수는 이렇게 만들어진다(세부 사항 생략)
 
3장 유럽 체험(세부 사항 생략)
 
4장 일본을 위해, 한국을 위해(세부 사항 생략)
 
 
 리뷰를 쓰면서 노정윤의 말중에서 가장 가슴에 와 닿았던 것이 두 군데 있었다.
 
 저는 항상 한국인이라는 긍지를 가슴에 담고 살았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일본에 오기 전에는 재일한국인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다. 오사카나 동경에서 그들의 존재는 크다. 오사카에는 삼십 만명의 재일한국인이 살고 있다. (중략) 그들의 존재가 없었다면 나는 지금처럼 축구를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노정윤은 간사이(關西)지역에서 주로 선수생활을 했는데 그래서인지 책 곳곳에서 재일조선인에 대한 삽화가 나온다.
 
끝으로, 이 책은 한 축구 선수의 J리그 체험담 만은 아니다. 한 명의 인간으로서 그리고 축구선수로서 노정윤, 이방인으로서 타문화 뛰어든 모든 이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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