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블라냐 방문 마지막날 슬로베니아 중세 도시 슈코퍄로카(Škofja Loka)를 방문했다. 밤 비행기를 타고 귀국해야 해서 캐리어를 챙겨갔는데 일행의 차를 타고 이동해서 불편하지 않게 다닐 수 있었다.
슈코퍄로카는 도시 그 자체가 시간이 멈춘 듯한 매력을 간직한 곳이다. 루블라냐에서 약 30km 떨어진 이 도시는 슬로베니아에서 가장 잘 보존된 중세 마을 중 하나로, 역사의 흔적이 곳곳에 살아 숨 쉬고 있었다.
도시 탐방은 조금 이른 점심 식사부터 시작되었다. 일행이 미리 예약해둔 고스틸나 카슈차Gostilna Kašča라는 레스토랑에서 파스타를 먹었다. 점심을 먹은 후 커피를 마시고 도시 중심을 걸어가니, 슈코퍄로카의 좁은 골목길과 아기자기한 중세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조금 이른 점심을 먹고 성 야곱 교회St. Jacob Church로 향했다. 이 교회는 15세기에 고딕 양식으로 처음 건설되었으며 이후 수 세기 동안 여러 차례 개조되었다고 한다. 성 야곱 교회는 그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이며 도시의 역사적 중심지에 자리 잡고 있어 도시의 주요 랜드마크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교회 내부에 있는 중세 시대의 아름다운 벽화와 고풍스러운 제단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성 야곱 교회를 본후 '슈코퍄로카 성&뮤지엄'Skofja Loka Castle & Museum으로 향했다. 이곳은 언덕 위에 자리 잡은 성으로 성 야곱 교회에서 15분 넘게 걷자 도착할 수 있었다. 성 위에서는 마을을 내려다 볼 수 있었고, 성 내부에는 슈코퍄로카의 오랜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다양한 전시물들이 인상적이. 이곳에서 슬로베니아의 중세 시대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느끼며, 당시 사람들의 생활 방식과 지역 문화를 엿볼 수 있었다.
슈코퍄로카 지역은 중세 슬로베니아에서 오스만 제국의 침략을 여러 차례 겪었다. 15세기와 16세기에 오스만제국의 군대는 발칸 반도에서 유럽 중부로 확장하며 슬로베니아를 포함한 여러 지역을 침공했다. 슈코퍄로카는 당시 신성 로마 제국의 영토였으며, 오스만의 침략 위협에 대비해야 했다.
오스만 제국은 14세기 말부터 17세기까지 발칸 반도와 중부 유럽에 대한 침략을 감행했다. 이 시기 슬로베니아 지역은 오스만 제국의 주요 타겟 중 하나로, 특히 국경 지역의 마을들이 자주 공격을 받았다. 성의 뮤지엄에도 이와 관련된 내용의 전시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이 지역은 산악 지형 덕분에 비교적 방어에 유리했으나 오스만군의 기습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추가적인 방어책을 마련해야 했다. 오스만군의 침략은 마을에 큰 피해를 주었다. 농촌 지역은 약탈과 파괴를 겪었고, 많은 주민이 노예로 끌려가거나 전쟁으로 목숨을 잃었다. 이로 인해 이 지역은 한동안 경제적, 사회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으나, 결국 오스만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재건되었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슈코퍄 로카는 단순히 역사적인 도시일 뿐만 아니라 현지 주민들이 중세 시대의 전통과 문화를 여전히 존중하며 살아가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매력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시간이 많다면 이곳에서 일주일 정도 머물며 책도 읽고 산책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지만 귀국 시간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었다.
슬로베니아의 중세 도시 탐방을 마치고, 이제 귀국 시간이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아쉽게도 이탈리아 국경이 가까웠음에도 불구하고, 시간 관계상 이탈리아로 넘어가 보지는 못했지만 이번 여정은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도시 곳곳에 남아 있는 중세 시대의 흔적들,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걷다 마주친 고풍스러운 건물들, 그리고 슈코퍄로카성에서 내려다본 고요하고 평화로운 마을 풍경은 모두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일행의 차에 캐리어를 싣고 루블라냐 공항으로 향하는 동안, 짧았지만 뜻깊었던 슬로베니아에서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이탈리아를 방문하지 못한 아쉬움도 있었지만, 이번 여행에서 슈코퍄로카처럼 매력적인 중세 도시를 탐방할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다. 중세의 역사와 현대의 슬로베니아 문화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이 도시는 시간을 초월한 듯한 느낌을 주었고,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로 떠나는 듯한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루블라냐는 그 자체로도 매우 흥미로운 도시였지만, 이번 여행에서 경험한 슈코퍄로카의 독특한 매력은 특별했다. 도시 탐방을 마치고 루블라냐 공항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그동안 걸었던 길과 마주쳤던 풍경들을 곱씹으며, 이 짧은 여행 속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보고 느꼈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물론 언제나처럼 시간이 부족했고, 더 많은 곳을 보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지만, 이 모든 것이 다음 여행을 기약하게 만든다.
이제 다시 현실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슬로베니아의 고즈넉한 중세 마을과 유럽의 역사적인 풍경들은 잠시 마음속에 담아 두고, 공항을 향하는 발걸음은 조금씩 집으로 향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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