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중국 기행문 한국어 번역을 기대하며
세키구치 야스요시関口安義 / 쓰루문과대학都留文科大学 명예교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기행문『지나유기支那游記』(『중국유기中国游記』)는 오늘날 일본과 중국에서 재평가 되고 있다. 1920년대 초, 검열이라는 국가의 탄압을 의식하면서 허용된 표현의 범위 안에서 아슬아슬 하게 줄타기하며 중국의 실태를 그린 이 작품이 현재 새로운 고찰의 대상이 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중국에서는 일본의 연구 상황을 흡수하면서 세 종류의 『중국유기』가 각가 다른 번역자에 의해 출판됐다.
과거 중국에서 아쿠타가와는 중국을 멸시하는 내용의 기행문을 쓴 작가로 여겨져 부정돼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아쿠타가와가 『지나유기』에서 1920년대 초기 중국을 사실적으로 명확히 파악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그에 대한 평가는 높아지고 있다. 『중국유기』를 중국에서 처음으로 완역한 것으로 알려진 진생보陳生保 씨(당시 상해외국어대학上海外国語大学 교수)는 중국어 번역본 「해설」에서 아쿠타가와가 중국과 중국인이 겪고 있는 고난을 적확한 기록으로 남겨준 것에 감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쿠타가와는 중국을 사랑해 중국 인민이 겪고 있던 고난에 동정하면서 기행문을 썼다고 평가했다. 진생보 씨의 평가에는 아쿠타가와를 다시 발견한 것에 대한 기쁨이 생동하고 있다.
아쿠타가와는 중국인의 끈질기고 강한 반일 저항 정신도 놓치지 않고 썼다. 그는 검열 제도를 의식하면서도 중국의 현실을 명확히 응시했다. 소주蘇州에서는 반일과 관련된 낙서까지 교묘한 해학과 아이러니를 곁들여 쓰고 있다. 게다가 호남湖南의 성도省都인 장사長沙에서는 일본인 병사가 중국인 여자사범학교에 난입해 강간 사건을 일으킨 것에 대해서도 검열을 강하게 의식해가며 수사rhetoric를 다방면으로 구사해 가며 그 사건을 다뤘다.
기행문 『지나유기』는 작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중국기행문 집필 이후 만년에 걸쳐 쓴 작품의 창작 의도를 풀기 위한 열쇠가 숨겨져 있다. 그 뿐만이 아니라 표현의 자유를 둘러싸고 고투를 펼친 작가 이상을 비롯한 조선인 작가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와의 관련성을 고찰할 때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줄 것이다. 『지나유기』의 한국어 번역에 기대하는 바가 실로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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