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갈 만한 비치를 찾기 위해 답사를 다녀왔다. 멜버른 시내에서 기차로 30~40분 이내에 갈 수 있는 곳을 중심으로 찾았고, 후보지로 윌리엄스타운과 샌드링엄을 정했다. 이 두 곳은 접근성이 괜찮고, 각각의 특색을 가지고 있어 선택지로 올리기에 적합해 보였다. 우선 윌리엄스타운으로 향했다.
♣ 윌리엄스타운으로
윌리엄스타운으로 가기 위해 서던크로스역의 14번 플랫폼으로 향했다. 이 플랫폼에서는 웨리비(Werribee)행 기차도 함께 출발하기 때문에, 시간을 잘못 맞추면 엉뚱한 기차를 탈 수도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구글맵에서 시간표를 미리 확인하고 탑승했다.
기차는 약 20분 만에 윌리엄스타운역에 도착했다. 가는 길에 풋츠크레이(Footscray)라는 지역을 지나쳤는데, 돌아오는 길에 들르기로 했다. 풋츠크레이는 베트남 이민자들이 많이 정착한 곳으로, 시장과 다양한 베트남 요리로 유명한 곳이었다.
윌리엄스타운역에 도착하자마자 느낀 점은 "생각보다 너무 조용하다"는 것이었다. 역 주변에는 집 몇 채가 보였을 뿐, 별다른 편의시설은 없었다. 게다가 기차도 20분 간격으로 한 대씩 올 정도로 배차 간격이 길었다.
처음에는 방향을 잘못 잡아 역 반대편으로 걸어가는 해프닝도 있었다. 5분 정도 걷다가 길이 잘못된 것을 깨닫고, 다시 역으로 돌아와 오른쪽 방향으로 향했다. 몇 분을 걸으니 드디어 바다가 모습을 드러냈다.
전형적인 교외 마을이다. 평일 오후 시간이라 행인도 거의 없다.
19세기 무렵 이곳에 부두를 만들고 해안가 도시로 성장해 가는 이야기가 쓰여있다.
역 근처 해안가는 19세기 부두를 중심으로 형성된 지역으로, 과거 해안가 도시로 성장한 윌리엄스타운의 역사를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너무 한산해서 조금은 으스스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사람은 거의 없었고, 화장실이나 편의시설도 찾을 수 없었다. 차 없이 아이들과 함께 방문하기에는 다소 불편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역 근처가 아니라 주요 해안가로 이동하면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이번 답사에서는 그곳까지 가지 않았다.
윌리엄스타운의 조용한 매력을 뒤로하고, 다음 목적지인 풋츠크레이로 향했다.
독서 삼매경! 문제는 여행 시간이 길지 않아서 몇 페이지 읽지 못 했다.
♣ 작은 베트남=풋츠크레이
풋츠크레이는 베트남전쟁 이후 많은 베트남인들이 이주하며 형성된 지역으로, 멜버른 내에서 베트남 문화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 중 하나다. 기차에서 내려 역 주변을 둘러보니 작은 상점들과 시장이 활기차게 자리 잡고 있었다.
역 근처에 위치한 풋츠크레이 마켓은 다양한 신선식품과 현지인들에게 인기 있는 식재료를 판매하는 공간이었다. 시장 안쪽으로 들어가니 베트남어가 여기저기서 들려왔고, 베트남 특유의 향신료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시장을 지나 바깥으로 나오자 베트남 쌀국수 전문점과 다양한 아시아 음식점들이 줄지어 있었다. 시간이 많지 않아 그냥 나왔지만, 다음 방문 때는 꼭 베트남 쌀국수를 맛봐야겠다고 결심했다.
다시 기차를 타고 샌드링엄으로 이동하기 전, 화장실을 찾으려 했지만 큰 역임에도 불구하고 마땅한 화장실이 없어 조금 당황스러웠다.
♣ 샌드링엄으로
샌드링엄행 열차를 타고 약 30분 정도 이동하니 샌드링엄역에 도착했다. 샌드링엄역은 윌리엄스타운과는 달리 역 주변에 상점가와 카페,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방문하기에는 조금 더 적합해 보였다.
샌드링엄의 해안가는 멋진 풍경을 자랑하지만, 문제는 해변까지 가는 길이었다. 큰 도로를 건너야 하고, 경사가 있는 구간도 있어 아이들과 함께 이동하기에는 다소 불편함이 있었다. 또한, 세인트 킬다처럼 화려한 느낌은 아니었지만, 그 나름의 소박하고 차분한 매력이 있었다.
샌드링엄은 편의시설이 잘 마련되어 있어 장점이 분명했다. 하지만 해안가 접근성 문제로 인해 가족 단위로 방문하기에 최적의 장소라는 확신은 들지 않았다. 이번 답사에서 윌리엄스타운과 샌드링엄 모두 완전히 만족스럽지 않은 점이 있었기에, 또 다른 후보지를 찾아보기로 했다.
답사를 마치며 알게 된 것은, 비치 선택에 있어 접근성과 편의성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었다. 다음으로는 알토나비치(Altona Beach)를 방문해 보기로 했다. 알토나비치는 잔잔한 물결과 넓은 모래사장으로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은 곳이다.
답사를 마치고 플린더스역에 도착했을 때, 팀 버튼 감독의 영화 비틀쥬스를 주제로 한 팝업 부스가 눈에 들어왔다. 그의 독특한 세계관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 뜻밖의 발견이 무척 반가웠다.
저녁은 가족과 함께 페퍼런치에서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페퍼런치는 아이들도 좋아하는 메뉴가 많아 외식 장소로 자주 선택하는 곳이다. 답사로 피곤한 하루였지만, 가족과의 식사로 다시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었다.
이번 답사를 통해 윌리엄스타운과 샌드링엄, 그리고 풋츠크레이를 둘러보며 각각의 지역이 가진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방문할 비치로는 더 나은 선택지를 찾아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다음 답사는 알토나비치에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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