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이 연마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중국 기행
진강秦剛 / 북경외국어대학 교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근대 일본인 작가 가운데서도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가장 널리 알려지고 애독된 작가 중 한명이다. 그것은 그가 아시아에 공통된 전통적인 문화 교양을 지니고 구미歐美 문학과 깊이 있게 접촉함으로써 현대문예의 소양은 물론이고 세계적인 시야를 확보해서 주옥과도 같은 작품을 많이 창작했기 때문이다.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등의 문제는 아쿠타가와가 전 생애 걸쳐 전개했던 문학적 주제였다. 아쿠타가와는 유행작가가 된 젊은 무렵부터 동서의 교양과 지성을 겸비하고 있는 문화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1921년 봄부터 여름에 걸쳐서 아쿠타가와는 오사카마이니치신문사大阪毎日新聞社의 특파원으로서 중국 각지를 넉 달에 걸쳐서 여행했다. 그가 생애에 걸쳐 한 유일한 해외여행이었다. 이 중국으로의 기행은 아쿠타가와의 문학 창작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귀국 후에 그가 쓴 소설 중에 「덤불속藪の中」이라는 단편은 1950년대에 구로사와 아키라黒澤明 감독의 영화 『라쇼몽羅生門』으로 개편되면서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된다. 이 작품에서 시도된 복수의 시점을 통한 다각적이고 또한 다층적인 이야기를 구성하는 의식과 수법은 그가 중국기행에서 사물을 보는 시각이 넓어진 것과 깊이 연관돼 있다.
또한 아쿠타가와는 메이지明治 시기 이후 일본이 대외로 세력을 확장하는 국민정신의 체현자로 영웅시 되고 있던 옛 이야기의 주인공 모모타로桃太郎에 관한 이야기를 오니가시마鬼ヶ島 침략한 군국주의자로 그린 작품 「모모타로桃太郎」라는 작품으로 창작하게 된다. 그것 또한 상해에서 혁명가이자 사상가인 장병린章炳麟과 대면했을 때 장병린이 모모타로 이야기를 통해 일본을 비판하는 것을 듣고 착안하게 됐던 것이다. 고유한 인식 방식을 뒤집는 새로운 것을 볼 수 있는 견해를 획득한 것이야말로 아쿠타가와가 중국 기행을 통해 얻은 커다란 수확이라 할 수 있다.
아쿠타가와는 중국 기행기를 귀국한 후에 단속적으로 집필해서 후일 『지나유기支那游記』라는 제목으로 간행했다. 근대 일본인의 중국 기행기 중에서도 많은 독자를 확보한 대표적인 한 권이다. 다만 『지나유기』는 오랜 세월 동안 연구자 사이에서 평가의 대상이 되는 일은 없었다. 이 책의 역사적 가치가 다시 평가되기 시작하는 것은 1990년대, 일본문학연구의 국제화가 진행돼 작가의 월경 체험의 중요성이 인식되기 시작한 이후부터였다. 현재는 아쿠타가와 문학을 고찰 할 때, 혹은 1920년대 중국과 일본의 문화적 교섭을 다루려 할 때 이 책은 중요한 텍스트로 인식되고 있다.
이 책은 아쿠타가와의 눈에 비친 1921년 중국 사회의 단면과 그가 마주친 단편 단편의 일상의 세부가, 소설가의 생생한 빛깔이 입혀진 필치로 기술돼 있다. 그로부터 100년의 세월이 지난 현재, 시대의 격렬한 변화로 인해 현재의 독자에게는 오히려 신선하게 보일 수 있는 경치도 적지 않다. 또한 소설가가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신기한 관찰과, 여행자가 아니면 관심을 갖지 않을 시정의 풍경도 많이 기록돼 있다. 아쿠타가와가 방문했던 도시 대부분은 현재 국제도시나 혹은 관광도시로 변해서 100년 전의 풍모와 도시의 표정을 발견하는 것은 더 이상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각지의 명승지와 거리의 풍정을 변화해가는 역사적 전환기의 한순간 속에 포착해 언어로 펼쳐놓은 아쿠타가와의 기행문은 그곳의 옛 풍모와 역사적 변천을 알려주는 귀중한 실마리와 창구를 제공해 주고 있다.
중국의 고전문학에 친밀함을 갖고 있던 아쿠타가와는 이 책에서 고전 시문학의 세계에 있는 과거의 중국과, 눈앞에 중국을 대비시켜, 양쪽의 차이를 품평하는 것을 통해 중국의 현실 상황을 전하려 하고 있다. 눈앞에 전개되는 풍경, 풍물, 인물 등에 대해서 때로는 재기 넘치는 기지로 힘차게 비평하거나, 때로는 눈살을 찌푸리면서 신랄하게 비꼬아댄다. 국력이 쇠퇴하는 것에 동반돼 옛 전통이 상실해 가고 문화유산이 황폐해져 가는 모습에 대해서는 실망을 감추지 않고 표현했고, 내우외란에 빠진 중국의 현상現狀에 대해서는 때로는 초조함을 느끼고 있다. 특히 구미 열강 세력이 중국에서 발호해 중국의 전통문화와 국가이익을 침식해가는 정세에는 혐오감과 분노를 표명하는데, 이는 중국 근대의 혁명가에 대한 관심이나 공명으로 나타나 있다.
아쿠타가와가 중국을 여행한 것은 5.4운동이 일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무렵이었다. 중국은 민족의식에 눈을 떠, 일본제국주의 반대운동이나, 일본상품 보이콧 운동이 각지에서 맹렬하게 전개되고 있던 시대였다. 이러한 시대를 배경으로 아쿠타가와는 중국인의 눈에 비친 일본과 일본인의 모습을 알게 되면서, 아시아 여러 나라에게 근대 일본이 어떠한 국가였는지를 외부에서 대상화해서 볼 수 있는 계기를 얻었다. 그 때문에 이 기행문에는 일본인이란 무엇인가라고 자신이 묻고 있는 장면이 곳곳에 삽입돼 있다.
이 책에 수록된 마지막 기행문은 아쿠타가와가 방문했던 도시의 인상을 묘출하기 위해 상징적인 경관이나 이미지를 간결한 언어로 포착한 「잡신일속雑信一束」이다. 이 「잡신일속」의 마지막 내용이 중국의 동북지역에서 세력을 차례차레 확대하는 일본에 대한 비판이다. 특히 마지막 일절은 「남만철도南満鉄道」라는 제목으로 “수수 뿌리를 기어가는 한 마리의 지네”라는 짧은 문장이 씌어 있는데, 남만철도를 지네에 비유한 기발한 비유로 일본의 국책회사인 남만주철도주식회사의 사업을 대륙 측에 시점에 서서 풍자하고 있다.
일본인이 중국대륙에서 해왔던 것과 하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 부감적인 각도로부터 바라보고, 그 본질을 꿰뚫어 본 후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권말을 장식한 이 문장은 아쿠타가와의 중국여행기가 보여준 하나의 도달점, 요컨대 일본을 밖으로부터 보는 시각을 얻게 된 점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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