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열린 제주 4.3 관련 심포지엄에 참여하기 위해 떠났던 여행은 의미 있는 경험으로 가득 찼다. 심포지엄에서는 제주 4.3 사건의 역사적 중요성과 그 여파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이루어졌다. 여러 작가들과 학자들이 모여 각자의 시각에서 제주 4.3의 상처와 그로부터 우리가 배워야 할 점들을 공유하며, 이러한 아픔이 어떻게 문학과 예술로 표현될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시간을 가졌다.
심포지엄이 끝난 후, 참여한 작가들과 함께 서우봉 일제 진지동굴을 방문했다. 이곳은 1945년 일본 해군이 구축한 동굴 기지로, 태평양 전쟁 말기에 자살 공격을 감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공기지다. 동굴에 들어서자, 그 어둡고 좁은 공간은 역사의 비극을 체감하기에 충분했다.
♣ 서우봉 일제 진지동굴과 몬주기알
서우봉 일제 진지동굴과 몬주기알을 방문하며, 일본에서 초청된 오키나와 M 작가와 함께한 일정은 깊은 의미가 있는 경험이었다. 서우봉 해안가는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북촌리에 위치해 있으며, 1945년 일본 해군에 의해 구축된 동굴 기지로, 태평양전쟁 말기에 자살 공격을 위해 만들어진 특공기지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 더욱 마음이 무거웠다.
서우봉 동굴진지는 왕(王)자형 구조를 띠고 있으며, 해안 절벽을 따라 23기가 존재하지만, 그중 19기의 진지가 확인되었다. 특히, 이 동굴 진지의 보존 상태가 양호해 전형적인 내부 구조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입구는 동쪽 방향으로 세 곳이 뚫려 있고, 특공기지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곳으로, 전체 길이가 110m에 달한다. 이런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공간에서 M 작가와 함께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M 작가는 오키나와전의 비극이 제주에서도 일어날 수 있었던 일이라는 점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고, 이곳에서 그 역사에 대해 더욱 깊이 생각할 수 있었다. 우리는 이 동굴 진지를 탐험하며 그 시절의 아픔과 희생을 되새겼고, 전쟁의 상처와 제주4.3의 고통이 여전히 남아 있는 제주에서 역사와 기억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마음을 다졌다.
다만 시간이 촉박해서 몬주기알(4·3희생터)에는 가보지 못 해서 무척 아쉬웠다. 다음에 제주도에 갈 때 꼭 찾아가기라 마음속에 새겨두고 우리 일행은 강정마을로 향했다.
♣ 강정마을 베트남 피에타상, 강정마을 평화센터에 가다
강정마을의 베트남 피에타상은 깊은 역사적 의미와 감정을 담고 있는 장소였다. 이 동상은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을 사과하고 피해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김서경과 김운성 작가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 앞에 서서 동상을 바라보며, 가슴 한켠에서 무언가가 뭉클해지는 것을 느꼈다.
동상 근처에는 베트남의 자장가가 새겨져 있었다. “아가야, 너는 이 말을 기억하거라. 한국군들이 우리를 폭탄 구덩이에 몰아넣고 다 쏘아 죽였단다. 다 쏘아 죽였단다. 아가야, 넌 커서도 이 말을 꼭 기억하거라.” 이 구절은 그 시대의 아픔과 상처를 고스란히 담고 있었고, 당시의 비극을 잊지 말라는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었다.
이곳을 방문한 후 강정마을 평화센터로 향했다. 그곳에서 구럼비와 관련된 전시물을 보는데 마음이 아팠다. 이미 폭파돼 사라진 구럼비의 전시물을 보면서, 자연이 억겁의 시간을 들여 형성한 것을 인간이 한순간에 부서뜨려 없애버릴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비참하게 느껴졌다. 돌의 시간, 파도의 시간을 견딘 자연의 숨을 이렇게 쉽게 끊어놓아도 되는 것인지 깊은 생각이 들었다.
이 두 곳에서 경험한 모든 감정은 전쟁과 폭력이 남긴 상처, 그리고 자연과 인간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해주었다. 강정마을에서의 시간은 단순한 방문이 아니라, 과거의 아픔을 이해하고 그로부터 배우려는 진지한 과정이었다. 이곳의 모든 것이 앞으로 나아가는 길에 큰 의미를 지닐 것임을 느꼈다.
'도시의 문 안에서 > 기억과 장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쿄 묘지 기행-조시가야, 지겐지, 혼묘지 방문 기록 (0) | 2024.11.04 |
---|---|
나쓰메 소세키 공원 "나쓰메 소세키 산방기념관" 방문 기록 (0) | 2024.11.03 |
삿포로에서 문학탐방-홋카이도문학관, 와타나베 준이치 문학관 (0) | 2024.10.31 |
홋카이도 오타루 탐방-이시카와 다쿠보쿠 시비와 오타루운하를 찾아 (0) | 2024.10.30 |
아키타 문학 미술 답사-아키타문학자료관, 아키타현립미술관 방문 기록 (0) | 2024.1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