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블라냐에 도착 후 사흘 째 되는 날 다시 개인 시간을 얻어서 시내에서 못 가본 곳을 다녔다. 오전에는 약속이 있었기 때문에 오후에 다섯 시간 동안 프레셰르노프광장을 둘러보고 국립슬로베니아박물관을 본 후, 선물을 사기 위해 문구점인 Ristanc에 들렀다. 이날도 비가 추적추적 내렸는데, 루블라냐성에 갔던 날 만큼 퍼붓지는 않아서 다니는데는 문제가 없었다.
♣ 프레셰르노프광장으로
광장에 도착하자마자 이곳의 독특한 분위기에 매료되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화려한 건축물과 아기자기한 카페들로 가득 차 있어 활기찬 도시의 심장부라는 느낌이 들었다. 중앙에는 슬로베니아의 국민시인인 프레셰넨의 동상이 우뚝 서 있었고, 그 주변에는 사람들과 관광객들이 즐겁게 사진을 찍고 있었다.
신시가지 프레셰르노프 광장을 찾은 이유는 슬로베니아의 국민 시인, 프란츠 프레셰렌을 만나기 위함이었다. 그의 시 '축배'는 애국가 가사가 되었고, 슬로베니아인들은 매년 2월 그를 기리는 공휴일을 지낸다. 프레셰렌은 젊은 시절 줄리아 프리믹을 짝사랑했지만, 신분 차이로 마음을 전하지 못했다. 그는 줄리아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시로 남겼고, 광장에 있는 동상은 여전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 시인의 시선 끝에 위치한 집 창문에는 줄리아의 테라코타 상이 자리하고 있다.
♣ 국립슬로베니아박물관
광장을 지나 15분 쯤 걸어가자 국립슬로베니아박물관에 도착했다. 박물관 내부로 들어서자마자, 슬로베니아의 풍부한 역사와 문화유산을 간직한 다양한 전시물들이 나를 맞이했다. 특히, 로마 시대의 유물 전시관은 내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지도에는 광장 이름이 프란치스코라고 나와 있는데 이유는 잘 모르겠다.)
전시관에 들어서자, 고대 로마의 유물들이 즐비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다양한 크기의 로마 동전들이었다. 이 동전들은 로마 제국의 상업과 경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나는 각 동전의 디자인과 출처를 살펴보며,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을 상상해 보았다.
박물관의 여러 전시물을 둘러보며, 나는 슬로베니아의 역사와 문화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 로마 시대의 유물들은 그 시절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어,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연결고리가 되어주었다.
박물관을 떠나기 전에 입구 근처 벤치에서 잠시 쉬며 전시에서 얻은 감동을 되새겼다. 국립슬로베니아박물관은 단순한 유물 전시를 넘어, 나에게 슬로베니아의 깊은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게 해준 소중한 장소였다.
국립슬로베니아박물관을 나와서 아래로 내려가자 슬로베니아 국민 영웅의 묘가 나왔다. 국민영웅의 묘를 지나 조금 내려가니 슬로베니아 국회의사당 앞에 다다랐다.
♣ 슬로베니아 국회의사당 National Assembly Building of Slovenia
슬로베니아 국회의사당 앞을 지나며 그 웅장한 건물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현대적이면서도 전통적인 요소를 잘 결합한 건축물은 마치 슬로베니아의 정치적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는 듯했다. 이곳은 슬로베니아의 입법부로, 국가의 중요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장소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느껴졌다.
건물의 디자인은 조화로운 비례와 세련된 선들이 돋보이며, 특히 외벽의 섬세한 조각과 장식들이 역사적인 깊이를 느끼게 했다. 이러한 세부 사항들은 단순한 기능성을 넘어, 슬로베니아의 문화적 정체성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그리스 신전에서 영감을 받은 외관과 함께 내부에는 고급스러운 회의실과 여러 가지 예술 작품이 전시되어 있어, 역사와 현대가 어우러지는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특히 내부 홀의 천장 장식과 벽면에 그려진 모자이크는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국회의사당 옆 쪽으로 가니 에드바르드 카르델리(Edvard Kardelj, 1910-1979)라는 슬로베니아의 정치가이자 사회주의 사상가의 조각상이 있었다.
그는 유고슬라비아 공산당의 주요 인물 중 하나이다. 카르델리는 제2차 세계 대전 중 유고슬라비아의 저항 운동에서 활동하였으며, 전후에는 슬로베니아의 정치와 경제 정책을 형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 Ristanc 문구점 주변
루블라냐에 있는 Ristanc 문구점을 방문하여 아이에게 줄 특별한 선물을 찾았다. 가게는 아늑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가득했고, 친절한 주인 아주머니께서 반갑게 맞아주었다.
고민하는 동안 아주머니는 여러 제품을 세심하게 추천해 주셨고, 그중에서도 정성스럽게 만든 수제품 인형이 눈에 들어왔다. 주인 아주머니가 인형 하나하나에 담긴 이야기를 들려주시며 아이에게 어울릴 만한 선택을 도와줬다.
. 이곳은 한국 연예인이 방문해 방송에 소개된 적도 있다고 했다. 이곳에서 아이를 위해 수제품 인형을 구입했는데, 꼭 마음에 드는지 침대 곁에 두고 함께 잠을 청한다.
루블라냐에서의 마지막 날, Ristanc 문구점에서 인형을 구입한 후, 슬슬 저녁 시간이 다가왔다. 하루 종일 시내를 돌아다닌 덕분에 허기가 지기 시작했고, 지인을 만나 저녁 식사를 했다.
따뜻한 요리와 함께 그날의 여정을 돌아보며, 루블라냐에서 보낸 시간이 참 소중하게 느껴졌다. 프레셰르노프 광장에서 느꼈던 감동, 국립슬로베니아박물관에서의 역사 탐방, 그리고 Ristanc에서의 따뜻한 만남까지, 모두가 기억에 남을 순간들이다.
저녁을 마친 후에는 마지막으로 도시의 밤 풍경을 감상하며 숙소로 돌아갔다. 다음 날, 슬로베니아의 다른 도시로 짧게 이동해 점심까지 보낸 후, 곧장 공항으로 향해야 했기에 루블라냐에서는 마지막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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