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의 암스테르담 애비뉴에 위치한 세인트 존 더 디바인 대성당(Cathedral Church of Saint John the Divine)은 나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장소다. 뉴욕에서 살던 시절, 거주지에서 도보로 단 5분 거리에 있어 거의 매일 그 웅장한 자태를 마주했고, 수십 번 이상 방문하며 깊은 애정을 쌓았다. 이 대성당은 단순한 종교 시설을 넘어, 역사의 흐름 속에서 다양한 사명과 역할을 수행하며 뉴욕시와 세계에 의미 있는 흔적을 남긴 장소다.
대성당은 1828년 뉴욕 주교 존 헨리 호바트의 아이디어로 처음 구상되었고, 1892년 성 요한 축일에 초석이 놓이며 본격적인 건축이 시작되었다. 이 건축물은 로마네스크, 비잔틴, 고딕 요소가 어우러진 독특한 건축 양식으로 설계되었으며, 미국에서도 가장 큰 교회 중 하나로 꼽힌다. 건축 과정은 수차례 중단과 재개를 거듭했으며, 특히 제2차 세계대전과 같은 역사적 사건들로 인해 계획이 지연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성당은 꾸준히 성장하며 뉴욕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대성당을 방문할 때마다 느꼈던 것은 그 웅장함과 고요함 사이의 묘한 조화였다. 거대한 로즈 윈도우(Rose Window)는 태양빛을 받아 내부를 화려한 색감으로 물들였고, 8,035개의 파이프로 이루어진 거대한 파이프 오르간은 공간을 가득 채우는 음악으로 감동을 선사했다. 또한 성당 내부에는 다양한 예술 작품과 역사적 전시물이 있어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발견과 영감을 얻었다.
이곳은 단지 종교적 의식만을 위한 장소가 아니다. 세인트 존 더 디바인 대성당은 사회적, 문화적, 환경적 사명을 수행하며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매년 열리는 성 프란치스코의 날 축제와 동물 축복식은 전 세계에서 방문객들을 불러모으는 독특한 행사 중 하나다. 또한 다양한 전시회와 콘서트, 그리고 환경과 평화에 대한 대화의 장으로 사용되며, 종교를 초월한 교류와 배움의 기회를 제공한다.
세인트 존 더 디바인 대성당의 전면에 위치한 간디(Mahatma Gandhi), 레이 찰스(Ray Charles),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 마크 트웨인(Mark Twain)의 부조는 이 대성당이 가지는 독특한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이러한 부조들은 단순히 종교적 인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영감을 준 다양한 인물들을 기리고 있으며, 그들의 업적을 통해 인류애와 평화를 상징한다.
- 마하트마 간디는 비폭력 운동의 상징으로, 독립을 위한 비폭력 저항 운동을 통해 인도를 독립으로 이끈 지도자다. 그의 부조는 평화와 인권에 대한 헌신을 상징하며, 방문객들에게 정의와 비폭력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 레이 찰스는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음악가 중 한 사람으로, 소울 음악의 창시자로 평가받는다. 그의 음악은 장애와 어려움을 극복한 강인한 정신을 보여주며, 부조는 음악을 통해 사람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전하는 그의 유산을 기린다.
- 마크 트웨인은 미국의 대표적인 유머 작가이자 소설가로, 그의 작품은 사회적 풍자와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 그의 부조는 유머와 풍자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사회의 부조리와 불평등을 비판한 그의 업적을 기린다.
이러한 인물들의 부조는 성당이 단순히 종교적 공간을 넘어 사회적, 문화적 가치를 포용하는 장소임을 상징한다.
특히 기억에 남는 순간은 대성당 외부의 평화의 분수(Peace Fountain)를 보며 느꼈던 감정이다. 이 조각은 선과 악, 인간과 자연의 조화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 나의 사색 시간을 풍요롭게 했다. 또한 대성당의 매력은 단지 그 웅장함에 그치지 않고, 지역 주민들과 방문객들에게 따뜻한 환대를 베푸는 장소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대성당은 나에게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뉴욕에서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준 존재다. 여러 차례의 방문을 통해 대성당은 나의 일상의 한 부분이 되었고, 그곳에서 느꼈던 평온함과 경이로움은 아직도 생생하다. 이곳은 단순히 눈으로 보는 것을 넘어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장소로, 앞으로도 내 기억 속에서 오래도록 남아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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