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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타요시 에이키 문고 / 오키나와 우라소에 몇 해 전 여름, 나는 오키나와 우라소에를 방문해 마타요시 에이키 문고를 찾았다. 우라소에는 이 작가가 나고 자란 고향으로, 그의 문학적 업적을 기념하기 위해 우라소에도서관 안쪽에 상설 코너가 마련되어 있다. 이곳은 마타요시 에이키의 작품과 그의 삶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문고에 들어서자 그의 애용하던 물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그가 남긴 흔적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작품을 통해 만났던 그가 실제로 사용했던 물건들이라는 사실에 감회가 새로웠다. 특히, 아래 사진은 90년대 중반에 발표된 >이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하던 당시의 모습을 담고 있다. 그는 오키나와에서 25년 동안 세 번째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작가가 되었다. 그 이후에는 메도루마 슌이 >로 네 번째 수상자가 되어, 이 .. 2024. 8. 26.
윤동주를 앗아간 후쿠오카 형무소를 찾아서 시라카바문학관을 다녀온 후, 나는 도쿄역에서 신칸센을 타고 하카타로 향했다. 간사이 지역에는 눈이 내린 덕분에 신칸센 바깥 풍경은 마치 설국처럼 변해 있었다. 흰 눈으로 덮인 경치는 환상적이었고, 나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하카타에 도착하자, R형(실제로는 동생이지만, 도움을 많이 받아서 편의상 형이라 부른다)의 안내를 받아 박물관 등을 둘러보았다. 문화적인 경험을 쌓는 동안, 우리는 윤동주 시인이 투옥되었던 후쿠오카형무소를 찾기로 했다.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것이 나의 또 다른 목표였다.  후쿠오카에서 자리를 잡은 R형의 뒤를 따라 윤동주가 최후의 순간을 맞이한 곳으로 향했다. 그곳은 현재 후쿠오카구치소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지만, 옛 형무소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현대적인 건물로 변모한 그곳.. 2024. 8. 26.
치바 아비코 야나기 무네요시 구 저택 방문 기록 시가 나오야 저택 터를 방문한 후, 나는 지도를 따라 또 다른 시라카바파 동인인 야나기 무네요시의 구 저택으로 향했다. 아비코 마을의 입구 쪽으로 돌아가는 길을 따라 약 300미터 정도 걸어가자, 작은 숲길이 나타났다. 그 길을 따라가니 이정표가 보였고, 계단을 올라가자 드디어 파란 지붕의 저택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 저택은 외관부터 심상치 않았다. 기품 있는 디자인과 고풍스러운 느낌을 풍기는 건물이었다. 야나기 무네요시가 실제로 살았던 집으로, 이곳에서는 시라카바 동인들과 자주 모임을 열었던 곳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더욱 감회가 깊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현재는 재력가가 소유하고 있어 더 이상의 접근은 허용되지 않았다. 그로 인해 저택을 가까이에서 바라볼 수는 없었다.    마을 입구에서부터 이 파란 .. 2024. 8. 26.
시가 나오야 저택 터 / 치바 아비코 일본에서 ‘소설의 신’으로 불리는 시가 나오야의 저택 터를 찾았다. 이곳은 시라카바 문학관 바로 옆에 위치해 있어 찾기가 매우 쉬웠다. 저택 자체는 이제 소실되어 없지만, 터가 남아있어 그곳에서 시가 나오야가 살았던 환경을 가늠할 수 있었다. 주변은 울창한 나무들로 둘러싸여 있어, 저택이 과거 얼마나 좋은 환경에 있었는지를 상상할 수 있게 해준다.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살았다면, 스트레스 없이 글이 술술 써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물론, 이는 순전히 기분에 불과하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런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문학과 자연이 어우러진 이 장소는, 작가의 창의력과 영감을 자극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 아닐까 싶었다. 현재 이곳은 아비코시가 지정한 문화재로 보호받.. 2024. 8. 26.
다이쇼 시대의 문학을 꽃 피운 시라카바파를 기념한 문학관 / 치바 오랫동안 가고 싶었던 시라카바 문학관을 드디어 방문하게 되었다. 시라카바파는 일본의 문예 동인으로, 시가 나오야, 무샤노고지 사네아쓰, 그리고 야나기 무네요시 같은 걸출한 인물들이 속해 있었다. 이들 중에서 한국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인물은 야나기 무네요시다. 그는 일본에서 민예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한 인물로, 조선의 민화와 도자기에 대한 깊은 애정을 지니고 있었다. 시라카바 문학관은 아비코에 위치해 있으며, 방문하기가 매우 쉽다. 아비코역에 내려서 버스를 타고 몇 백 미터 정도 걸어가면 도착할 수 있다. 구글맵이 매우 상세하게 경로를 안내해줘서 쉽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마을 쪽으로 걸어 들어가면 이정표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정표에 따르면 시라카바 문학관까지는 불과 1.. 2024. 8. 26.
타인의 고통을 살아가는 문학 >는 가난, 곡성, 고통, 울음, 설움, 죽음의 이미지가 가득한 시집이다. “건져올린 몸에는 혀가 없”(「저수지」 69쪽)고 “빈 들에/산 것들의/수의가 덮” ( 「회복기2」 29쪽)이며 화자는 그 고통을 체현하고 말한다. 제목처럼 시집은 고통과 죽음을 회복하는 기록일까? 그런 물음을 품고 시집을 읽기 시작했지만 좀처럼 회복되기 힘든 고통과 죽음을 시집에서 확인할 뿐이었다.  이 시집은 확실히 “겪지 않은 것에 대한 시쓰기”이지만 시 한 편 한 편이 울림을 주는 이유는 광의의 당사자성을 시인이 체현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비극/사건의 장소에 시인이 살고 있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이를 시로 살아가고자 한다는 뜻에 더 가깝다. 시는 쓰이는 것이 아니고 살아가는 것이라는 의미는 김시종이 「시론」(> 2018).. 2024. 8. 26.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위화감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재미 코리안 작가인 이민진 원작의 『파친코Pachinko』를 다 읽었을 때도, 애플TV 시즌1(전체 8화)을 다 본 후에도 그랬다.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 위화감의 근원은 기존의 재일조선인 서사와 결이 다른 작법 때문이었을까? 그동안 익숙해져 있던 재일조선인 작가(김달수, 김시종, 김석범, 양석일, 이양지 등)의 자기 서사에는 에스닉 집단 특유의 특수성이 내장돼 있다. 이는 같은 민족인 한국인이라 하더라도 좀처럼 공감을 표하기 힘든 수난사의 다른 이름이기도 했다. 그 특수성은 『파친코』의 모두(冒頭) 문장인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로 수렴되지 않는 “우리를 망쳐놓은 역사를 제자리로 돌려놓고 싶다”는 분단과 차별을 향한 준엄한 이의제기이기도 했다. 그렇.. 2024. 8. 26.
호주에서 연구년7-물가, 쇼핑, 트램 타기 ♣ 물가와 쇼핑호주에 온 이후로 가장 자주 하는 활동 중 하나는 가족과 함께 장을 보고, 트램을 타고 외출하는 것이다. 특히 멜번은 가족 단위로 외식을 자주 하다 보면 지출이 급증할 수 있는 도시이다. 외식은 가끔 기분전환으로 즐길 수 있지만, 매일 먹기에는 부담이 크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영양 균형이 중요한데, 외식 음식은 대체로 짜고 달아 매 끼니마다 먹기 어렵다. 외식비와 물가 비교서울과 비교했을 때 멜번의 외식비는 훨씬 비싼 편이다. 인건비가 높은 만큼 외식비도 자연스럽게 올라가는데, 특히 가족이 함께 먹으려면 비용 부담이 크다. 반면, 식재료 물가는 과일과 채소가 매우 저렴하고 품질도 좋다. 아보카도의 경우, 한국에서는 안 익은 채로 맛이 아쉬웠지만, 멜번에서 먹은 아보카도는 상상 이상으로 맛있.. 2024. 8. 25.
하야시 후미코 기념관 / 도쿄 신주쿠 하야시 후미코 기념관을 찾은 것은 한여름이다.신주쿠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녹음이 우거진 언덕길에 위치해 있다.작가가 살았던 공간을 그대로 기념관으로 만들어서 그런지 관제의 느낌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어떤 문학관은 방문해 보면 관공서 등에서 인위적으로 대충 조성해 놓은느낌이 강한 곳도 있는데, 이곳은 조금 달랐다.    작가가 글을 쓰며 직접 살았던 곳인지라 공간 그 자체가 문학관으로서는 최적의 장소이기도 하다. 언덕을 조금 오르면 기념관 입구가 나온다.저택을 나무가 에워싸고 있어서 무더운 여름인데도 그렇게 덥지는 않았다.습한 도쿄의 여름을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녹음이 우거진 집이라 바람도 솔솔 불어와 괴롭지 않았다. 만년의 하야시 후미코 등신대가 서 있다.하야시 후미코는 젊은 시절에.. 2024. 8. 25.
하루키 라이브러리 The Haruki Murakami Library / 도쿄 와세다대학 몇 해 전에 개관한 하루키 라이브러리에 다녀왔다. 이번이 개관 후 두 번째 방문이다. 첫 방문은 코로나 시기였기에 한적한 분위기 속에서 천천히 둘러볼 수 있었던 기억이 난다. 워낙 익숙한 공간에 지어진 라이브러리라 그런지 오히려 낯선 기분이 들었다.  나는 하루키 문학과의 인연이 꽤 오래되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하루키의 작품을 읽기 시작해, 그동안 발표된 거의 모든 소설을 읽었다. 수필과 에세이를 제외하면 하루키의 주요 작품들은 모두 접했을 만큼 그의 작품 세계에 깊이 빠져 있었던 시기가 있다. 다만 중간에 약 10년 정도는 그의 작품을 멀리했던 시기도 있었다. 어쩌면 그 당시 하루키 문학이 주는 감정이나 분위기와 내가 맞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번 방문에서 다시 느낀 점은, 하루키 라이브러리가 하루.. 2024. 8. 25.
홋카이도 오타루문학관 홋카이도에 지금까지 두 번 다녀왔는데, 갈 때마다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도시가 있다. 바로 오타루다. 오타루는 아름다운 운하와 고즈넉한 분위기 덕분에 관광지로 유명하지만, 나에게는 조금 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이곳에 오면 나는 꼭 오타루 문학관을 방문한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일본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가볼 만한 장소다. 특히, 이 문학관을 찾는 이유는 고바야시 타키지 때문이다. 고바야시 타키지는 일본의 대표적인 프롤레타리아 문학 작가로, 그의 작품과 삶은 언제나 나에게 큰 감동을 준다. 그가 쓴 >은 일본 노동계급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걸작으로, 당시 사회적 불평등과 착취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고 있다. 그의 삶과 문학은 일본 근대사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2024. 8. 25.
가고시마근대문학관 일본 남단에 위치한 가고시마를 방문했다. 이번 여행은 미야자키에서 렌트카를 타고 가는 길에 시작됐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경치는 정말 황홀했다. 알록달록한 산길을 지나가며, 다양한 색채의 풍경이 눈을 사로잡았다. 드디어 사쿠라지마가 눈앞에 나타났고, 조금 더 나아가니 가고시마 시내에 진입하게 되었다. 이 모든 경치는 여행의 시작부터 나를 설레게 했다. 가고시마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찾은 곳은 가고시마 근대문학관이었다. 이곳은 가고시마와 일본 문학의 연결 고리를 탐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곳이다. 시마오 도시오를 제대로 경험하려면 아마미섬으로 가야 했지만, 아쉽게도 일정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곳에서 그의 흔적을 더듬어보기로 했다.    가고시마 근대문학관의 전시는 꽤 알차고 매력적이었다. 가고.. 2024.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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