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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문 안에서/기억과 장소

홋카이도 오타루문학관

by DoorsNwalls 2024. 8. 25.

홋카이도에 지금까지 두 번 다녀왔는데, 갈 때마다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도시가 있다. 바로 오타루다. 오타루는 아름다운 운하와 고즈넉한 분위기 덕분에 관광지로 유명하지만, 나에게는 조금 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이곳에 오면 나는 꼭 오타루 문학관을 방문한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일본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가볼 만한 장소다.

특히, 이 문학관을 찾는 이유는 고바야시 타키지 때문이다. 고바야시 타키지는 일본의 대표적인 프롤레타리아 문학 작가로, 그의 작품과 삶은 언제나 나에게 큰 감동을 준다. 그가 쓴 <<게공선>>은 일본 노동계급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걸작으로, 당시 사회적 불평등과 착취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고 있다. 그의 삶과 문학은 일본 근대사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오타루 문학관에서는 고바야시 타키지의 흔적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문학관의 기획 전시는 언제나 세심하게 준비되어 있으며, 특히 고바야시 타키지와 관련된 코너는 그의 삶을 조명하는 데 중점을 둔다. 나는 이곳에서 그의 작품뿐만 아니라, 그가 겪었던 삶의 고난과 비극적인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그의 글 속에 녹아 있는 현실과 고통은 단순히 문학적 상상력이 아니라, 그의 실제 삶에서 비롯된 것이란 점이 더욱 마음을 울린다.

이번 방문에서는 문학관 관계자가 직접 나와서 자세한 설명을 해주셨다. 소수의 방문객만을 대상으로 한 설명이라 더욱 집중해서 들을 수 있었다. 고바야시 타키지의 삶과 문학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니 그의 작품이 주는 울림이 더욱 깊게 느껴졌다. 나중에 돌아보니 설명해 주신 분과 함께 찍은 사진이 흐릿하게 나왔지만, 그마저도 기억 속의 한 장면처럼 소중하게 느껴졌다.


 

문학관 안에는 고바야시 타키지 코너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그의 주요 작품들과 더불어, 그가 살아온 팍팍한 삶과 비극적인 죽음까지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고바야시 타키지는 일본의 군국주의와 권위주의에 맞서 싸우다 고문을 당하고, 결국 목숨을 잃었다. 그의 죽음은 단순한 개인의 비극이 아니라, 당시 사회의 억압적 구조가 빚어낸 참극이었기에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일본 문학가들 중에는 유독 데스마스크를 남긴 이들이 많다. 나쓰메 소세키나 고바야시 타키지처럼, 그들의 얼굴을 본떠 만든 데스마스크는 그들의 사후에도 문학적 가치를 이어가는 상징으로 남아 있다. 때로는 그들의 본을 떠서 보관하기도 하고, 그림으로 남기기도 한다. 이처럼 문학가의 죽음마저도 하나의 예술로 승화시키는 모습은 일본 문학의 독특한 문화적 코드 중 하나다.

 

 

고바야시 타키지는 단순한 작가를 넘어, 오타루 문학관의 심볼 같은 존재다. 그의 문학적 열정과 사회를 향한 통찰력은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문학관을 나서며, 그의 문학이 단순히 과거의 것이 아니라,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홋카이도에 다시 갈 기회가 생긴다면, 나는 또다시 오타루를 찾아 문학관에 들를 것이다. 그리고 고바야시 타키지의 발자취를 따라, 그의 작품과 삶을 다시 한 번 깊이 음미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