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중심부, 브라이언트 공원 옆에 우뚝 솟은 뉴욕 공립 도서관(New York Public Library, NYPL)은 뉴욕 시민들의 자부심이자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지식과 문화의 성소다. 그 외관은 웅장하면서도 섬세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며, 한 걸음 다가가는 순간 역사의 숨결이 느껴지는 곳이다.
도서관 입구를 지키고 있는 두 마리의 사자상, 'Patience(인내)'**와 Fortitude(불굴)'**는 단순한 장식물이 아니라 뉴욕의 정신을 상징하는 존재다. 대공황 시절, 이 사자상들은 어려운 시기를 겪는 시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상기시켜 주는 역할을 했으며, 오늘날에도 도서관을 방문하는 모든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뉴욕 공립 도서관은 방대한 규모와 고풍스러운 분위기뿐만 아니라, 설립과 운영에 담긴 이야기로도 특별하다. 이 도서관은 공공 자금과 민간 기부가 조화를 이루며 성장해 온 비영리 단체다. 도서관의 초기 설립자들뿐만 아니라, 이름 없는 시민들의 기부와 후원 덕분에 이곳은 오늘날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공립 도서관으로 자리매김했다. 기부 문화의 산물이자, 뉴욕 시민들의 지적 자산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의 상징인 셈이다.
도서관의 설립 이야기는 그 자체로 뉴욕의 역사와 밀접하게 얽혀 있다. 19세기 후반, 아스토르, 레녹스, 틸든 같은 이름난 재단과 여러 부유층의 기부로 시작된 뉴욕 공립 도서관은 당시의 선구적 기부 문화와 교육에 대한 열정을 보여준다. 초기에는 여러 개의 작은 도서관이 각각 운영되었으나, 기부자들의 뜻을 모아 하나로 통합되며 뉴욕 공립 도서관이 탄생했다. 그 결과, 이곳은 단순히 책을 보관하는 장소를 넘어, 다양한 형태의 자료와 예술품, 그리고 연구와 학문을 위한 공간으로 발전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공간은 단연 Rose Main Reading Room이다. 이 방은 도서관의 상징과도 같은 곳으로, 한 번 발을 들이면 웅장함에 압도당하지 않을 수 없다. 약 52피트 높이의 천장은 정교한 석고 장식과 화려한 벽화로 꾸며져 있으며, 자연광이 가득한 창문과 고풍스러운 샹들리에가 어우러져 장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긴 책상과 편안한 의자가 줄지어 있는 이 공간에서는 누구나 책을 읽거나 연구에 몰두할 수 있다. 조용히 책장을 넘기는 사람들의 모습은 도서관이 단순히 자료를 보관하는 곳을 넘어, 사색과 배움의 공간임을 보여준다.
이번 방문 중에는 도서관 내부에서 열리고 있는 ‘A Century of Art’ 전시도 둘러볼 수 있었다. 이 전시는 뉴욕 공립 도서관이 보유한 방대한 예술 자료 중 일부를 선보이며, 뉴욕의 예술적 역사를 생생히 보여준다. 전시된 작품들은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대를 아우르며, 특히 뉴욕 도시의 변화를 담은 예술 작품들은 관람객들에게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경험을 선사했다. 이 외에도, 희귀 도서와 지도, 사진 자료들은 도서관이 단순히 도서만을 소장한 곳이 아님을 증명해 주었다.
도서관은 현재도 연구자와 학생, 예술가를 비롯한 모든 방문객들에게 열려 있으며, 뉴욕이라는 도시의 다채로운 매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장소다. 뉴욕 공립 도서관은 그 자체로 문화와 지식의 허브이자, 전 세계인의 학문적 탐구와 예술적 영감을 위한 원천으로 기능하고 있다.
도서관을 나서며 다시 마주한 'Patience'와 'Fortitude'는 단순한 조각상이 아니라, 이 도서관이 지닌 철학을 상징하는 존재로 느껴졌다. 뉴욕 공립 도서관은 과거에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인내와 불굴의 용기를 북돋아 주는 곳으로 남을 것이다.
'도시의 벽을 넘어 > 미국 및 유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뉴욕 맨하탄 생활 11-뉴저지 식스 플래그스 그레이트어드벤쳐 및 사파리 방문 기록 (0) | 2024.11.21 |
---|---|
뉴욕 맨하탄 생활 10-브루클린대교, 센트럴파크, 북컬쳐, 실버문베이커리 (0) | 2024.11.17 |
뉴욕 맨하탄 생활 08-세인트 존 더 디바인 대성당 방문 기록 (0) | 2024.11.15 |
뉴욕 맨하탄 생활 07-해밀턴공원 뷰와 뉴욕워터택시 (0) | 2024.11.14 |
뉴욕 맨하탄 생활 기록 06-뉴욕의 랜드마크, 거버너스 아일랜드 방문기 (0) | 2024.1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