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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문 안에서/연구와 번역

고통과 상처로 얼룩진 공간을 잇다

by DoorsNwalls 2024. 9. 12.

미술가, 사카타 키요코 씨 인터뷰

 

■NEWS - 阪田清子ホームページ (kiyokosakata.com)

 
사카타 키요코 프로필
사카타 키요코坂田清子 화가는 니이가타 출신으로 오키나와현립예술대학 대학원에서 수했으며, 오키나와에 살면서 다양한 조형예술 전시회를 여는 등 왕성하게 활동해 왔다. 사카타 화가는 2016년 8월 23일부터 10월 2일까지 니이가타에서 김시종 시인의 장편시집 <니이가타>와 관련한 기획전을 연다.
 
 
Q 이번에 김시종 시인의 『장편시집 니이가타』와 관련된 기획전을 여신다는 말씀을 듣고 선생님의 홈페이지에 게시된 이력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처음 기획전 이야기를 후지이시 다카요(니이가타 대학 교수) 선생님에게서 들었을 때 선생님이 오키나와에서 활동하고 계시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사카타 키요코(이하 사카타): 네 이렇게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주말부터는 니이가타로 이동하는데 그 전에 이렇게 오키나와에서 만나게 돼 정말 반갑습니다.
 
Q 오키나와에서 미대를 나오셨더군요?
 
사카타: 저는 고등학교 시절에 오키나와 민요에 심취해서 오키나와로 유학을 오게 됐습니다. 먼 곳으로 가게 돼서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습니다.
 
Q 이 스튜디오는 언제 여셨나요?
 
사카타: 5년 반 정도 됐습니다. 3.11대진재 즈음이었습니다. 이 스튜디오를 열 때 단지 미술 작품을 만드는 공간만이 아니라 대안공간으로서 오픈했습니다. 전시회는 물론이고 지역 공동체 내의 소모임을 여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Q 오키나와에서 어떠한 미술 활동을 하시는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사카타: 오키나와에는 현립 미술관 외에도 많은 개인 미술관이 있습니다. 남부에 있는 미술관에서 가족 단위로 온 분들과 함께 종이 접기를 하고 거기에 발광도료를 발라서 벽면에 부착하는 전시를 열었습니다. 밤이 되면 다양한 모양으로 접은 전시물이 빛납니다. 오키나와 남부는 오키나와 전 당시에 가족 단위의 몰살이 많이 일어났던 곳입니다. 어둠 속에 빛을 비춰서 그때 당시 사라진 집이나 기억을 소환하려는 의도가 있습니다.
 
Q 미술하시는 분이 김시종 시인의 『장편시집 니이가타』에 관심을 갖는 것이 쉬워보이지는 않습니다. 어떠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사카타: 제가 이 시집을 읽은 것은 5년 전 쯤입니다. 제가 작년에 수유너머에 간 적이 있는데 그대 한국어 번역본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시집을 다시 한 번 읽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시집이 과거만이 아니라 오키나와의 현재 상황과 이어지고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됐습니다. 오키나와는 군사 기지의 섬으로 헤노코 등에서 신기지 건설과 관련된 평화운동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현실은 본토의 미디어에는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밖에서는 오키나와의 상황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한 고통스러움을 지닌 공간이라는 점에서 이 시집과 이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고통스러움 속에서 이어져 있다고 해야 할까요.
 
Q 고통과 상처로 이어져 있다는 것이군요. 아티스트로서 영감을 얻는 방법과 문자 텍스트를 조형 예술로 승화시키는 것 사이에는 간극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요컨대 재료가 다른 두 영역을 어떻게 이으려 했는지를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사카타: 이전에도 소금의 결정을 소재로 사용했습니다. 소금이라는 것은 바다에서 나옵니다만 해수를 가져와서 소금의 결정을 만드는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소금의 결정은 표식이 되는 것이기도 하고, 눈물이기도 합니다. 그 소금의 결정을 김시종 시인의 시 위에 하나하나 올려 놓는 작업을 이번에 하게 됐습니다. 또한 소금의 결정은 묘표이기도 합니다. 그 표식을 문자 하나하나에 올려놓는 작업입니다.
 
Q 니이가타 출신인 것이 이 시집을 작업하게 된 배경의 하나였나요?
 
사카타: 네 그런 것도 있습니다만, 김시종 시인이 시집 제목에 니이가타를 넣은 것에 감명을 받았습니다. 이 시집에는 니이가타에서만 쓰는 '간기'(적설량이 많은 니이가타 현에서 보행자의 통행을 확보하기 위해 고안된 것. 기러기 행렬처럼 들쭉날쭉한 요철이 양쪽에 있는 것이 특징)라는 말이 나옵니다. 한국어판 『장편시집 니이가타』에는 후지이시 다카요 씨가 찍은 간기 길 사진이 있습니다. 그 길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살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Q 제가 생각할 때는 시 글자 하나하나에 소금 결정을 내려놓는 작업 전체가 하나의 작품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시인이 글자 하나하나를 써나가는 작업과 소금 결정 하나하나를 글자 위에 놓는 과정은 상당히 유사한 것 같습니다.
 
사카타: 저는 이번 기획전을 준비하면서 20분짜리 영상을 제작했습니다. 그 영상에도 소금 결정을 시 위에 올려놓는 작업이 나옵니다. 그 작업에는 소금 결정을 올려놓으며 아주 천천히 시어를 읽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슨 소리를 하는지 잘 알 수 없습니다. 한국어 번역본에도 똑 같은 작업을 했습니다. 한국어 또한 낭송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그 때 문자 텍스트와는 다른 물질성을 지닌 일본어와 한국어 음성이 서로 섞여서 전혀 다른 차원의 대상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Q 이전에 오세종 선생님이 오키나와 전과 제주 4.3의 연결되는 지점을 참호나 갱도, 동굴 등으로 설명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조형예술로써 눈에 보이는 형태로 역사의 고통과 상처, 연대를 표현해 낸 이번 전시는 대단히 의욕적인 시도라 생각됩니다.
 이번 니이가타에서 열리는 기획전과 전시회에는 상당히 다양한 행사가 예정돼 있는 것 같습니다.
 
사카타: 네 이번 전시회에는 두 개의 주최 단체가 있습니다. 사큐칸이라는 미술관과 오키나와국제정보대학에서 각각 전시회와 강연회를 엽니다. 그런데 김시종 시인의 강연회는 정원이 150명이나 돼 놀랐습니다.
 

니가타에서 열린 강연회 포스터

 
Q 화제가 바뀝니다만, 사카타 선생님은 어린 시절에 귀국사업과 관련된 일련의 움직임을 본 적이 있으십니까?
 
사카타: 저는 본 적이 없습니다. 다만 학창 시절에 재일조선인 친구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Q 사카타 선생님이 김시종 시인과 처음 만난 것은 언제였습니까?
 
사카타: 올해 3월입니다. 처음에는 너무 긴장했지만, 김시종 시인께서 상냥하게 대해주셔서 금방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Q 한국의 학문이나 예술은 서양이라는 프리즘을 통과해야 좀 더 인정받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특히 학문 분야에서는 미국 유학, 미술에서는 유럽 유학 등의 엘리트 코스가 있습니다. 일본이나 오키나와의 미술계는 어떤지요?
 
사카타: 제가 공부한 오키나와현립예술대학에도 국제교류나 유학 제도가 있습니다. 다만 유학을 가는 나라는 유럽이나 미국이 아니라, 아시아 나라들입니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싱가폴, 중국 등 아시아 국가로 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리고 미술계도 지역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오키나와의 미술은 더욱 그런 경향이 강합니다.
 
Q 제주도에도 강요배 화가나 박경훈 화가 등이 오키나와에 다녀가는 등 오키나와 미술계와 교류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아직 제주도에 한 번도 와보신 적이 없다고 하셨습니다만, 언젠가 제주도 미술가들과 교류할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제가 제주도에 가서 선생님과 제주도 미술가를 연결시켜 드리겠습니다.
 
사카타: 네 그렇게 해주시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