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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문 안에서/까페, 극장, 오락실, 헛간

봄이 오는 듁스커피에서 카푸치노를 마시며

by DoorsNwalls 2024.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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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번에서 1년 넘게 있는다고 하면 모두 부럽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지만, 어디에 살건 나름의 고충은 생활의 기쁨과 공존한다.
 
1년 넘는 해외 생활만 치자면 이번이 세 번째.
이번에는 아이를 포함한 가족 모두 이동해야 해서 생활의 틀이 만들어지기까지 고충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외국에서 오래 살고 있는 지인과는 이런 이야기가 빠르지만, 한국에만 살고 있는 지인에게 이런 점을 설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에 있으면 외국이 그립고, 외국에 있으면 한국이 그리운 역설은 수행이 부족해서일까.
지금 여기에서 행복한 인간이야말로 성숙함의 집성체다.

 
멜번에 온 지 이제 두 달이 가까워지는 시점에서 생활은 많이 안정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 남겨 놓고 온 것에 관한 걱정과 이곳에서의 소소한 근심이 겹쳐지는 날이면 우울함을 떨쳐버리기 힘들 때도 있다.
 
마음이 우울한 날을 위해 멜번에서 내 기준 최고의 커피숍 방문을 아껴둔다.
모든 것은 일상이 되면 아름다운 색채를 상실하기에.

최고라고 하기에는 가본 곳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지만, 그렇다고 많은 커피숍을 방문해도 이 평가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 같다. 경험만이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기 때문이며 가치를 직감적으로 확정할 수도 있는 법이다. 

가는 길에 오래된 건물을 찍어본다.

 
멜번에 사는 동안 듁스의 모든 커피를 마셔보기로 한다. 그렇게 힘든 퀘스트는 아니다.
 

 
점심 시간이 지날 무렵이라 그런지 줄이 없고 안 쪽 자리가 비어있다!

리 고토미의 소설을 읽으며 카푸치노 맛을 음미한다.

 
모양이 예뻐서 잠시 바라보다 입에 넣는다.
카푸치노 특유의 쌉싸름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혀를 자극한다.

물이 조금 더 뜨거우면 좋을 것 같기는 한데, 지난 번 브루네티 클라시코에서 물 온도를 못 맞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메뉴가 어디 있나 했더니 안쪽에 큼직하게 있었다.
달콤 류를 제외하고는 나중에 하나씩 다 마셔보려 한다.
 

 
드물게 한적한 듁스에서 책을 읽다 보니, THINKPAD의 빨간 불빛이 눈에 딱 들어온다.

그렇다. 한 때 난 IBM THINKPAD 매니아였었는데.
레노보에 팔리면서 그 대열에서 이탈했었다. 레노보라도 다음 노트북은 THINKPAD를 다시 들여볼까 생각중이다. 

 
카푸치노를 마시고 나오니, 따듯한 날씨가 한창이고 나무가 초록초록 파릇파릇 하다.

정말로 봄이 오고 있는듯 하다. 한국의 가을을 보내지 못 하는 것은 아쉬우나 이곳의 봄도 나쁘지 않다.

 
트램을 타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아이들도 잘 하니 길을 건널 때는 주위를 잘 살피라는 그림이 정겹다.

 
봄이 오는 멜번에서 이제 본격적으로 이곳에서 계획했던 일들을 시작해보기로 마음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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