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에서 오키나와 문학이 본격적으로 번역돼 나오고 있다. 그동안 다양한 오키나와 문학선집이 나왔고, 연구서로도 『두 섬: 저항의 양극, 한국과 오키나와』(이명원 지음, 2017)과 『오키나와를 읽다: 전후 오키나와 문학과 사상』(조정민 지음, 소명출판, 2017) 등이 출간됐다. 2020년 출간된 손지연의 『전후 오키나와 문학을 사유하는 방법』은 이들 연구서와 마찬가지로 오키나와 문학을 일본만이 아니라 동아시아라는 틀 안에서 묻고 있다. 이 책에 수록된 사토 이즈미와의 대담 중 동아시아를 일본 제국주의가 만들어낸 질서이자 동시에 그 부정적 유산을 계승한 반공산주의의 블록으로 정의하는 부분은 동아시아의 양의성을 이야기하는데 중요한 지적이다.
냉전이 해체된 후 동아시아는 탈냉전의 언설로 떠올랐는데, 제국주의의 잔영이 짙게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단지, 본서의 의의는 동아시아의 상흔을 가시화시킨 데에 있다기보다는, 유사성을 너무 강조하고 있지 않다는 데에 있다. 다시 말해 한국과 오키나와의 유사한 역사를 의식하면서도 그에 포섭되지 않고 일본 본토와 오키나와, 그리고 한국과 오키나와, 제주도와 오키나와의 전후와 냉전의 교차를 저자는 치밀하게 읽어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전후와 냉전」, 그리고 「점령과 젠더」는 본서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이다.
전후와 냉전
최근 '전후 제로년'이라는 용어가 일본 TV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다. 이때의 전후라는 시간·공간을 산 사람들은 질서가 없는 세계이지만 새로운 생활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바로 본토 전후다. 본토에서 「전후 제로년」이란 폐허가 된 국토를 민중의 에너지에 의해서 부흥시키기 시작한 기점으로서 말해진다. 그러나, 오키나와에서 「전후 제로년」이란 전후를 셀 수 없다는 존립 불가능성을 말하는 경우에 이용된다.
『오키나와 '전후' 제로년(생활인 신서)』(NHK출판, 2005)에는 전후가 오키나와에서 존재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전후' 제로년'이라는 개념을 들고 나온다. 본토와 오키나와에서 정반대의 의미로 쓰이는 전후 제로년은 내셔널 히스토리에 의해 망각된 마이너리티의 고통의 시간과 공간을 떠올리게 한다. 단지, 저자는 그 「망각」자체가 아니고, 그것을 가능하게 한 「냉전」과 「전후」의 관계에 집중해 논을 전개하고 있다.
저자는 1부와 2부, 변방의 기억과 정체성의 교차점에서 본토와 오키나와의 패전과 전후가 얼마나 달랐는지를 다양한 예를 들면서 논증한다. 저자는 오키나와의 패전 공간을 국가 없는 패전 공간으로 정의하고 본토를 중심으로 하는 국가 중심의 패전 공간론을 비판한다. '국가' 없는 '패전' 공간을 사는 우치난츄에서 가장 절실하게 느껴졌던 것은 정체성의 소치였다. 저자는 제2부에서 일본과 미국, 그리고 오키나와 사이에서 흔들리는 그·그녀들의 정체성을, 오시로 다쓰히로의 초기 소설과 우치나구치의 사용법을 중심으로 깊이 있게 읽고 있다.
점령과 젠더
본서의 또 하나의 축은 점령과 젠더이다. 제3부 젠더에서 읽는 오키나와의 점령 서사를 관통하는 문제의식은 패전과 점령으로 초래된 남성들의 굴절된 심리와 여성의 정조를 둘러싸고 반복되는 국가적 차원의 정조관념의 부활이다. 저자는 기쿠치 히로시의 '정조에 대하여'에서 '진주군'에게 성을 파는 일본인 여성을 수치로 비판하고 있는 것에 주목하고, '미망인'·'국가'·'모성'의 문제가 전후에 더 강력한 '국가적 모성'의 창출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전후 문학에서 그려진 '국가적 위기=여성의 성적 위기' 속에 미국에 의해 점령된 오키나와와 오키나와 여성의 위기가 철저히 은폐되고 있는 것까지 논을 전개한다. 게다가 저자는 전후 오키나와 문학자들이 -특히 오오시로 다쓰히로의 「칵테일 파티」와 「니라이카나이의 거리」에서 -여성의 신체(성과 정조)의 훼손을 「미군의 폭력적인 점령 시스템」을 상기시키는 젠더 표상으로서 배치하고 있는 것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손지연의 『전후 오키나와 문학을 사유하는 방법』은 동아시아라는 틀 자체를 비평하면서, 오키나와를 둘러싼 전후와 냉전의 교차를 다양한 텍스트를 통해 깊이 있게 분석하고 있다. 그것은 저자 스스로가 묻고 있는 것처럼 그것이 단지 오키나와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에 있어서의 전쟁과 분단의 모순과 겹쳐져 있기 때문에 실감과 상상할 수 있었던 문제의식인 것 같다. 저자는 "오키나와 사회가 직면한 특수한 사정을 동아시아라는 동시성 속에서 파악하고 그것을 젠더와 에스닉, 그리고 정체성이라는 세 가지 스펙트럼"을 통해 해석하려 했다고 적고 있다. 여기서는 제4부 오키나와 전투와 제주4,3 그리고 기억투쟁과 제5부 동아시아의 평화와 연대를 향한 오키나와 문학은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지만 이 책은 저자의 의도를 넘어 동아시아라는 동시성보다 널리 독자들에게 실감케 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한국의 오키나와 문학 연구는 일본 문학 연구라는 영역을 넘어 학제적 연구로 도약했다고 할 수 있다.
*이 글은 일본어로 쓴 원고를 파파고로 번역한 것이다. 고유명사와 오역만 일부 바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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