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년을 준비하면서 가장 걱정했던 것 중의 하나가 집을 구하는 것이었다. 호주 뉴스를 봐도 렌트 대란, 렌트비 급상승 등의 안 좋은(?) 소식만 들렸기 때문이다.
대략 이런 뉴스들이다.
특히 호주에서 렌트 이력이 없을 경우 집 구하기 난이도는 훨씬 올라간다. 그래서 출국 전부터realestate com에 미리 프로필을 등록해 놓고 왔다.
'렌터 프로필'의 경우 꽤 많은 정보를 요구하니 미리 해놓지 않으면 출국 후에 낭패를 볼 수 있다.
이렇게 미리 다 준비해 놓았는데, about me는 꽤 길고 설득력 있게 작성했다. 멜버른에 온 이유부터 시작해서 그 동안 외국에서 했던 렌트와 한국에서 어떻게 집을 관리했는지 등등.
호주는 처음이기에 서류를 채워 넣는 게 쉽지 않았지만 반나절 정도 걸려서 모든 항목을 다 채워넣을 수 있었다.
에어비앤비 예약을 2주 동안 해놔서 집을 2주 안에 구할 생각으로 지역을 선정하고 인스펙션을 다니기 시작했다.
호주 초심자가 2주 만에 렌트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어떤 집을 구할 것인지를 사전에 확실히 정하고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13개월 정도 되는 기간이라 가능하면 시티 안에서 살 생각으로 우리 가족이 정한 기준은 대략 다음과 같다.
- 자가용이 필요 없는 도시. 가능하면 프리트램존 안. - 콜스, 울월쓰, KT마트 등 식자재를 구하기 쉬운 곳. 여행은 렌트카를 해서 다니면 된다!
- 아이들이 다닐 프라이머리스쿨과 대학 사이의 거리가 5KM 이내일 것 - 실제로는 2-3KM안에서 모두 해결
- 최소 방 2개, 화장실 1개 이상인 집 - 화장실 2개인 집도 있었지만 구하지 못 했음
- 수영장과 짐내스틱이 있고 안전한 집 - 모두 충족된 집을 구함, 키가 없으면 층별 출입 자체가 안 됨
- 바깥은 시끄러워도 집은 조용한 곳 -CBD안이라 바깥은 북적북적하지만 거의 신축이라 층간소음 1도 없고 집안에 들어오면 세상 조용함
입국 3일째부터 시작해서 사우스뱅크, 놀스멜버른, CBD, 무니폰즈, 사우스야라, 도크랜드에 있는 유닛/아파트를 7곳 가까이 일주일에 걸쳐서 보러다녔다.
주당 렌트비는 700불 정도.
출국 전에는 650$를 상한선으로 정했는데 집을 돌아보니 720$ 정도는 줘야 제대로 된 집을 구할 수 있을 듯 했다.
인스펙션을 다녀보니 가구가 있는 집에서는 창문을 한 달 넘게 열어 놔도 빠지지 않을 듯한 이상한 냄새가 나는 집, 약속을 잡아놨는데 에이전트가 나타나지 않는 집, 에이전트는 나타났는데 살고 있는 테넌트가 문을 열어주지 않는 집 등도 있었다.
그 중에서 놀스멜버른과 CBD로 집을 압축해서 네 곳 정도에 렌트 신청apply을 했는데, 한 곳에 거절을 당하고, 나머지 세 곳에서는 승낙을 받았다.
셋 다 700달러 정도의 집이었는데 놀스멜버른의 경우 부동산 업체 물건이 아니라 개인 에이전트의 것인 한 곳과 소음이 심할 것 같은 곳 한 곳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하고 CBD 쪽을 선택했다.
지금이야 개인에이전트라고 쓰고 있지만, 문제는 이 분이 자신이 마치 큰 부동산 회사 직원인 것처럼 행세했다는 것이다. 개인과 거래하면 난감한 것이 나중에 본드피부터 시작해서 시스템이 아니라 개인의 결정에 따라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름이 G로 시작하는 이 분과의 거래를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었다.
그런데!!
놀스멜버른 개인 에이전트 쪽에서 컴플레인이 들어왔다. 자기 시간을 낭비하게 만들었다면서 악플 비슷한 말을 늘어놓는 게 아닌가. 렌트 서류에 사인을 하지도 않았는데 이상한 일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일. 이런 게 인종차별인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백인이었어도 이런 식의 반응을 했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다른 큰 부동산 업체에서는 사인 하지 않겠다고 하자 다른 집을 찾는 것을 도와주겠다고 한 것을 보면, 개인 업자와 계약하지 않은 것은 천만 다행이었다.
CBD 쪽 집 계약을 하고 입주일을 확인해 보니, 에어비앤비 퇴실일과 정확히 일치했다. 입주 하루 전에 본드피와 렌트비를 입금하고, 계약 당일에 부동산 회사로 가서 키를 받아서 1년 동안 살 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
가족 모두 에어비앤비 로비에서 짐을 놓고 기다리고 있었기에, 키를 받아들고 돌아갈 때는 안도감과 함께 성취감도 있었다.
약 2주만에 호주 생활 신참자가 집을 구한 것이니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입주 1주일 만에 컨디션리포트를 해야 했는데, 이것도 꽤 시간이 걸렸다.제대로 해놓지 않으면 나중에 다 뒤집어 쓰니 꼼꼼하게 체크해야 한다)
이제 주소가 정해졌으니 다음 퀘스트인 초등학교 딸들이 다닐 프라이머리 스쿨을 찾아야 했다.
호주는 영어를 잘 못 하는 아이를 잘 받아주지 않는다고 하니 그것도 걱정이었다.
PS. 입주 후 집 상태를 체크해 보니 드라이기가 동작하지 않고, 블라인드 하나가 고장나 있고, 오븐도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부동산에 연락을 하니 핸디맨을 보내줘 수리를 할 수 있었다.
안녕 에어비앤비의 수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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