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함께 떠난 간사이 여행은 단순한 휴가가 아니라 우리의 소중한 추억을 더 풍성하게 채운 특별한 시간이었다. 오랜만에 준비한 해외여행이라 설렘도 컸고, 여행지를 고르는 과정부터 즐거웠다. 교토와 고베는 이미 그 자체로 매력적인 장소였지만, 우리의 발걸음과 감정이 더해져 더욱 잊지 못할 순간들이 되었다.
교토 기요미즈테라와 교토 가든 호텔
교토에서의 첫 숙소는 교토 가든 호텔이었다. 이 호텔은 교토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어 관광지로 이동하기에 매우 편리했다. 호텔에 들어서자 아담하면서도 단정한 분위기가 느껴졌고, 직원들은 친절하게 우리를 맞아주었다. 객실은 크지는 않았지만, 일본 특유의 깔끔한 인테리어 덕에 아늑하게 느껴졌다. 무엇보다도 창문 밖으로 보이는 정원의 풍경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작은 연못과 나무들이 어우러진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피로가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다음 날 아침, 호텔 근처의 작은 카페에서 간단한 조식을 해결하고 기요미즈데라(청수사)로 향했다. 사찰로 가는 산넨자카(三年坂)와 니넨자카(二年坂)의 전통적인 골목길은 마치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난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유카타를 입은 관광객들 사이를 지나며, 전통 찻집과 도자기 가게를 구경했다.
기요미즈데라를 내려오는 길에서 우연히 게이샤를 만났다. 멀리서 다가오는 모습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 전통적인 기모노와 정성스럽게 올린 머리, 흰 화장이 어우러져 이국적인 매력을 풍겼다.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우아하게 걷는 그녀의 모습이 교토의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더해 주었다. 우리는 사진을 찍지는 않았지만, 그 순간을 오래도록 기억에 남기고 싶어 서로에게 감상을 이야기했다.
기요미즈데라 본당에 도착했을 때, 목조 건축물의 웅장함과 사찰에서 내려다보이는 교토 시내의 풍경이 감탄을 자아냈다. 특히 단풍이 절정을 이룬 계절이라 붉게 물든 나무들이 사찰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한층 돋보이게 했다. 사찰에서 내려오는 길에 우연히 게이샤를 마주쳤다. 정성스레 차려입은 기모노와 흰 화장, 우아한 걸음걸이가 정말 아름다웠다. 주위 사람들도 감탄을 금치 못했고, 우리도 그 순간을 눈으로 담으며 교토의 전통미를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이곳은 이번이 세 번째 방문이었지만, 갈 때마다 새로움을 느끼게 해 주는 특별한 장소다.
교토 니조죠
교토에서 또 하나의 기억에 남는 곳은 니조성(二条城)이었다. 교토 가든 호텔에서 가깝게 위치해 있어 천천히 걸어서 갈 수 있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머물렀던 이 성은 일본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장소였다. 내부의 병풍 그림들은 하나같이 섬세했고, 우구이스바리(鶯張り)라는 독특한 바닥은 발걸음을 디딜 때마다 새소리 같은 소리를 냈다. 침입자를 방지하기 위한 설계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아내와 한참 신기해하며 걸었다.
니조성을 둘러싸고 있는 해자는 성의 방어를 위해 설계된 중요한 구조물이다. 성의 내외부를 구분하며, 침입을 방지하기 위해 깊고 넓게 만들어졌다. 해자를 따라 천천히 걸으며 바라본 풍경은 또 다른 매력을 선사했다. 물 위에 비친 성벽의 모습과 주변의 초목이 어우러져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해자를 건너는 다리를 지나 성으로 들어설 때는 마치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니조성의 해자는 단순히 방어 기능을 넘어, 그 자체로 역사와 자연의 조화를 보여주는 요소였다.
성의 정원은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가득했다. 연못에 비친 소나무와 다실이 어우러진 모습이 마치 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 듯했다. 정자에 앉아 풍경을 감상하며 “여기서 차를 한 잔 마시면 정말 완벽하겠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정원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온해지는 경험이었다.
고베 아리마온천: 관광의 날의 특별한 혜택
교토를 떠나 고베에 도착한 10월 4일은 고베 관광의 날이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아리마온천의 긴노유(金の湯)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다. 무료 입장이 가능한 날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긴노유로 향하면서부터 기분이 한층 들떴다.
긴노유는 황토빛 온천수로 유명했는데, 실제로 피부가 부드러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무료 입장이었지만 시설은 깔끔하고 쾌적했으며,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온천욕을 즐기며 활기찬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온천욕 후에는 아리마온천 특산품인 온천 계란을 먹으며 소소한 행복을 만끽했다.
아리마의 袂石(たもと石) 또는 **礫石(つぶて石)**에는 신비로운 전설이 담겨 있다. 도장성의 영주가 매사냥 중 만난 소녀(사실은 여신)에게 화살을 쏘자, 눈이 멀어 말에서 떨어졌고, 여신은 소매 속 돌을 버리거나 영주를 향해 던졌다고 한다. 이 돌이 시간이 지나 거대한 바위로 변해 여신의 힘이 깃든 신성한 돌이 되었다. 또 다른 설에 따르면, 오나무치 신이 역병을 몰아내기 위해 던져 만든 바위로, 쓰다듬으면 병이 치유된다는 믿음도 있다.
아리마온천에서 고베로 가는 길은 열차를 이용했다. 아리마에서 출발한 열차는 롯코산을 지나며 산과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을 즐길 수 있었다. 고베 시내로 가까워질수록 주변의 풍경이 점차 도시의 모습으로 변하며, 고베의 세련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 여정은 산과 도시를 잇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고베 시내 야경, 차이나타운과 해안가
여행 마지막 날, 고베 시내를 둘러보며 일정을 마무리했다. 저녁에는 고베 항구의 포트 타워에 올라 도시 야경을 감상했다. 고베의 세련된 도시 불빛과 항구의 조명이 어우러진 풍경은 감탄을 자아냈다.
난킨마치(차이나타운)에서의 저녁 식사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우리는 새우 만두와 매운 국수 요리를 맛보며 활기찬 분위기를 느꼈다. 식사 후 해안가로 이동해 조용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산책했다. 도시와 바다가 어우러진 고요한 풍경 속에서 아내와 함께 여행의 여운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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