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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벽을 넘어/미국 및 유럽

뉴욕 맨하탄 생활 기록 06-뉴욕의 랜드마크, 거버너스 아일랜드 방문기

by DoorsNwalls 2024.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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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하탄에 도착해 두 달 쯤 됐을 때 거버너스 아일랜드를 찾아갔다. ALP 수업에도 조금 익숙해졌고, 아직 정식으로 폴세메스터가 시작되기 전이라서 조금 여유가 있었다.

맨하탄에서 거버너스 아일랜드에 가는 가장 쉬운 방법은 배를 이용하는 것이다. 배는 로어 맨해튼에 위치한 배터리 마리타임 빌딩( Battery Maritime Building Slip 5)에서 출발해 10분 정도면 목적지에 도착한다. 페리 탑승 요금은 무료지만 정해진 시간마다 운행되므로 출발 전 시간표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배 안에서 자유의 여신상과 맨하탄 스카이라인을 감상할 수 있어 짧은 이동 시간이지만 충분히 즐거운 여정이었다.

거버너스 아일랜드 가는 길. 배터리 마리타임 빌딩( Battery Maritime Building Slip 5)
거버너스 아일랜드 가는 길. 페리 안에서.

거버너스 아일랜드는 원래 Lenape 원주민들에게 “Paggank”라는 이름으로 불렸으며, 당시 섬에는 밤나무, 히코리, 참나무 같은 나무들이 가득해 사냥과 채집을 위한 장소로 사용되었다. 이 섬의 이름은 처음에는 네덜란드어로 “Noten Eylandt”라고 불리다가 영국에 의해 “Nutten Island”로 변경되었고, 결국 18세기 말에 거버너스 아일랜드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

거버너스 아일랜드. 페리에서 내리며. 주말이라 사람이 많다.

미국 독립전쟁 중인 1776년에 섬은 군사 기지로 처음 사용되었고, 이후 미군의 훈련장 및 전략적 방어 기지로 1783년부터 1966년까지 지속적으로 사용되었다. 1966년부터 1996년까지는 미국 해안경비대의 기지로 사용되다가, 2003년에 공공용으로 매각되어 2005년에 일반인에게 개방되었다고 한다. 현재 거버너스 아일랜드는 역사적 유산이 깃든 공원과 문화 공간으로 재개발되어 많은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거버너스 아일랜드

현재 거버너스 아일랜드는 연중 다양한 행사와 축제가 열리는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미술 전시회, 음악 공연, 영화 상영과 같은 예술 문화 프로그램들이 수시로 개최되며, 공공 예술 프로젝트도 자주 열려 방문객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여름철에는 피크닉과 자전거 타기를 즐기기 좋은 넓은 공원도 있어 현지인들과 관광객 모두에게 인기 있는 휴식 공간이기도 하다.

거버너스 아일랜드
거버너스 아일랜드
거버너스 아일랜드
거버너스 아일랜드에서 보이는 맨하탄.
거버너스 아일랜드 캐슬 윌리암.

캐슬 윌리엄(Castle Williams)은 뉴욕 하버의 거버너스 아일랜드 북서쪽에 위치한 원형 요새로, 미국 초기 방어 시스템의 중요한 상징 중 하나이다. 이 요새는 1807년부터 1811년 사이에 건설되었으며, 미국 육군 공병대의 조나단 윌리엄스(Jonathan Williams) 장군이 설계하였다. 캐슬 윌리엄은 요새화의 새로운 건축 기법을 반영한 원형 디자인과 강력한 방어력을 자랑하며, 뉴욕 하버로 접근하는 적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거버너스 아일랜드 캐슬 윌리암

초기에는 뉴욕을 방어하기 위한 군사 기지로 사용되었으며, 1812년 미영 전쟁 당시에는 영국 함대의 공격을 막아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이후 19세기와 20세기에 걸쳐 요새는 다양한 군사적 용도로 사용되었다. 남북 전쟁 시기에는 남군의 포로를 수용하는 포로 수용소로 쓰였으며, 그 후에는 군사 훈련장 및 탄약고로 활용되었다.
 
1966년 미군이 거버너스 아일랜드를 떠난 이후 캐슬 윌리엄은 미국 역사적 건축물로 지정되었고, 현재는 거버너스 아일랜드 내의 국립 공원관리청이 관리하는 역사적 명소로 일반에 공개되고 있다. 방문객들은 요새 내부를 투어하며 당시 군사 시설과 방어 전략에 대한 해설을 들을 수 있으며, 요새의 벽 위에서 맨해튼 스카이라인과 자유의 여신상, 그리고 브루클린을 감상할 수 있다.

거버너스 아일랜드. 자전거 동호회.
거버너스 아일랜드에서 본 행위예술.
거버너스 아일랜드에서 본 행위예술.

 

거버너스 아일랜드 아트페어

아일랜드의 명소 중 하나인 거버너스 아일랜드 아트페어는 다양한 예술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장소이다. 특히 이곳에서 나는 여우와 토끼 탈을 쓴 행위 예술가들을 보았다. 화려한 의상과 탈을 쓴 그들의 모습은 마치 동화 속의 캐릭터처럼 느껴졌고, 그들이 펼치는 퍼포먼스는 색다른 매력을 더했다. 관객들은 이러한 예술가들과 교감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거버너스 아일랜드 아트페어

아트페어에서는 골동품과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마켓도 열렸다. 오래된 장신구나 예술적인 소품들이 다양한 형태로 전시되어 있어,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 전시처럼 보였다. 현지 작가들이 직접 만든 독특한 소품들도 많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으며, 특히 뉴욕의 문화와 감성이 묻어나는 아이템들이 많아 눈길을 끌었다.

거버너스 아일랜드에서 본 자유의 여신상. 사진 핀트가 나가 있다 ㅠㅠ

거버너스 아일랜드의 위치 덕분에 자유의 여신상을 매우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점이 큰 장점이다. 특히 Castle Williams 근처에서 바라보는 자유의 여신상은 강한 존재감을 자아내며, 섬의 녹음과 함께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이곳에서 여유롭게 앉아 자유의 여신상과 함께 뉴욕 하버를 감상하며 고난이도 아카데믹 영어 학습에서 오는 괴로움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운동이든 언어든 어린 시절에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누구를 탓할 수 있을까. 1980-90년대 한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이들 중에서 그런 것이 가능했던 이들은 도시에 살았던 소수의 혜택 받은 중산층 이상 가정의 아이들 뿐이었다.  그때 하지 못 했으니 지금 할 수 있고, 그때의 결핍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으니, 어떤 것이 좋다고만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윤택한 가정에서 태어나 많은 혜택을 누리고 살았다면, 20대에 해외로 유학/고학을 하러 떠날 결심은 아마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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