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도시의 벽을 넘어/국내 및 동아시아

전통을 간직한 노포, 와세다대학 앞 히라야마시계점

by DoorsNwalls 2024. 11. 5.
728x90

와세다대학 니시와세다 정문 앞에 자리한 히라야마 시계점은 1948년, 쇼와 23년에 개업해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도쿄의 대표적인 시계점이다. 수십 년간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이곳은 빈티지 시계 애호가들에게는 성지나 다름없다. 특히 50~60년대의 기계식 시계와 다양한 데드스톡 제품을 보유하고 있어 시계 마니아들에게 '기적의 시계점'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와세다대학 앞 히라야마시계점
와세다대학 앞 히라야마시계점. 이 그림은 시계 가게 앞 상점 주인이 그려준 것이라고 한다.

일본 전국에서 찾아오는 이들은 오래된 시간 속에 머물러 있는 듯한 이곳의 고풍스러운 분위기에 매료된다.
가게 안을 들어서면 긴 세월을 말해주는 다양한 시계들이 진열되어 있는데, 특히 "壱, 弐, 参" 같은 구식 한자로 새겨진 대형 시계는 방문객에게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떠나는 듯한 특별한 감흥을 준다. 이곳에 있는 시계들은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장인이 손수 관리해 온, 시간의 흔적과 함께 더욱 귀중해진 유산들이다.

와세다대학 앞 히라야마시계점
와세다대학 앞 히라야마시계점 주인 아주머니. 마스크를 쓰고 계셔서 그대로 올린다.

이번 방문의 목적은 조카들의 중학교 진학을 기념해 의미 있는 선물을 고르기 위해서였다. 시계점에 들어서며 주인 아주머니에게 선물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니, 아주머니는 선뜻 여러 가지 시계를 추천해 주었다. 가게 안에 있는 대부분의 시계는 2-3만엔 이상부터 100만엔이 넘는 시계와 비매품도 있었지만, 내게 권해주신 시계는 2-3천엔 사이로 부담이 되지 않는 가격대의 시계였다.

와세다대학 앞 히라야마시계점
와세다대학 앞 히라야마시계점
와세다대학 앞 히라야마시계점, 이 시계는 비매품이다.

가게에 오래 머물며 주인 아주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작은 코고는 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이를 이상하게 여겨 여쭤보니, 밤새 시계를 수리하던 아들이 피곤해 가게 안에서 잠을 자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히라야마 시계점은 3대째 이어지고 있는 가업이며, 현재는 아주머니의 아들이 이 가게를 이어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이 오래된 시계점의 역사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와세다대학 앞 히라야마시계점
와세다대학 앞 히라야마시계점
와세다대학 앞 히라야마시계점

히라야마 시계점은 단순히 시계를 판매하는 가게가 아니라, 세대를 넘어 가족과 장인의 정성이 오롯이 담긴 곳이었다. 이곳에서 오래된 시계들을 바라보며 느끼는 감동은 단순히 시간을 확인하는 도구 이상의 의미를 준다. 히라야마 시계점이 앞으로도 이 자리에서 변함없이 빛나기를 바라며, 이곳에서 구입한 시계가 조카들에게도 소중한 추억이 되었으면 한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